학보는 언제나 그곳에 있을 것이다
학보는 언제나 그곳에 있을 것이다
  • 주희라
  • 승인 2017.03.06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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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희라 편집국장

 어느새 필자가 학보사 기자 활동을 시작한지 2년째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필자는 기자로, 학생으로 학보사에 남아왔다.
학보사 기자 활동을 시작하기 전, 학보사에 대한 필자의 낭만은 대학 생활에 대한 낭만만큼 컸다. 많은 학우들이 학보를 읽을 줄 알았고, 학보가 대학 생활의 중심에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학보사 활동을 시작하면서 그 낭만은 처참히 깨졌다.

 눈앞에 마주한 학보의 현실은 필자가 기대한 것과는 전혀 달랐다. 학보를 읽는 학우들이 적음은 물론이고, 학보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학우들도 많았다. 독자수가 적으니 학보의 매체 파워도 약했다. 학보가 대학 생활의 중심에 있기는커녕, 보이지도 않는 변두리에 있는 듯 없는 듯 연명하고 있었다.

 사실 실망했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크게 느껴졌다. 학보는 쓰레기통에 깔리거나 비 오는 날 누군가의 우산 대신 쓰였다. 기대가 컸기에 실망도 큰 것이었을까. 씁쓸했다. 한동안 현실에 대한 실망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다 우연히 배부대에서 학보를 집어가는 한 학우를 봤다. 그 후 배부대를 지나갈 때마다 쌓여있던 학보가 하나씩 줄어가는 것을 보며 생각을 고쳐먹었다. '아, 누군가는 내 기사를 읽는구나.'

 시간이 흘러 올해, 국장으로 취임하면서 여러 걱정이 앞섰다. 그 때마다 배부대에 가득 쌓여있던 학보가 점점 줄어들던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독자위원들의 진심 어린 충고와 응원이 가득한 글을 곱씹었다. 그제야 비로소 걱정을 접고 눈 앞의 기사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제 얼마나 많은 이들이 학보를 읽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누군가는 학보를 읽는다는 사실, 그것이 중요하다. 많은 학우들이 학보를 봤으면 하는 바람보다는 단 한 명의 학우만이 학보를 보더라도 그이에게 의미 있는 기사로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기사를 써내려갈 것을 다짐했다.

 새학기가 시작됐다. 캠퍼스는 학우들로 북적이고, 활기가 되살아났다. 겨우내 교수회관 지하에서 개강호를 준비하던 학보편집국도 새학기를 맞았다. 새로운 국장과 기자들이 방학동안 만든 학보가 배부대에서 학우들을 맞이한다. 올해도 지나온 나날처럼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겠지만, 필자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학보사에 남아 학보를 읽을 누군가를 생각하며 기사를 써내려 갈 것이다. 그리고 학보도 늘 그랬듯이 배부대, 그 자리에서 2만 명의 동아인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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