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이상 사이 푸드트럭
현실과 이상 사이 푸드트럭
  • 안다현 기자
  • 승인 2017.06.05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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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우리 대학교 승학캠퍼스에서 열린 동아리 박람회는 지난해 열렸던 박람회와는 사뭇 달랐다. 제50대 '같이의 가치' 총학생회가 박람회를 축제 형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장소와 규모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번 박람회는 현재 주차장으로 사용되고 있는 구 운동장에 부스를 설치하고, 무대와 푸드트럭으로 다채로움을 더했다. 신입생들은 동아리 부스에 관심을 보인 반면, 재학생들의 관심은 후각을 자극하는 푸드트럭에 쏠렸다. 우리에게 익숙한 아파트 앞 통닭구이 트럭과는 달리, 젊은 청년 창업가들의 알록달록한 푸드트럭은 재학생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푸드트럭은 포장마차와 유사한 개념으로, 작은 트럭을 이동식 음식점으로 개조해 운용하는 차량이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푸드트럭보다는 포장마차를 더욱 쉽게 접할 수 있었다. 그러나 3~4년 전부터 수도권을 중심으로 푸드트럭이 하나의 유행처럼 늘어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지방에서도 쉽게 푸드트럭을 만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맛볼 수 있도록

 푸드트럭이라 하면 우리는 흔히 꼬치나 닭강정, 핫도그와 같이 그 자리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떠올린다. 그러나 최근에는 초밥이나 스테이크와 같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파는 음식들도 푸드트럭의 주력 메뉴가 되었다. 푸드트럭에서 파는 스테이크는 레스토랑에서 파는 것과는 달리 한입에 넣을 수 있는 크기로 작게 잘라 판매한다. '언제, 어디서든'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음식을 사서 먹을 수 있는 푸드트럭의 특징을 잘 살린 셈이다. 지난 4월 28일에서 5월 7일까지는 서울 코엑스에서 'C-페스티벌'의 프로그램, Eat The Seoul(잇 더 서울) 페스티벌이 열렸다. 이는 서울에 있는 26곳의 맛집이 '푸드트럭'으로 변신한 푸드 축제다. 축제 현장에는 피자, 햄버거, 규카츠 등 다양한 음식들이 등장했다. 이처럼 푸드트럭은 매우 다양한 종류의 음식들을 판매하고 있다. 큐브스테이크·커피·닭꼬치·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푸드트럭을 종류별로 이용해 본 우리 대학 정찬호(철학생명의료윤리학 1) 학생은 "레스토랑에 가야만 먹을 수 있는 스테이크를 길거리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며 "요리하는 걸 직접 보며 (주방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신선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덧붙여 "길거리 음식치고 비싸긴 했으나 맛이 좋았다"고 전했다.

 한편, 푸드트럭은 부담이 적은 창업이라는 점에서 업주들에게도 인기가 있다. 일반적인 창업보다는 경제적 부담이 덜하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뿐만 아니라 외국인이나 실향민도 창업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함경도 출신인 이소사 씨는 부산 강서구에서 '행운 토스트' 푸드트럭을 운영하고 있다. '행운 토스트'에는 손님들에게 행운을 주고 싶다는 이소사 씨의 마음이 담겨 있다. 이소사 씨는 탈북민 지원기관인 '동아대 부산하나센터'와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의 도움으로 푸드트럭을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푸드트럭은 독특하고 맛있는 음식을 언제, 어디서든 맛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대표적인 청년 아이템이다. 비교적 경제적 부담이 적다는 장점도 있다. 반면에 영업 지속가능성과 비싼 입점료에 대한 염려는 푸드트럭의 단점으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푸드트럭 사업 활발해져

 푸드트럭의 유래는 19세기 미국에서 개조한 마차에서 간단한 음식을 판매하던 것으로부터 개조됐다는 설과, 1974년 LA 거리에서 멕시코 이민자가 트럭에서 타코를 팔기 시작한 것으로부터 유래됐다는 설이 있다. 멕시코에서는 길거리에서 식품을 판매하는 것을 규제하지 않기 때문에 푸드트럭 사업이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호주에서도 푸드트럭은 전국적으로 사랑받고 있으며, 전국의 푸드트럭을 찾아볼 수 있는 웹사이트도 생겼다.

▲ 2017년 부산시 푸드트럭 도입 목표 <출처=부산일보>

 우리나라 정부는 지난 2014년 9월에 푸드트럭을 합법화했다. 우리나라 푸드트럭 사업은 △자동차 관리법 △식품위생법 △도로교통법 등 여러 규제에 얽매여있었다. 2014년 3월 규제개혁 장관 회의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푸드트럭 관련 규제를 '손톱 밑 가시'라고 여러 차례 언급했고 이후 점차 이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었다. 정부는 푸드트럭이 △청년실업률 해소 △새로운 창업 분야 발전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부산시는 2016년 8월부터 '부산 일자리 르네상스 프로젝트' 중 하나인 '푸드트럭 청년 창업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는 지난 4월 18일 부경대 대연캠퍼스에서 '푸드트럭 청년 창업 지원 사업' 설명회를 열었다. 또한, 희망자를 선정해 푸드트럭 개조비용의 일부를 지원하고, 푸드트럭 운영을 위한 교육을 제공했다. 시는 창업 이후에도 푸드트럭이 실제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행사와 축제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 일자리 르네상스 프로젝트'는 2018년 말까지 3년 동안 시행된다.

