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빈곤 여든까지 간다?
스무살 빈곤 여든까지 간다?
  • 박현주 기자
  • 승인 2017.04.03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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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빈곤 실태를 점검하다

 "(복지는) 타이타닉 호에 구명보트 타는 순서대로 가야 한다" 한 대선후보의 발언이다. 누리꾼들은 상대적으로 자립할 능력이 부족한 노인, 영유아,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복지의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 당연한 얘기임에 공감했다. 그러나 동시에 청년이 그와 같은 이유에서 항상 복지의 후순위로 밀려났다며 큰 반발을 쏟아냈다. 실제로 반값등록금, 취업난 해결과 같은 청년의제는 해결된 적이 없었다는 평가가 많다.
이렇듯 청년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던 '빈곤'이란 단어는, 어느새 청년 곁에 찰싹 붙어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부각됐다.

빈곤이 곧 평균인 청년들
 2015년 3월 조선일보에서 연재되는 웹툰 '조이라이드'가 논란이 됐다. 빅맥지수보다 최저시급이 낮으니 최저시급을 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반박한 내용 때문이었다. 빅맥지수는 맥도날드 빅맥 햄버거의 현지 가격을 달러로 환산해 각국의 물가수준과 통화가치를 비교한 것이다.

작가 윤서인 씨는 웹툰에서 "한 시간에 햄버거 세트 하나씩 사먹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밥 버거, 편의점 도시락 등 조금만 찾아봐도 가성비 좋은 한 끼 식사가 있는데 왜 굳이 비싼 미국 버거 세트를 딱 한 시간 일해서 먹어야 하느냐"는 논지를 펼쳤다.

해당 웹툰에 누리꾼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누리꾼들은 "빅맥이 비싸면 밥 버거를 먹으라니 현대판 마리 앙투아네트"라며 "윤 씨는 빅맥지수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요즘 대학가를 보면 웹툰의 내용이 곧 현실인 듯하다. 우리 대학교의 각 캠퍼스 주변에도 값싼 한 끼를 내놓는 밥 버거 가게와 도시락 가게가 즐비하다. 황다솜(행정학 2) 학생은 "값이 싸고 맛있어서 컵 밥을 자주 먹는다"고 말했다. 최근 밥 버거나 컵 밥이 나트륨이 높아 몸에 좋지 않다는 기사를 봤냐는 질문에 "몸에 안 좋은 건 알지만 다른 음식을 먹기에는 가격이 부담된다"고 답했다.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의 '2014 한국 대학생의 삶과 사회인식'에 따르면 대학생 월 평균 아르바이트 급여는 20~40만 원 미만이 38.7%로 가장 많았고, 40~60만 원 미만이 24.7%, 60~80만 원 미만이 9.4%였다. 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의 월 평균 생활비 지출액은 약 66만 원이다.

생활비와 교통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박지호(건강관리학 3) 학생은 "평일에는 학교를 다녀야 해서 주말에 하루 10시간씩 서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페와 전시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지수경(독어독문학 2) 학생은 "수업을 마치자마자 아르바이트를 가서 한밤중에 집에 오면 녹초가 된다"며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전했다.

▲ 부산창업카페 2호점의 스터디룸에서 학생들이 창업 스터디 모임을 하고 있다.

청년 빈곤은 세대 빈곤의 시발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복지포럼 2017-2월호의 '청년 빈곤 실태 : 청년, 누가 가난한가'(김태완, 최준영)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청년 빈곤율(중위소득의 50%에 못 미치는 상태로 상정)은 19~24세 7.4%, 25~29세 7.1%, 30~34세 3.7%였다. 2009년의 세계 경제위기 이후로, 25~29세 빈곤율은 2013년 4.7%에서 2015년 7.1%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보고서는 19~24세 청년층이 연령 증가 후에도 소득이 개선되지 못하고 불안정한 생활 상태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한다.

특히 1인 가구 청년의 빈곤율은 2011년 12.9%에서 2014년 21.2%로 크게 증가했다. 노인 빈곤율 다음으로 가장 높은 수치다. 주된 이유는 주거 문제다. 소득이 높지 않은 청년층에게 월세 거주로 인한 임대료 부담이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의 부채 현황 조사 결과, 대학생 3명 중 1명은 빚이 있다. 설문에 참여한 4년제 대학생 3,605명 중 29.9%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들이 현재 갚아야 할 부채의 총액 평균은 2,580만 원이다. 2016년 기준, 한국장학재단의 대출 연체율은 4.19%로 국내 은행 가계신용 대출연체율(0.67%)의 약 6배에 달한다. '부채세대'란 말은 더 이상 과장이 아닌 셈이다.

