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잠, 어떻게 입고 있나요?
과잠, 어떻게 입고 있나요?
  • 안다현 기자
  • 승인 2017.05.15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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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추운 변덕스러운 날씨가 계속되는 요즘. 일교차가 심한 날씨 때문에 매일 아침 옷장 앞에서 학생들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고민 끝에 학생들은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는 과 잠바(이하 과잠)을 찾게 된다. 과잠은 어떤 옷과 같이 입어도 잘 어울리고, 환절기에 입기 좋은 옷이라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여러 부정적인 사례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한다.

복장이나 두발에 관해 자유롭지 못했던 중·고등학교 시절을 졸업하고도 대학생들은 왜 다시 학교의 단체복인 과잠을 찾게 되는 것일까? 과잠을 입는 관행은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 <일러스트레이션 = 신예진 기자>

대학생들의 교복, '과잠'

 과잠은 '학과 잠바'의 줄임말이다. 외형은 야구잠바에 학교, 학과 이름과 학번을 새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학교 이름은 보통 영어로 등에 가장 큰 글자로 넣는다. 학교 이름 밑에는 과 이름을 영어로 적는다.
과잠의 디자인은 과마다 다르다. 그리고 과내에서도 학번에 따라 과잠의 색과 디자인이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과잠은 3~6만 원 정도의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으며, 옷의 질과 주문 수량에 따라서 가격이 결정된다.

 최근 대학생들을 독자층으로 삼고 있는 잡지 <CAM PUS10>에 실린 '신입생들이 과잠을 입는 이유는 소속감을 위해, 재학생이 과잠을 입는 이유는 편해서'라는 내용의 기사가 대학생들의 많은 공감을 받았다. 또한 '과잠'이라는 키워드를 SNS에 검색하면, #과잠코디 #과잠활용법 #과잠룩 등 과잠 코디에 관심이 있는 대학생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과잠은 대부분의 대학생의 일상에서 꽤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1865년 아이비리그에서 시작된 과잠, 우리나라는 1990년대에 등장

 대학생들이 단체복인 과잠을 입는 관행은 미국 아이비리그에서 시작됐다. 1865년 하버드 대학교 야구팀이 처음으로 제작을 하게 됐고, 야구팀에 이어 1875년 풋볼팀이 과잠을 입기 시작했다. 과잠이 점차 다른 학교로 퍼져 나가며 학생들이 평소에도 과잠을 입고 다니자 1952년에는 10대들 사이에서 명문대학의 과잠을 입는 것이 유행했다. 교수들이나 대학을 졸업한 선배들도 과잠을 즐겨 입었다. 명문대학의 이름이 하나의 브랜드처럼 인정되는 것이다.

 'Varsity jacket'이라고 불리는 이 옷은 현재의 우리나라 대학들의 과잠 모습과 비슷하다. 처음에는 니트 형식의 옷이었으나 1930년대에 재킷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바사티(varsity) 재킷은 칼리지(college) 재킷, 레터멘(letterman) 재킷이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부터 과잠이 등장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학생들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2000년대로 추정된다. 명문대를 중심으로 등장한 과잠은 처음에는 '과도한 학벌 과시'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과잠을 '자부심'에 입는 학생들보단 '편안함' 때문에 찾는 학생들이 많아지자 다른 대학의 학생들도 과잠을 맞추기 시작했다.

동아리, 개발팀, 학생회 …
여러 단체의 '과잠'들

 같은 과끼리 맞추는 잠바뿐만 아니라 동아리에서 맞추는 '동잠(동아리 잠바)'도 있다. 한 학부의 학생회끼리 옷을 맞추기도 한다. 이처럼 소규모의 집단이라도 소속감을 위해 단체복을 맞춰 입는다. 우리 대학교 학생들이 개발한 학교 앱 '디스이즈(THIS IS)'의 개발팀은 개발팀만의 단체복을 맞춰 입었다. 보통 학교 마크가 새겨지는 자리에는 앱의 아이콘이 새겨져 있다. 디스이즈 개발팀 팀장인 김기환(컴퓨터공학 3) 학생은 "디스이즈가 공식적인 동아리가 아닌데도 (과잠을) 맞춘 이유는 디스이즈만의 특색을 살리기 위해서이다"라며 "과잠에 디스이즈 마크를 새긴 것도 사람들이 디스이즈를 많이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한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약 1만 명의 학생들이 디스이즈를 이용하는 만큼 디스이즈의 과잠을 입고 다닐 때 알아보는 학생들도 있다고 말했다. "(디스이즈 과잠을 보고) 말을 거는 사람들도 있었고, '어 디스이즈다'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을 때도 있었다"며 "디스이즈 과잠을 맞춘 많은 이유 중 하나가 어플리케이션 홍보였는데, 여러 사람들이 알아보니까 뿌듯하다"고 전했다. 과잠의 장점에 대해 묻자 김기환 학생은 "따뜻하고 편한 것"이라며 "앱 개발을 하다보면 밤을 새울 때가 많아서 편안한 옷을 찾다가 과잠을 선택하게 된다"고 전했다.

