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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영화, 원작을 만나다ㅣ청춘의 사랑, 현실, 이별이 주는 담담한 감동
최지이 기자  |  000@d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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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15  14:3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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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모두 비슷한 하루를 살아간다. 아침에 일어나서 수없이 많은 사람을 만나고, 점심 메뉴를 정하고, 날아가는 새를 본다. 너무나도 당연한 일상이라 따분하고 재미없다고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지루한 우리의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경험이 될 수도 있다.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Josee, The Tiger And The Fish, 2003)의 주인공 조제(이케와키 치즈루 분)는 하반신을 움직일 수 없는 장애를 가졌다. 때문에 가끔 할머니가 밀어주는 유모차를 타고 바깥 세상을 구경하는 것이 조제의 유일한 일탈이다. 하지만 다리를 못 쓰는 손녀를 누가 볼까 부끄러워 하는 할머니 때문에 잠깐의 산책마저도 늦은 밤이나 해뜨기 전 새벽에만 겨우 할 수 있다. 몇 평의 집이 그녀에겐 세상 전부이다.

 바깥으로 나갈 수 없는 조제는 할머니가 밖에서 주워오는 책들을 외울 때까지 읽으며 자기만의 세계를 그려나간다. 그녀는 그 책 중 '프랑수아즈 사강'의 '한 달 후, 일 년 후'라는 책을 가장 좋아한다. 사강의 소설 속 여자주인공을 동경하며 자유를 탐한다. 그러나 불편한 몸 때문에 조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이름을 주인공과 똑같이 불리는 것이다. "별로 외롭지 않아,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그저 천천히 시간만 흐를뿐이야"라며 삶의 이유가 없는 조제였다. 몸이 불편한 그녀는 언제든지 버려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고 사강의 소설 속 조제를 동경하며 혼자지만 외롭지 않을 자신을 꿈꿔왔다. 그런 조제의 삶 속으로 츠네오(츠마부키 사토시 분)가 들어온다. 츠네오를 만나기 전까지 조제에게 밖은 모든 경계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츠네오를 통해 조제의 세상은 활짝 열린다.

   
 

 원작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다나베 세이코,1985)는 영화보다 내용이 짧고 압축됐다. 원작은 그저 조제의 짧은 한 마디 한 마디를 연결시켜 독자들의 상상에 조제의 마음을 맡겼다. 심지어 소설의 결말까지 독자에게 열어두었다. 그러나 영화는 원작보다 다양한 인물과 에피소드를 입체적으로 추가했다. 츠네오의 친동생, 카나에, 조제의 어린 시절 친구 등 원작에서는 볼 수 없었던 많은 인물이 영화에 등장한다. 인물들은 각자 하나씩 사연을 가지고 있어서 영화 속에서 진행되는 조제와 츠네오의 감정 변화, 사건 등을 촘촘히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원작에서는 느끼기 어려웠던 조제와 츠네오라는 인물의 이면까지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다.

 영화는 독특한 연출법으로 감독의 의도를 드러냈다. 유독 장면들이 멈춘 스틸컷이 많이 등장한다. 특히 츠네오의 도움으로 해가 뜬 시간에 처음 산책을 나왔던 조제의 장면에서 스틸컷 연출이 돋보인다. 조제는 낮에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신기한지 두리번거리며 큰 눈에 풍경을 담는다. 조제의 시선이 멈추면 장면도 따라서 멈춘다. 마치 사진들을 나열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우리가 과거의 애틋한 추억을 생각할 때 보통 영상으로 기억하지 않고 그 찰나의 장면으로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조제 또한 츠네오와의 산책이 잊어버리고 싶지 않은 특별한 경험이었을 것이다.

 제목의 '조제', '호랑이', '물고기'는 전혀 동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단어들이다. 하지만 이 불능의 코드 세 가지는 모두 조제가 동경하는 것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좋아하는 남자가 생기면 무서운 호랑이를 함께 보고 싶다고 한 조제다. 조제에게 호랑이란 그저 동물이 아니다. 몸이 불편한 자신이기에 밖의 세상이란 벽이었다. 좋아하는 남자가 생긴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조제가 츠네오를 만나 호랑이를 보았다는 것은 자신의 불가능을 깨버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조제는 자신이 동경하는 물고기와 호랑이를 만나기 전까지의 삶을 부정하지도, 슬퍼하지도 않는다. 그저 언젠가 그것을 볼 날을 묵묵히 기다렸고, 마침내 조제는 츠네오를 만나 함께 호랑이와 물고기를 보게 된다.

 일상이 내 마음처럼 되질 않고, 지루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조제처럼 현실의 벽에 부딪혀 소망하던 일을 이룰 수 없고, 매일 같은 일들이 반복된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조급해 하지 말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작은 특별함을 찾아보자. 조제가 호랑이와 물고기를 만나는 날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묵묵히 살아갔던 것처럼.

최지이 기자
jiyeechoi@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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