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에는 누구나 시인, SNS 시인
디지털 시대에는 누구나 시인, SNS 시인
  • 최지이 기자
  • 승인 2017.04.03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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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은 그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했다. 조선시대 후기 문학 사조에는 서민층의 삶과 애환, 현실에 대한 풍자와 해학이 들어있다. 당시 문학은 권력을 비판하고, 사회적 약자를 대변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2017년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시대를 넘어 모바일 시대로 접어들었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블로그, SNS 등 글이 유통되는 경로도 다양해졌다. 한 손에 쥔 스마트기기로 누구나 새로운 세상을 접할 수 있다. 이 속에서 SNS에 퍼지는 짧고 강력한 글이 바쁘고 적막한 현대인의 삶을 파고들고 있다.

'디카시'부터 전시회까지
 SNS 시는 이상옥 시인이 처음 제시한 신조어인 '디카시'에서 시작한다. '디카시'는 디지털 카메라와 시의 합성어로, 순간 포착한 사진에 5줄 이내의 짧은 시를 더한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SNS 시인 하상욱 작가는 스스로를 '시 팔아먹고 사는 시팔이'라고 소개한다. 하상욱 작가는 2012년 9월 자신의 습작을 모아 전자책 형태로 시집을 냈는데, 여기에 공감한 많은 이들이 SNS를 통해 그의 시를 퍼 나르기 시작하면서 유명해졌다. 재치 있고 감각적인 문장에 지금까지도 많은 공감을 받고 있다.

 SNS 시가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자신만의 매체에 자작시를 싣는 사람들이 많이 등장했다. 하상욱 작가 이외에도 투박한 손 글씨로 시를 작성하는 최대호 작가, 반전 있는 시를 적는 이환천 작가까지 많은 작가들이 등장했다. 이들의 시는 대중의 눈길을 끌었다. 대중의 공감을 산 시는 시집으로 출판되기도 한다. 시집은 오프라인 상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작년 국립중앙도서관에서는 'SNS 시인 시대전'의 이름으로 SNS 시가 전시되기도 했다.

간편한 감상, 깊은 공감 SNS 시의 장점
 SNS에서 유통되는 시는 몇 줄 이내의 짧은 글귀로 시작하는 것이 다수다. 쉽고 간결한 내용이지만 대중들의 공감을 얻는다. 이런 짧은 글귀가 사람을 끌어들이는 이유는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문학적인 시가 아니기 때문이다. 보통 '시'라고 하면 교과서 속이나 시집에서 공부하며 배운 시를 떠올린다. 학창시절에 배운 고전 시가부터 근대시를 떠올리면 어렵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SNS 시는 굳이 시집을 구매하거나 빌리지 않더라도 어디서든 읽을 수 있다. 특별히 내용을 분석하며 이해 할 필요도 없다. 이러한 점은 바쁜 현대인에게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시가 다루는 주제의 내용이 대중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사소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라는 점도 큰 특징이다. 취업, 사랑, 고민 등 단순한 일상의 모습이 시의 소재가 된다. 일상적인 이야기를 주제로 하지만 내용이 가볍지만은 않다. 촌철살인과 반전을 통해 보는 이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변선애(유전공학과 4) 학생은 "SNS 시들은 대부분 사랑, 직장, 취업 등 일상적인 내용이 많다. 모두들 일상에서 같은 스트레스와 감정을 느낀다고 생각해 더욱 공감이 된다"며 "짧다고 해서 부족한 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디서든지 볼 수 있고 충분히 위로받을 수 있는 장점을 가졌다"며 긍정적인 점을 말했다.

 독자들은 특별한 값을 지불하지 않고 '좋아요'라는 표현을 통해 작가의 글에 공감을 전한다. 독자들의 공감은 소통으로까지 이어진다. SNS 시인들은 이름처럼 SNS로 독자들과 소통한다. 기존 문학들은 작가와 만나려면 사인회, 강연 등 물리적 장소에서 만남을 가져야했다. 반면 SNS 시인과 독자들은 언제, 어디서나 소통한다는 장점이 있다. SNS의 댓글이나 메시지 등으로 소통을 하며 독자들의 의견을 피드백 받을 수 있고 새로운 영감을 받을 수 도 있다. 작가와 독자의 새로운 공론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SNS를 통한 작품의 세계는 시 뿐만이 아니다. 단순한 낙서 형태의 그림을 SNS상에 올려 유명해진 '재수의 연습장' 박재수 작가도 있다. 그는 2014년부터 스케치북에 연필로 그린 그림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면서 유명해졌다. 일상의 그림을 넘어서 대중이 한 번쯤 생각해봤으면 하는 화두를 던지기도 한다.

우려와 기대 사이, SNS 시의 현재 위치
 반면 SNS 시인에 대한 조심스러운 시선도 있다. 국어를 전공하는 김이현(한국어문학과 2) 학생은 "전공자로서 느끼기엔 SNS 시가 우리 문학 속 시에 비해 완성도가 낮다고 생각한다. SNS 시는 문학적인 시랑 다르게 단어 하나, 문장 하나에 담긴 함축적인 부분은 없다"며 "물론 SNS 시는 트랜드에 맞게 센스 있는 요소들이 많지만 문학의 측면에서 볼 때 그 깊이가 덜하다"고 문학적 가치의 손실을 우려했다.

 SNS 시는 기존의 '시' 개념에 편입된 문학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도 있다. '트위터 시의 현상과 가능성'(김영주, 2015)에 따르면 SNS 시는 시의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지만, 시어의 함축적 의미를 담은 문학적 가치를 논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체계상으로는 다양한 소통이 가능할 것처럼 보이는 SNS가 오히려 마음 맞는 사람과의 끼리끼리 나누는 일방향적 소통을 유도한다. 하상욱 작가 역시 작품을 통해(하상욱 단편시집 차단에서) SNS 시의 한계점을 말하며 비판했다.

 이러한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은 SNS 시의 간편성을 즐긴다. 사람들이 단문에 공감하는 현상을 놓고 전문가들은 스마트 폰 중심의 매체 변화와 생활 패턴 변화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고 했다. '공부의 대상'이었던 시가 쉽게 대중들에게 다가 올 수 있게 변화했다는 점에서 SNS 시의 긍적적인 측면을 볼 수 있다.

 바쁜 일상을 보내는 현대인에게는 글을 읽을 시간이 부족하다. 때문에 독자들이 원하는 문학의 스타일도 바뀌고 있다. 짧고 순간적이며 쉽게 공감할 수 있는 SNS 시는 변화되는 사회와 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편리함을 가져다 준 디지털 시대에 살지만 우리는 더 바빠지고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게 됐다. 여유가 사치가 된 지금, SNS를 통해 언제 어디서든 짧은 글귀를 읽을 수 있다. SNS 시는 디지털 시대 속에서 아날로그 감성을 느낄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최지이 기자
jiyeechoi@donga.ac.kr

<참고자료>
「 트위터 시의 현상과 가능성」 - 하상욱의 『서울 시』, 『서울 시2』를 중심으로 (김영주,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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