▲ 디스이즈 팀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천편일률적인 과잠보다는 독특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과잠이 유행하고 있다. 이화여대, 숙명여대 등 여대들 사이에서는 교화를 과잠의 등에 새기는 것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여대의 특성을 살려 예쁘고 화려한 디자인으로 과잠을 만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호피무늬의 과잠, 돕바(롱패딩), 항공점퍼 등 학생들의 개성과 창의력을 담은 단체복이 많다. 우리 대학 석당인재학부 학생회인 '너나들이'는 기존의 야구점퍼 모습의 과잠이 아닌 항공점퍼로 과잠을 맞췄다. 학생회의 일원인 정영훈(석당인재학 2) 학생은 "과잠을 입었을 때 우리과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진다"며 "학생회 간의 소속감이 느껴져서 단결이 잘 되는 것 같고, 학생회 생활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전했다. 과잠을 항공점퍼로 맞춘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정영훈 학생은 "야구 점퍼는 날씨가 더워지면 입기가 힘들어지는데, 항공 점퍼는 그렇지 않아서 편하고 좋다"고 답했다. 김성원(석당인재학 1) 학생은 "과잠을 항공 점퍼로 맞춘 것이 참신했다"고 전했다.

▲ 석당인재학부 학생회 '너나들이'의 특별한 항공점퍼 과잠이다.

'대학생의 상징'인 과잠,
그리고 그 이면

 과잠은 대학생의 상징이 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고등학생 때부터 과잠에 대해 로망을 가지고 있는 학생도 있다. 올해 입학한 김유주(중국어학 1) 학생은 "고등학생 때 과잠을 입은 대학생들을 보면 너무 부러워서 나도 빨리 과잠을 입고 싶었다"며 "과잠을 입었을 때는 대학생이 된 것이 정말로 실감이 났다"고 전했다. 많은 학생들이 과잠의 장점 중 하나로 '편의성'을 꼽는다. 아무 옷에나 잘 어울리고, 일교차가 심한 날씨에 입기 편하기 때문이다. 과잠의 장점에 대해서 김지언(중국어학 1) 학생은 "환절기 때는 과잠을 입기에 적합한 날씨라서 과잠을 자주 입었다"며 "4년 내내 입을 옷인데, 그에 비해 가격이 싼 것 같다"라고 전했다. 김유주 학생은 "기숙사 생활을 하다보면 과잠을 자주 입는데, 아침에 늦게 일어나도 부담없이 빠르게 고를 수 있다는 점에서 과잠이 정말 편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잠이 대학생들의 생활에 밀접해 있는 만큼 그 이면도 존재한다. 울산의 모 대학은 '빈부격차의 시각화 방지'라는 명분으로 선배들이 과잠을 신입생들에게 강제로 착용하게 해 논란이 됐다. 또한 어떤 대학은 과잠에 출신 고등학교를 새기게 해 구설수에 올랐다. '같은 대학을 다니면서 출신 고등학교를 과잠에 새기는 것은 과도한 서열화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대해 최이숙(사회학) 교수는 "과거에는 과잠이 아닌 학교 백팩이 유행했었다"라며 "백팩이나 과잠 등 모든 유니폼들은 일차적으로 소속감의 상징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과잠의 유행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대학의 서열화'와 무관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학교나 지역을 소재로 단체복을 맞춰 입는 것은 학벌주의를 조장할 수 있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과잠에 새긴 학교 이름으로 과잠을 입은 학생의 소속 대학을 알 수 있기 때문에 그 대학의 위상에 따라 우월감이나 열등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람이 많은 번화가나 대중교통에서 본인보다 입결(입시 결과)이 높은 과잠을 마주치면 왠지 위축되고 열등감을 느끼는 대학생들도 있다. 지하철 1호선을 타고 등교를 하는 김지언 학생은 "(과잠을 입고) 학교를 올 때 다른 학교 학생들을 마주치게 되는데, 무의식중에 신경이 조금 쓰인다"고 전했다.

 이에 경기도의 모 전문대는 대학 이름이 없는 과잠을 맞췄다. 이유는 'in 서울' 학교를 마주쳤을 때 열등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열등감은 다른 학교들 사이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같은 학교 안에서도 입결이 낮은 과와 높은 과 사이에서도 미묘한 우월감과 열등감의 싸움은 계속된다. 최이숙 교수는 "학생들이 과잠을 입는 이유에는 소속감과 자부심이 전제로 깔려 있을 것"이라며 "과잠을 입는 학생들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과잠이 학벌의 서열화 현상을 확인할 수 있는 효과를 낳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안다현 기자
1600353@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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