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중심에 선 부산 지하철 '여성배려칸'
논란의 중심에 선 부산 지하철 '여성배려칸'
  • 손혜선 기자
  • 승인 2017.05.15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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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지하철 1호선 다섯 번째 칸 앞에 서면, 핑크색 '여성배려칸' 안내문을 볼 수 있다. 여성배려칸은 부산 도시철도 이용객 수가 늘어남에 따라 임산부와 영유아를 동반한 여성승객에 대한 배려 문화 조성과 성범죄 예방을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승객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인 오전 7~9시, 오후 6~8시 1호선 노선에 한해 운영된다. 1호선에만 운영되는 이유는 2호선과 4호선의 경우 출·퇴근 혼잡도가 높지 않고, 비교적 혼잡한 3호선은 전동차 4량으로 운행해 여성배려칸을 만들었을 때 불편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2016년 9월부터 시행한 여성배려칸은 현재 정착단계에 접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역차별과 실효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다른 도시는 포기했던 '여성배려칸',
부산 정식 운영

 여성배려칸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사례는 부산이 처음이다. 앞서 서울·대구에서 한때 '여성배려칸' 도입을 시도했으나 역성차별 논란이 심했고 잘 지켜지지 않아 무산됐다. 이러한 실패 사례가 있는 만큼 부산도시철도 여성배려칸도 시범 운영 기간부터 찬반 논란이 거셌다. 이에 부산교통공사 측은 임산부와 영유아 동반자 배려 문화가 확산되어서 사회 상황이 그 당시와는 많이 달라졌고, 강제성이 아닌 자발적인 동참을 촉구하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부산교통공사는 지난해 6월 여성배려칸 시범운행 도시철도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찬성여론이 높게 나타남에 따라 정식운영을 결정하게 됐다. 부산대학교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도시철도 이용고객 2,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88.35%가 여성배려칸에 대하여 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고, 여성배려칸 운영에 찬성 의견을 보인 응답자는 58.55%(1,171명), 반대 의견을 보인 응답자는 41.45%(829명)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20대(반대 54.5%)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찬성 의견이 반대 의견보다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러한 설문조사 결과와 달리 여성배려칸 운영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이들이 많다.

 정주현(국제무역학 3) 학생은 "여성배려칸을 이용해 본 적이 있는데, 아직 잘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며 "오히려 여성전용이 많을수록 여성인권이 낮은 현실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허정(신문방송학 3) 학생은 "여성배려칸 시행 사실을 잘 알고 있고, 눈치가 보여서 잘 지키려는 편"이라며 "남자인 입장에서 반대하는데, 취지는 좋으나 실용성이 너무 없다"며 반대 이유를 설명했다.

▲ 부산도시철도 1호선 '여성배려칸' 운행사진이다.

여성배려칸을 둘러싼 논란들

 이용객이 많은 도시철도의 특성상 '여성배려칸' 논란에 대한 마찰음도 피할 수 없다. 논란은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시각'이라는 문제 제기에서 시작됐다. 역차별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여성배려칸' 자체를 여성에 대한 특혜이자 남녀차별 정책이라고 보는 일부 누리꾼들의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또한 다소 모호한 규정 그리고 여성들 사이에서도 반대의견이 더해져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됐다.

일각에서는 "혼용칸에 탈 경우에는 추행을 당해도 좋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다소 거친 주장도 등장했다. 본의 아니게 혼용칸에 타게 됐을 때 발생하는 '부메랑 효과(어떤 행위가 행위자의 의도를 벗어나 불리한 결과로 되돌아오는 것)'에 대한 부산교통공사 측의 제재 방안이나 대책이 없어 보인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부산교통공사는 '여성배려칸'의 목적은 여성을 범죄로부터 지키고 배려하자는 취지가 주가 되고 성범죄 방지는 부가적 목적이라는 뜻을 밝혔다.

 또한 실효성 문제도 논란이 됐다. 부산 지하철의 여성배려칸은 여성전용칸이 아니기 때문에 여성배려칸에 탑승한 남성 승객을 관리자가 강제로 하차하게 하거나 처벌할 수 없다. 법적 강제성 없이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운영되는 것이다. 때문에 말만 여성배려칸이지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조범철(정치외교학 2) 학생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자는 취지는 좋지만 한편으로는 여성을 사회적 약자로 몰아가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여성배려칸 정책이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 건 아닌지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의 이해와 배려, 공감대 형성이 필요

 일본의 경우 2000년부터 도쿄, 오사카 등의 도시철도에서 출근시간에 여성전용칸을 운영해 시행 17년차에 접어들었다. 일본 역시 여성전용칸 시행 초기에는 역차별, 실효성 등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정착해 운영 중이다. 부산지하철의 여성배려칸은 현재 시범운행 기간을 마치고 어느 정도 정착기간에 있지만 초기에 비해 줄어든 관리자 인력과 홍보 부족 등 보완할 점이 많다. 더불어 여성배려칸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이에 부산교통공사는 "도시철도 여성배려칸이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만큼,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손혜선 기자
line_is@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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