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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봄날은 따스했다 <봄날은 간다>(감독 허진호, 2001)춘사월, 네 기자의 봄맞이
최승한 기자  |  0000@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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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4.03  17:3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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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것이 시작하는 계절 봄. 사람들은 새로운 시작에 맘 설렌다. 이 영화도 그렇다. 봄은 사랑이 시작되는 계절이며 모든 것이 행복할 것만 같다. 하지만 계절이 변하는 것처럼 사랑도 변한다. 사랑이 영원한 '봄날' 같다면 이 영화, <봄날은 간다>를 추천한다.

   
 

 치매인 할머니(백성희 분)와 젊은 시절 아내를 떠나보낸 아버지(박인환 분) 그리고 고모(신신애 분)와 함께 사는 주인공 상우(유지태 분)는 사운드 엔지니어다. 어느 겨울날 상우는 지방 방송국 라디오 PD인 은수(이영애 분)를 만난다. 은수는 자연의 소리를 담기 위해 상우를 찾아왔다. 둘은 같이 녹음 여행을 다니며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된다. 상우가 은수를 집에 데려주던 날 밤, 은수는 상우에게 "라면 먹을래요?"라고 묻는다. 일본의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의 '달이 아름답네요'에 버금가는 명대사다. 그 후 둘은 사랑에 빠진다.

 둘에게 찾아온 봄날은 너무나도 행복하기만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어느 여름날 상우의 할머니가 사라진다. 밤늦게서야 경찰서에서 할머니를 모시고 온 상우는 아버지에게서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결혼해라'는 말을 듣는다. 이에 상우는 은수와 함께 라면을 먹으며 결혼에 대해 언급한다. 그러나 한 번 이혼을 경험한 은수는 상우의 마음을 부담스럽게 여긴다. 여느 때와 같이 녹음을 하고 은수를 데려다주던 날 은수는 상우에게 "(일이) 끝나간다"고 말한다. 그리고 은수를 데려다주고 일이 있어 가봐야겠다고 하는 상우에게 은수는 "와서 라면이나 끓여"라고 말하며 둘은 말다툼을 한다. 그 날 밤 상우는 은수의 방에서 짐을 뺀다. 이후에도 둘은 종종 만나지만 둘의 사랑은 예전 같지 않았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묻는 상우에게 은수는 헤어지자고 답한다. 은수에게 새로운 인연이 생기고 상우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서울과 강릉을 오가며 방황한다.

 시간은 지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다시 찾아온 봄, 은수는 옛 추억에 상우를 불러낸다. 할머니께 전해드리라며 작은 화분을 건네는 은수, 상우는 벚꽃이 만개한 길에서 화분을 돌려준다. 그리고 상우는 보리밭에서 녹음된 은수의 허밍을 들으며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띤 채 영화는 마무리된다.

 갈수록 짧아지는 봄처럼 우리는 우리 곁의 소중한 사랑을 눈치채지 못하고 지나치고 있지 않을까. 그렇다고 짧기만 한 봄을 너무 원망하지 않았으면 한다. 짧았던 봄날은 추억이 되어 나를 성숙시키고 언제나 그렇듯 봄이 가고 계절이 바뀌면 또다시 봄이 올 테니까.

최승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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