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8일, 국내 일요 신문인 중앙SUNDAY가 창간 10주년을 맞아 창간인인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을 인터뷰했다. 기자들은 홍 회장에게 언론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물었다. 이에 홍 회장은 "과거를 파헤치기보다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언론이 누군가 혹은 어떤 일의 과거를 파헤쳐 보도하는 것은 당사자에게는 치부를 드러내는 수치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다. 더욱이 그 과거가 사회구성원으로부터 크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사건에 관련된 모든 이들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도 있다. 그렇기에 언론에게 과거를 파헤치는 일이란 언제나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과거를 낱낱이 파헤치는 것이야말로 언론의 사명이다.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를 정확히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거를 더 집요하게 파헤쳐 어떤 점이 잘못됐는지,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알아내야 한다. 그래야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와 오늘의 점들이 모여 미래의 점을 만든다. 따라서 과거를 파헤치는 일은 곧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자세다. 여기서 언론이 해야 할 일은 미래의 지향점을 직접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과거의 일을 파헤치고 보도해 그것을 접하는 독자들로 하여금 미래의 지향점을 찾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필자가 생각하는 언론의 역할이다.
학보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어떤 이는 학보의 기사를 읽고 '뒷북'이라고 말한다. 한마디로 시의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맞는 말이다. 학보는 월간으로 발행된다. 때문에 시의성이 다소 떨어지는, 과거를 파헤치는 기사가 대부분이다. 이미 몇 주가 지난 사건이 기사화되기도 한다. 하지만 시의성이 떨어지는 과거의 사건이라고 뉴스로서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시의성을 뛰어넘는 다른 가치, 즉 과거를 파헤쳐 오늘과 미래를 이야기하는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고(故) 리영희 선생은 『우상과 이성』에서 "맥락을 추려서 그것을 다시 캐내어 똑똑히 들여다보는 것이야말로 어려운 내일을 사는 지혜이고 용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치스러운 과거를 그저 지나간 일로 치부하고 외면하는 것보다는 그것을 추려서 똑똑히 들여다보고 다가올 어려운 내일을 준비하는 것이야말로 지혜이고 용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