 부산시뿐만 아니라, 한국도로공사(이하 도공)도 청년 창업을 위해 나섰다. 도공은 2014년부터 '청년창업휴게소' 제도를 시행했다. '청년창업휴게소' 제도는 만 20세 이상 35세 이하 청년들에게 고속도로 휴게소 매장이나 고속도로 졸음 쉼터를 창업 공간으로 제공하는 제도다. 도공은 청년들에게 고속도로 졸음 쉼터 중 14곳에서 영업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트럭과 조리 기구를 무료로 제공하며, 6개월간은 임대료 0원으로 운영할 기회를 주는 등 청년 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었다.

"푸드트럭 관련 규제 완화,
취지는 좋았으나 현실은 …"

 정부는 푸드트럭이 청년실업을 해소하고 창업의 새로운 아이콘이 될 것이라는 기대 하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정부는 푸드트럭 2,000대 이상 창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로 영업 중인 푸드트럭은 2017년 2월 말 기준으로 316대에 불과하다. 푸드트럭으로 창업신화를 꿈꾸기에는 여전히 영업 여건이 나쁘기 때문이다.

 영업 가능한 장소는 한정되어있고 손님이 몰리는 곳은 입점료가 높다. 푸드트럭 영업은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가 허가한 지정된 장소에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지자체에서 허용한 장소가 많지 않을뿐더러 허용된 장소에는 유동 인구가 적다는 것이 푸드트럭 영업자들을 울상 짓게 만든다. 부산을 중심으로 퀘사디아와 감자튀김을 판매하는 푸드트럭, '부릉부릉 키친'을 운영하는 박경용(35) 씨는 "지자체에서 허가를 내주는 장소는 사람들이 많이 없고, 관광지·유원지와 같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가면 그곳은 이미 영업상가가 많은 곳이라서 매출을 올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푸드트럭 영업자들은 관광지와 유원지를 피해 축제나 행사장을 찾는다. 현재 서울시에서 푸드트럭 영업 가능 장소는 250여 곳으로, 영업 가능 장소가 너무 적다는 지적을 받았다. 서울시는 2018년 말까지 푸드트럭 영업 허용 공간을 800곳 이상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에 대해 윤해진(국제관광학) 교수는 유동인구가 많거나 영업이 잘될 만한 곳은 기존에 있는 상권으로 인해 푸드트럭 영업자와 기존 상권 사이에서 마찰이 생길 수도 있는 부분"이라며 "푸드트럭 영업 허가 구역을 늘리려는 정부의 노력이 보이기는 하나,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통한 해결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 지난 3월, 승학캠퍼스에서 열린 동아리 박람회에 찾아온 푸드트럭 '부릉부릉 키친' <제공='부릉부릉 키친' 창업자 박경용>

 박경용 씨는 "관광지·유원지를 피해 다른 영업허가구역으로 가면 사람이 많이 없어서 유동인구가 많은 축제나 행사장을 가게 되는데, 그런 곳들은 입점료가 비싸다"고 말했다. 유동 인구가 많은 대학 축제나 지역 행사에서 영업하려면, 70만 원 이상의 임대료를 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푸드트럭 영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수익보다는 홍보에 의의를 두고 영업을 한다. 수익을 많이 남기지 못하게 되면서, 푸드트럭 사업은 영업 지속성 면에서 가치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받는다. 윤해진 교수는 "푸드트럭이 소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쉽게 열었다가 쉽게 닫는 경우가 있는데, 정부는 그러한 행정을 해서는 안 된다"며 "입점을 하는 점포들이 주변 상권을 분석하고, 시장 파악을 한 뒤 입점하는 것처럼 푸드트럭도 주변 시장 조사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뿐만 아니라 박경용 씨는 축제 장소나 행사장에서 영업하면 민원을 받기도 한다고 밝혔다. 그는 "시청에서 허가를 낸 푸드트럭이어도 불법 노점상으로 오해하고 민원을 넣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푸드트럭이 수도권이나 유명한 국내 관광지를 위주로 퍼져나가다 보니, 아직 이를 낯설게 느끼는 지역도 있다. 2016년 11월 말을 기준으로 한 조사를 살펴보면, 전국 282대의 푸드트럭 중 88대가 경기도에서 영업 중이다. 지방에서도 푸드트럭의 편중은 존재한다. 지난해, 부산시는 정부의 정책에 따라 2017년까지 145대의 푸드트럭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총 145대 중 59대가 낙동강 유역 생태공원에 설치되는데, 그중 50대가 대저생태공원에만 위치하게 된다. 이에 대해 창원시 마산구에 거주하는 우리 대학 김지윤(철학생명의료윤리학 2) 학생은 "(특성상) 푸드트럭이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몰리는 것은 당연하지만, 수도권이나 관광지에만 몰려 있는 것이 지방사람 입장에서는 조금 아쉽다"고 전했다.

 푸드트럭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 제공을 위해 정부가 노력하고 있지만, 실제 업주들의 영업 형편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박경용 씨는 "푸드트럭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정부의 취지는 좋았으나, 실제 푸드트럭을 운영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규제를 만들다 보니 부족한 점이 많은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윤해진 교수는 "(앞서 말했던 것과 같이)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을 통한 해결책이 필요하며, 정부가 청년 실업률 해소를 위해 나선만큼 청년들을 대상으로 푸드트럭에 대한 교육, 지식 등의 기반을 다져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안다현 기자
1600353@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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