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권도 인권이다
주거권도 인권이다
  • 임성우 기자
  • 승인 2017.03.06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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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주거 형태로 본 생활 공간 문제

 유엔 사회권규약위원회에서 발표한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ESCR)의 일반논평 4'(적절한 주거에 대한 권리, 1991)에서는 사회권을 누리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를 주거권이라 규정한다. 여기서 주거권은 단순히 지붕이 있는 공간에 살 권리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며 평화롭고 존엄하게 살 권리로 해석한다. 특히 주거권은 소득수준이나 집의 소유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보장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즉, 사람이라면 누구나 행복하게 살 권리를 가진다는 뜻이다. 이제 막 부모의 품에서 독립한 대학생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기본적인 삶의 질이 보장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기숙사 - 부족한 수용률과 보장되지 않는 기본권

 대학정보공시센터인 대학알리미가 공개한 대학별 기숙사 현황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리 대학교의 기숙사 수용률은 전체 학생 수(2만1,095명) 대비 12.1%(2,561명)다. 부산시 소재 대학의 평균 기숙사 수용률 17.1%에 미치지 못한다. 부산시의 대학 평균 기숙사 수용률 또한 전국 평균 19.5%에 미치지 못한다. 이처럼 각 대학교의 기숙사 수용률이 낮은 이유는 '대학설립·운영 규정'에서 찾을 수 있다. 1995년 '대학설치기준령' 시행 당시에는 총 학생 정원의 15% 이상을 기숙사 수용인원으로 하도록 강제했다. 그러나 1년 후, '대학설립·운영 규정'으로 개정되면서 이 조항이 삭제돼 대학은 15%의 기숙사 수용률을 지킬 의무가 사라졌다. 이는 문민정부 시절 추진한 5.31 교육개혁의 영향이 큰데, 여기에는 대학설립·정원 및 학사운영 자율화를 포함한다. 이로 인해 대학이 늘어나고 수익을 내기 위해 과도한 정원 증가로 이어졌다. 하지만 학생 주거시설 대책은 고려하지 않아 기숙사 수용률이 오히려 하락한 것이다.

 어렵게 기숙사에 입사해도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사생들의 대표적인 불편 사항으로는 통금, 공용 세탁실, 외박계 제출, 전열기 제한, 외부 음식 제한, 음주 금지, 빈번한 입·퇴사 절차 등이 있다. 기숙사에 사는 박수지(식품영양학 2) 학생은 "기숙사 신청서에 작성하는 아침형, 저녁형 혹은 흡연 여부 등이 사실상 지켜지지 않아 생활 패턴에 많은 불편을 겪었다"며 룸메이트 선정 방식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이 자취를 반대하고, 통학은 무리인 형편이라 기숙사에서 떨어진다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 같다"며 기숙사 생활의 필요성을 밝혔다. 한편, 한림생활관 최현재 담당자는 "사생들이 규정과 관련해 불편을 겪는 것은 알고 있지만 전열기 제한, 음주 금지, 외부인 출입 통제 같은 규정은 화재나 안전사고와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단체 생활에 있어 필요한 부분"이라며 "음식물 반입과 같이 기준이 애매한 규정은 새롭게 만들 계획이고 올해 1월 1일부로 개정된 생활관 사생수칙을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숙사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치안, 학교와의 접근성으로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선호한다. 하지만 총 학생 대비 기숙사 수용률이 저조한데다, 단체 생활을 위한 기숙사 시설과 규정도 성인인 대학생들에게 불편으로 작용한다.

 

▲ 우리 대학 승학캠퍼스 인근 부동산 앞에서 한 학생이 부동산 매물 정보를 보고 있다. <사진 = 임성우 기자>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한 학생들은 하숙을 선택하기도 한다. 자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식사가 제공된다는 이점 때문이다. 하지만 하숙에도 단점이 있다. 하숙생활을 했던 김형욱(전기공학 4) 학생은 "하숙집이 대부분 공용화장실이라 불편하고 에어컨과 난방이 각 방마다 제공되는 게 아니라 여름과 겨울에 많이 힘들다"고 말했다. 지금도 하숙 생활을 하고 있는 한 학생은 "2학년 때 기숙사 신청에서 떨어져 하숙을 하게 됐다"며 "불편한 점이 많지만, 가장 큰 이점은 금전적인 부분"이라며 "보증금과 관리비가 따로 필요하지 않고 월세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자취 - 임대료·관리비 부담, 법 사각지대 악용도 많아

낮은 기숙사 수용률과 하숙, 고시원의 열악한 환경 탓에 많은 학생은 자취를 선택한다. 부모의 품을 떠난 대학생들은 행복한 첫 독립생활을 꿈꾸지만 현실에는 경제적 어려움이 잇따른다. 고향을 떠나 독립하지만 이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에게 500만 원 이상의 보증금과 월 30~50만 원 가량의 월세는 감당하기 힘들다. 자취를 했던 강원덕(토목공학 4) 학생은 "자취 생활이 상대적으로 기숙사나 하숙보다는 편하지만 비용이 제일 큰 부담이다"며 "보증금과 월세는 부모님께 받았지만 아르바이트를 해 관리비는 직접 부담했다"고 말했다.

 또 관리비 문제도 있다. 일반 아파트 관리비보다 비싼 원룸 관리비 책정 방식이 의아한 경우가 있다. 대학가 원룸은 대부분 공동주택으로 분류되지 않아 관리비에 대한 규정인 공동주택관리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공동주택으로 분류되기 위해서는 300세대 이상, 150세대 이상으로서 승강기가 설치되었거나 중앙집중식 난방을 사용하는 공동주택 등의 기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균 30세대 정도인 일반 원룸은 이 규정을 지킬 의무가 없어 감사와 감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러한 법의 사각지대에서 대학가 원룸은 담합이라도 한 듯 비슷한 관리비를 받는다. 게다가 관리비 책정 이유나 세부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다. 그 밖에 추가로 들어가는 도시가스·전기 요금 등을 합하면 배보다 배꼽이 크다. 임대인은 '불만이면 나가라'는 식으로 나오기 때문에 대학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살 수밖에 없다.