또한 한국장학재단에서의 생활비대출이 2011년 2,279억 원에서 2015년 4,521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2013년부터 생활비 대출의 한도가 100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늘어난 것을 감안하더라도 등록금 이외에 주거비나 교재비, 교통비 등 '제2의 교육비' 부담이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 생활비 대출을 했다는 박진이(경영학 4) 학생은 "버는 돈은 없는데 쓸 곳은 많다"며 "앞으로도 대출을 하게 될 것 같지만 언제 갚을지는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청년 빈곤의 가장 큰 문제는 청년이 빈곤을 벗어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청년기는 취업을 통해 생계자원을 확보하고 결혼이나 직장생활 등 사회적 관계를 시작해야할 중요한 시기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정현정(국제법무학 '17) 동문은 "취업이 너무 어렵다. 더 이상 뭘 준비해야할지 모르겠는데 집에서는 눈치가 보인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청년빈곤실태 : 청년, 누가 가난한가'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이 취업난을 뚫고 노동시장에 진입한다 해도 불안정 일자리가 많아 청년빈곤은 고착화된다. 2006년 19~34세 청년층의 상대소득 빈곤율은 6.7%였다. 그러나 이들이 29~44세가 된 2015년에도 19~34세의 빈곤율은 6.3%다. 보고서는 일부 연령이 겹치는 오차를 포함하더라도 청년기의 빈곤이 장년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한다.

청년유니온 김영민 정책팀장은 "빈곤은 시민적 사회권을 박탈시킨다"고 말했다. 경제적 어려움이 인간답게 살 권리를 빼앗는다는 것이다. 이어 "소득은 중위임금에 근접하더라도 주거비용이나 학자금 대출 등으로 인한 부채 비용이 과중하여 '실질적 빈곤 상태'에 있는 청년이 다수"라며 "(청년빈곤은) 이러한 문제까지 종합적으로 파악하여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청년에게도 소득을 - 청년수당과 청년배당
 우리 사회에 '청년 빈곤'이라는 의제가 떠오른 건 서울시의 '청년수당'과 성남시의 '청년배당' 정책 이후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은 청년활동지원사업의 일환이다. 불안정 고용과 미취업의 불안을 해소하고자 중위소득 60% 이하 저소득층, 미취업 청년에게 월 50만 원씩 6개월을 지급한다. 작년 8월, 서울시는 2,831명에게 청년수당 50만 원을 지급했다. 6개월 간 계속해서 지원될 예정이었지만 첫 달을 끝으로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보건복지부의 시정명령 조치와 직권취소 처분 때문이었다. 이에 서울시는 소송을 제기하여 현재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당시 지원금이 구직활동과 무관하게 사용되거나 고의적으로 취업을 하지 않는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서울시는 월별 활동 보고서와 지출 내역 감사를 통해 지원금이 다른 곳에 쓰이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이러한 지적에 대해 선을 그었다.

실제로 서강대학교 현대정치연구소의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사업 참여자 분석 연구'에 따르면, 항간에서 우려했던 도덕적 해이 현상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청년수당을 받은 2,831명 중 96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청년들은 전체지원금의 70% 수준을 취업과 창업에 필요한 직간접 비용으로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서울시는 청년수당 지원 대상을 5천여 명으로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성남시 3대 무상복지사업 중 하나인 '청년배당'은 취업 및 창업에만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는 청년수당과 달리, 생활비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성남에 거주하는 만 24세 이상 청년들에게 분기별 25만 원씩 연 100만 원을 지원하는 제도다. 현금 대신 지역화폐인 성남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고 있다.

수혜한 청년배당금으로 부모님과 외식을 했다는 신혜돈(27) 씨는 "수입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청년배당을 받으니 활기를 얻은 기분이었다"며 "만 24세 이상 청년들은 대개 사회 초년생이거나 백수일 확률이 높기 때문에 생활에 보탬이 될 좋은 정책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사회의 부를 공유할 권리 - 기본소득
 청년수당에 이어 최근에는 기본소득이 빈곤 문제를 해결할 정책으로 떠올랐다. 기본소득은 이제껏 복지에서 한 발짝 비껴있던 청년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작년 스위스는 기본소득 도입을 국민투표에 부쳤고 핀란드는 올해부터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최근 문재인, 심상정, 이재명 등 대선주자들 또한 기본소득에 긍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덕분에 우리나라에도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활발해졌다.

대전의 '띄어쓰기 프로젝트' 팀은 SNS를 통해 지원자를 모집하고 추첨해 6개월 간 50만 원의 기본소득을 제공한 뒤, 삶의 변화를 관찰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프로젝트의 이름은 띄어쓰기 없이 밀려오는 삶에 기본소득이라는 쉼표를 찍어보자는 의미에서 정해졌다. 이들의 최종 목표는 팀원들 스스로가 국가로부터 기본소득을 받는 것이다.

