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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 운영, 감사제도 정비로 신뢰 회복해야
최승한 기자  |  0000@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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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06  15:2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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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지 않았던 겨울방학 동안 SNS에서는 지난 학기 있었던 우리 대학교 내 이슈에 대한 글이 무수히 올라왔다. 방학 중 개최된 임시 대의원총회 결과에 대해 묻거나 특정 학과의 학내운영 시스템을 지적하는 글도 있었다. 그중 파장이 가장 큰 글은 학생회비와 관련된 것이었다. '동아대학교 대나무 숲'에는 우리 대학 식품영양학과의 학생회비 집행에 의혹을 품으며 회비 사용내역 공개를 요구하는 익명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이 게시된 후 식품영양학과 학생회 측은 페이스북을 통해 해명했지만, 학생들은 못미덥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학생회비와 관련된 잡음들은 우리 대학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그 범위와 영향은 우리나라 대학사회 전반에 걸쳐 문제가 되고 있다.

   
 

학생회비를 둘러싼 논란들
 한림대에서는 모 학과 학생회장이 지난해 2월부터 10월 말까지 600여만 원의 학생회비를 사적인 용도로 사용해 물의를 빚었다. 학생회장은 회비를 택시, 편의점, 병원은 물론 노래연습장이나 나이트클럽 같은 유흥업소에서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로인해 학생회장은 징계위원회로부터 무기정학과 봉사활동 100시간 등의 징계를 받았다. 횡령이 밝혀지는 과정 중 부학생회장과 총무가 방조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지만, 두 사람은 징계위원회와의 논쟁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해 12월 2일 SNS에 서울과학기술대 모 학과의 학생회비 지출내용과 예산안 공개를 요구하는 글이 게시됐다. 해당 학과 전(前) 학생회장은 결산안을 대자보로 공고했으나 지출 금액과 잔액이 맞지 않는 등 결산안 자체에 오류가 있었다. 이를 발견한 학생들은 지속적으로 통장내역 제출을 요구했다. 전 학생회장은 사과문을 통해 회비 집행항목을 꼼꼼하게 확인한 뒤 작성하지 못한 점과 학생회비 통장을 자신의 아르바이트 임금 통장과 겸해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사실을 시인했다. 그 후 학교 측은 학과장과 지도교수를 포함한 청문회를 개최했고 전 학생회장이 650만 원이 넘는 금액을 학생회에 환급하는 것으로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학생회장이 학과학생회장직과 해당 단과대학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같이 수행하면서 단과대학 학생회비 또한 개인 통장으로 관리해 600여만 원을 횡령한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다. 그 결과 학생회장은 학과 학생회와 단과대학 학생회에 횡령액을 모두 환급한 후 교무위원회로부터 사회봉사 40시간의 징계를 받았다.

 같은 부산 내 대학인 부경대 또한 지난달 12일부터 꾸준히 페이스북 페이지 '부경대학교 대나무 숲'에 학생회비 횡령의혹을 제시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공과대학의 모 학과 학생회는 학생들로부터 '신입생을 상대로 걷은 학생회비가 타 과에 비해 금액이 터무니없이 책정돼 있고 학생회비 사용 영수증조차 공개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학생회는 이에 관련해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고 있지 않은 상태다. 부경대 학생들은 해당 학생회뿐만 아니라 총학생회를 포함한 학교 차원의 문제 해결과 재발방지를 위한 학생회들의 태도 개선을 바라고 있다.

 매년마다 전국 각지 대학에서 학생회비 논란이 불거지는 이유는 뭘까. 학생회비와 관련해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들은 대개 학생회 임원과 주변 관계자들의 공금횡령과 배임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아직도 여러 대학의 회칙은 통장사본을 제외한 학생회비 예·결산안만 공개하거나 장부를 누락 및 조작하고 학생회비 사용내역 공개를 의무가 아닌 자율에 맡기고 있는 등 규제가 미약해 학생회와 학생들의 마찰이 끊이질 않고 있다.

감사제도의 허와 실
 새 학기가 되면 각 대학 학생들은 학생회에 대한 불신으로 학생회비 납부를 꺼린다. 그로 인해 학생회는 언제나 본인들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학기내내 예산난에 허덕인다. 이런 악순환을 멈출 수는 없을까. 학생회비와 관련된 횡령, 배임 등의 문제가 존재하듯 학생들의 불신과 학생회의 억울함 또한 해결할 방법이 존재한다. 바로 감사제도다.