 

▲ 부동산 거래 사이트에 등록된 대학가의 한 원룸. 화장실 안에 부엌이 있는 모습이다. <출처=SBS 뉴스>

열악한 시설 환경도 문제다. 원룸의 가격을 낮추거나 수용 인원을 늘리기 위해 일명 '방 쪼개기'가 횡행하고 있다. 1인당 최소 주거 면적을 지키지 않기 때문에 방음이나 소방 안전 등 시설 문제가 발생한다. 2011년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최소 주거면적은 14m²(4.2평)다. 그러나 2015년 대통령직속청년위원회에서 실시한 '대학생 원룸 실태조사'에 따르면 70.3%의 대학생이 최소 주거면적에 미치지 못하는 좁은 공간에서 살고 있다. 이처럼 불법 건축된 방들이 줄지 않는 이유는 학생들의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임대인들이 조금이라도 저렴한 방에 살고 싶은 학생들의 필요를 이용하는 것이다.

원룸 보증금 안전하게 돌려받으려면
전입신고·확정일자 필수

 상대적으로 경제적 약자인 임차인의 권리를 민법으로 보호하기 어려워 특별법으로 만들어진 것이 주택임대차보호법이다. 이 법은 임차인의 권리 보호와 국민의 주거생활 안정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채권자에 의한 강제집행이나 담보권의 실행 또는 임대인의 주택이 강제적으로 경매나 공매되는 경우에도 우선적으로 보증금을 면제받을 수 있는 우선변제권도 보장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법률 지식이 적을 뿐만 아니라 공인중개사나 집주인이 정확한 설명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아 이 같은 사항들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학생들은 보증금 반환이나 계약 위반 등의 피해를 입는다. 익명을 요청한 한 학생은 최근 원룸 보증금 문제로 곤란을 겪었다. "올해 2월말에 계약이 끝나 보증금으로 다른 곳에 이사를 하려고 했는데, 집주인이 보증금을 줄 수 없고 방이 나가지 않으니 계속 살든지 다른 사람을 찾아 놓고 나가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말했다. 계약 당시 상황에 대해 묻자 "그 당시 집을 구하기 급한 상황이었던 것도 있지만 계약사항의 일부분만 들었지 법률이나 자세한 설명은 없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이 학생은 당시 "전입신고를 해야 하지 않느냐고 집주인에게 물었더니 이유는 설명 없이 안 해도 된다고만 했다"고 덧붙였다.

 법적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우리 대학 주변에서 부동산을 운영 중인 여보배 공인중개사는 "자취를 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주택임대차보호법의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다"며 "학생들이 주의할 점은 반드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보증금과 관련해서는 "계약 기간이 끝나면 당연히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조심할 것은 계약서에 '한 달 전에 말하지 않으면 묵시적으로 계약을 연장한다'는 조항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집주인에게 미리 이야기를 해야 하고, 계약을 하기 전 계약서를 꼼꼼히 읽어보고 주의할 점은 체크를 해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집주인과 직접 계약 시에는 법무부에서 국토교통부, 서울시, 학계 전문가들과 함께 만든 주택임대차표준계약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여기에는 계약 시작, 계약 중, 계약 종료 시까지 어떻게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에 관한 설명과 양식이 포함되어 있다.

주거문제 개선을 위한 다양한 움직임

 청년 주거문제 개선을 위해 정부와 민간단체에서 다양한 움직임이 있다. 민간단체로는 청년 주거문제 해결을 위해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비영리 단체 '민달팽이유니온'이 대표적이다. 연세대 기숙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학내모임에서 시작해 지금은 청년들의 주거문제 개선으로 확장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세입자 네트워크 △주거상담 △제도 개선 △연구 및 교육 △사회 주택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나 사회 주택 모델을 직접 실험하기 위해 '민달팽이 주택협동조합'을 만들어 '달팽이집'을 공급하고 있어 실질적인 주거 문제 해결에도 나섰다. 개인이 해결하기 힘든 주거 문제 극복을 위해 조합원들은 돈을 모아 주택을 장기계약하고 이를 달팽이집으로 공급한다. 입주대상자는 조합원 심사를 통해 결정되며, 보증금 50만원 월세 20만원 수준으로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이 밖에도 중개 서비스와 룸메이트 매칭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부산시에서는 햇살둥지/행복주택 사업과 행복연합기숙사 비용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햇살둥지 사업은 빈집을 소유자와 부산시가 협력하여 리모델링 후 재창출된 공간을 활용한다. 리모델링한 햇살둥지를 통해 도시의 우범화와 환경저해 요인을 차단하고 지방학생, 저소득층, 신혼부부 등에게 주변 시세의 반값으로 전·월세를 임대하는 사업이다. 올해 3월 입주를 시작하는 부산 행복연합기숙사는 한국사학진흥재단이 부경대 부지에 지은 공공기숙사다. 행복연합기숙사 건립 사업은 대학생의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과 대학의 기숙사 건립 부지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추진됐다. 부산시는 재단과 협력하여 이 중 일부 호실을 확보해 시비로 대학생들을 지원하는 사업을 실시한다. 올해는 기 입사신청자를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200명을 원거리 통학자 우선으로 선발해 연 60만 원의 기숙사비를 지원한다. 내년부터는 신입생 대상으로 연 300명을 선발해 확대 실시할 계획이다.

임성우 기자
voiceactor@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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