띄어쓰기 프로젝트 팀은 "사회구성원들은 그 사회에서 생산된 부를 나누어 가질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며 기본소득이 모두에게 주어져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기본소득을 받으면 무엇을 하겠냐는 질문에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겠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며 "생계를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해야만 하는 지금의 삶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내 시간을 내가 쓸 자유'라는 슬로건도 생계라는 짐을 조금이나마 내려놓고 자신의 시간을 원하는 대로 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지었다"고 덧붙였다.

청년빈곤을 해결하기 위한 각국의 노력
 세계의 청년빈곤 정책은 대체로 청년들이 학교에서 노동시장으로 원활하게 옮겨갈 수 있도록 돕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청년의 '자립가능성'을 키워주기 위함이다. 일본의 경우 '잃어버린 10년'을 거치면서 프리터(Free arbeiter)족, 니트(NEET,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 청년들이 급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체험활동 중심의 진로교육을 하고 있다. 또한 각 지역의 실정에 맞게 정책이 달리 운영되는데, 군마현이나 오카야마현에서는 청년들의 직업관 육성을 위해 내실 있는 커리어 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취업단계에서도 자세한 취업지원과 재도전을 지원하며 일할 의욕을 도모하는 데 중점을 둔다. 아키타현은 청년의 유출을 막기 위해 취직희망등록제도를 마련해 지역 내 기업과의 합동취직설명회와 면접회 등의 기회를 제공한다.

독일의 가장 대표적인 청년지원정책으로는 '바펙'을 꼽을 수 있다. 학생들이 생활비가 없어 학업을 중단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학생들을 대상으로 생활비와 학습교재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물론 고졸자에게는 18세까지, 대학 진학자에게는 25세까지 월 184유로(약 22만 원)의 아동수당이 제공되고 대학등록금이 무상인 것과는 별도로 제공된다. 고등학생까지는 지원받은 생활비를 전혀 상환할 필요가 없으며 대학생의 경우 지원금의 절반은 무상으로, 나머지 절반은 무이자 국가장학금 대출 형태로 제공된다.

호주는 청소년 수당과 교육지원 급여를 지급한다. 청소년 수당은 16~25세의 학업 및 직업훈련 과정에 있는 청소년을 위한 급여 제도다. 자산조사를 바탕으로 2주에 20~60만 원의 금액이 지급된다. 교육지원 급여는 25세 이상의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나이의 상한선이 존재하지 않아 평생 동안 배움을 지속할 수 있다. 특히 장기 실업자의 경우 특별 급여가 추가 지급되어, 노동시장 정책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부산시의 청년정책은?
 부산시는 2016년 11월, 청년정책을 진단하고 개선하기 위해 '청년정책 테스크포스팀'을 꾸렸다. 또 올해 4월까지 청년의 고용촉진과 능력개발, 문화 활성화 등을 지원하는 '청년기본조례' 제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더불어 청년정책 워크숍과 부산창업카페, 일자리 정책을 홍보하고 소통하는 '청년일자리허브 와이플러스(Y+)센터'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청년층의 주거 안정을 위해 시세보다 임대료가 낮은 공공임대주택 사업이나 행복연합기숙사 비용 지원 사업 등을 실시할 계획이다.(본지 1133호 3면 참고) 또한 한국장학재단과의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대학생 학자금 대출이자 지원, 대학생 취·창업 연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행정자치부의 지방자치법규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의 청년지원 관련 조례 134건 중 부산은 11건이다. 서울이 19건, 경기도가 26건, 전남이 15건인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청년빈곤에도 새로운 시선이 필요하다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다. 어려운 고난을 이겨내며 얻은 교훈이 청춘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천주희, 사이행성, 2016)의 저자는 이 격언을 평해달라는 기자의 물음에 '다시 쓰여야 할 말'이라 답했다. 과거 고성장 사회의 보상체계에서는 청년기에 고생을 하면 저축도 하고 집도 사는 장기적인 삶의 전망을 그려볼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저성장 사회에서는 청년기를 보내는 것만으로도 이미 많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젊어서 고생을 사서 하는 사람이 늙어서도 고생의 고리를 벗지 못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개인에게 고생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의제로 빈곤의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방안을 모색해야한다"고 덧붙였다.

2017년, 작은 촛불들의 연대를 통해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내고 조기 대선을 앞둔 지금, 우리는 현재 청년들이 겪고 있는 '고생'이 값진 대가로 환원되고 있는지 고민해보아야 한다. 청년의 빈곤에 새로운 시선이 던져지지 않는다면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헛헛한 위로 속에서, 청춘은 계속 아픈 채로 늙어갈지도 모른다.

 

박현주 기자
hyunju009@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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