 우리 대학은 총학생회칙 제5장 감사위원회 항목을 통해 감사위원회의 구성과 감사위원회의 사업 평가 및 결산 감사, 보고 등 임무와 권한을 명시해 놓았다. 그럼에도 식품영양학과 사태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는 이유는 제도적인 허술함과 애매한 감사범위 등으로 감사가 본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고 그나마 진행되는 감사 또한 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1월 19일 개최된 임시 대의원총회에서는 회칙상의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고자 제5장의 항목을 개정했다. 제26조 1항의 내용 '대의원총회의 위임을 통하여 총학생회, 특별자치기구에 대한 전반적인 사업의 평가 및 결산을 감사하여 보고한다. 단, 각 단대는 내부 감사를 통하여 결산보고(1학기 2회) 후 본회의 회원의 요청 시 열람 할 수 있도록 한다'에서 '전반적인 사업' 대신 '해당 단대'로 '1학기 2회'를 '한 학기 2회'로 변경했다. 이는 문서상으로 의미가 불분명하거나 애매한 감사범위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단어의 중의성을 최소화하는 표현으로 바꾼 개정안이다. 그리고 동일 조항의 '단, 각 단대는 내부감사를 통하여' 부분에서 '단대'를 '학과'로 개정했다. 이는 학과의 자체적인 결산안 작성이 아닌 정기적인 내부 감사를 한 학기당 2회로 범위를 확장하여 규정함으로써 학과 학생회의 예산집행에 대한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내용이다. 또한, 대의원의 의견을 수렴해 제25조 항목을 개정했다. 이번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감사위원장 직책을 맡은 학생이 내년 학생회장직에 출마할 경우 선거기간인 2학기 말에 시행되는 감사에 소홀해질 수 있으므로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부위원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발의됐다. 이 의견은 대의원들의 논의를 거쳐 제25조 '위원장은 감사위원 중에서 자체 추천하여 중앙운영위에서 심의하고 대의원총회에서 인준한다'는 내용에서 '위원장'을 '정, 부위원장'으로 변경하고 '감사위원 중 자체 추천하여' 사이에 '정, 부위원장'을 추가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김근홍(에너지·자원공학 4)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중앙운영위원회에서는 회칙에 명시된 대로 총학생회와 특별자치기구만 감사하기에는 감사범위가 너무 좁다는 의견이 발의됐다"며 "저 또한 지난해 총감사위원장직을 수행하며 감사위원회의 한계를 체감했고 이에 감사위원회의 권한을 신장하기 위해 중앙운영위원회와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발의된 의견을 바탕으로 회칙을 개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이번 회칙개정이 각 학생회가 좀 더 긴장해서 회비관리에 신경 쓰고 청렴한 학생회가 되는데 일조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대학에서 진행되고 있는 감사는 모두 유명무실한가. 그렇지는 않다. 지난해까지 우리 대학의 인문대는 총 10개 학과와 단과대학 학생회 장부를 포함한 11개의 장부를 서로 회람하여 피드백한 후 인문대 자체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상훈(영어영문학 3) 영어영문학과 학생회장은 "인문대 감사위원회는 장부의 가독성과 신뢰성을 최우선시 한다"며 "학생들이 학생회비 집행을 불신하는 많은 사례를 보고 학생회 회계 집행의 신뢰도 향상을 감사의 목표로 두고 있다"고 인문대의 감사제도에 대해 설명했다. 덧붙여 "(이러한 감사제도는 학생회의 공금횡령과 같은) 비정상의 정상화에 기여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른 대학의 감사제도
 부산외국어대의 경우 학생회별 예산사용 내역을 총대의원회라는 독립적인 학생자치기구에서 감시 및 관리 감독한다. 하지만 학생회칙으로 총대위원회의 감사 및 예산관리 방법까지는 규정해놓고 있지 않다. 총대의원회의 구성은 학생회칙에 명시된 내용에 따라 학과별로 1명씩 대의원을 선출한다. 대의원들은 각 학과 학생회 예산 감사를 진행하게 되는데, 이 중에서 일정 인원을 별개로 선발해 단대별 학생회 예산도 감독한다.

 부경대는 각 단대회장과 부회장, 학과회장이 참여하는 전체대표자회의에서 감사위원장과 감사위원을 선출한다. 학과 학생회의 감사는 소속 단과대학 학생회에서 집행하고 단과대학 학생회의 감사는 총학생회에서 집행한다. 그리고 감사위원이 자신 소속의 단대 장부는 감사할 수 없도록 한다. 이처럼 다른 대학은 독립적인 학생자치기구를 설립하거나 감사위원 본인 속한 집단에 대한 감사를 금지함으로써 감사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한 부경대 학생은 "학생회 감사위원을 본인들이 선출하는데 감사의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감사제도는 학생회의 횡령을 막는 것은 물론, 학생들의 알 권리인 회비 사용내역을 공개해야한다"며 회비 사용내역 공개 의무화를 주장했다.

 과거 농담처럼 대학가에 널리 펴져 있던 '학생회하면 차 한 대는 그냥 뽑는다'는 말은 큰돈이 모이는 학생회의 자금 운용이 불투명한 세태를 풍자하는 말이었다. 학생회비 관련된 비리가 과거만큼 일어나지는 않지만, 현재도 대학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건 중 하나다. 그러나 학생회비에 관련된 비리들은 명백한 범법, 배임 행위이며 나아가서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학생회 구성원들은 본인이 학생들을 대표한다는 사실을 언제나 명심하며 책임의식을 가지고 소임을 다해야 한다. 학생들을 위한 예산인 학생회비를 공정하게 사용함은 물론이고 그 목적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 또한 당연하다.

 우리 대학 손민수(경제학 4) 학생은 "학생회비는 말 그대로 학생회가 걷어 학생들을 위해 쓰는 돈인데 우리가 투표해서 뽑은 회장이 그런 비리를 저지른다면 배신감과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에서 내리는 징계는 솜방망이에 불과하며 그런 경우를 여러 매체를 통해 숱하게 봐왔다"고 학생회비 관련 비리와 징계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어 "감사를 매년 정기적으로 시행한다고 알고는 있지만, 정작 언제 시행되는지 모르는 학우들이 많다"며 "때문에 제대로 감사가 이루어지지 않거나 시행되지 않는다고 해도 모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감사제도 홍보의 중요성도 지적했다. 그리고 "학생들 또한 자신이 낸 학생회비가 어디에 쓰였는지 지켜볼 필요성이 있다"며 학생회비에 대한 학생들의 자발적인 관심을 촉구했다.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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