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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없는 사회로의 진출, 우리는 어디쯤?
배아현 기자  |  0000@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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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05  13: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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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이 집계한 '2016년 지급수단 이용행태 조사'를 보면 국민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지급수단은 신용카드로, 전체 결제 건수의 50.6%를 차지했다. 체크·직불카드는 15.6%, 기타 7.8%였다. 현금 사용 건수는 전체의 26%였다. 비현금 이용비중이 74%인 것이다. 마스터카드는 2013년 각국의 개인 소비자 지출행태를 조사하면서 비현금화 비중이 80% 이상인 국가를 '현금 없는 사회(Nearly Cashless)에 진입한 국가'라고 했다. 이 기준으로 보자면 한국은 현금 없는 사회 진입이 임박했다.

현금 없는 사회의 첫 단추

 지난 4월 20일 한국은행은 '동전 없는 사회(Coinless Society)'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동전 없는 사회는 현금 없는 사회의 전초 단계로 불린다. 이 사업은 편의점과 일부 마트를 시작으로 2020년에는 약국이나 다양한 가게 등으로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사업의 주요 내용은 전국의 편의점과 마트 등에서 물품을 구매한 후, 발생한 잔돈을 전자화폐로 적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적립된 잔돈은 교통카드로 사용하거나 편의점 등에서 물건 구매시 사용가능하고 또는 ATM기기에서 현금으로 찾을 수도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동전 제조비용으로 600억이 들었다"며 "사업을 진행함으로써 동전 제조 비용을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민(기계공학 2) 학생은 "이 사업을 들어본 적은 있지만 벌써 시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는 것은 몰랐다"며 홍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면 가격단위가 바뀌면서 물가가 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이번 시행 제도는 잔돈 적립 서비스로 물가 상승 걱정은 없으며 오히려 판매자 입장에서는 잔돈을 준비할 필요가 없고 10원 단위까지 가격 책정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입장을 밝혔다.

다른 나라의 현금 없는 사회 추진 방안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은 발달된 IT 기술을 기반으로 비현금 결제 문화를 선도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현금 없는 사회가 될 가능성이 높은 국가는 스웨덴이다. 전문가들은 2030년경이면 스웨덴이 완전히 현금 없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코트라 스톡홀름 무역관에 따르면 2016년 중반 기준 스웨덴은 전체 소비 중 80%가 카드 결제로 이뤄지고 있으며 대중교통은 현금 결제를 중단, 소매점은 합법적으로 현금 결제를 거부할 수 있다. 교회 헌금도 오래전부터 카드결제 기계를 이용하도록 하면서 전체 헌금의 15% 정도만이 현금으로 기부된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스웨덴의 1,600개 지점 중 900여 지점은 현금을 보관하지 않고 있으며 현금으로 예금하거나 인출할 수 없다. 또 스웨덴 중앙은행에서 2010년 시중 현금(지폐) 통화량은 1,000억 크로나(한화 약 13조 원)에서 2015년 700억 크로나(한화 약 9조 원)로 시중 현금 통화량이 30% 줄었다고 발표했다.

 덴마크도 '현금 없는 사회' 레이스의 선발주자다. 덴마크 정부는 의류 판매점, 음식점, 주유소 등 소매점에서 현금을 결제수단으로 의무화하지 않는 법안을 제출했고 이 법안은 이르면 올해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덴마크 시중은행인 단스케 뱅크 앱 'Mobile Pay'를 사용하는 비중은 덴마크 전체 국민의 30%가 넘는다.

 북유럽 국가들 외에 아시아 국가들의 비현금 결제 문화도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관영 중국인터넷네트워크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 모바일 결제를 이용한 사람은 4억 6,900만 명으로, 2015년에 비해 30%나 증가했다. 이는 전체 스마트폰 사용자의 약 3분의 2에 달한다. 또 중국 빅데이터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모바일 결제액은 12조 위안에서 200% 이상 증가해 38조 6,000억 위안(한화 약 6,300조 원)까지 늘어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인도의 모바일 결제 규모는 지난해 11월 현금유통의 86%를 차지했던 고액권 폐지 이후 2배 이상 증가했다. 화폐 개혁 이후 다른 결제수단 거래규모도 줄어든 가운데 유일하게 모바일 부문만 성장했다. 인도 정부 산하 경제정책기구인 니티아요그(NITI Aayog)는 "오는 2020년에 인도에서 카드와 ATM 기기가 쓸모없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모든 국가가 현금 없는 사회의 추진이 수월한 것은 아니다. 일본의 경우에는 2014년 일본의 전체 소매 소비의 17%만이 현금이 아닌 수단으로 결제됐다. 이는 한국의 85%, 싱가포르의 56%, 인도의 35%보다도 훨씬 낮은 편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인들의 이러한 성향에 대해 오랜 경제적 불황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일본인들이 과소비와 부채 증가에 대한 두려움으로 전자결제를 잘 이용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일본에서도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거래에서 일본 엔화가 차지한 비중은 52.35%에 달해 달러화(28.12%), 위안화(8.23%), 유로화(4.92%) 등을 압도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오는 7월부터 가상화폐를 구입할 때 부가가치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법안을 내놓기도 했다.

대체 대안과 노인·취약 계층에 대한 우려 높아

 현금 없는 사회는 아날로그 금융이 디지털 금융으로 전환되는 것을 뜻한다. 이제 우리는 현금 없는 사회뿐 아니라 '몸=결제수단'이 되는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카드업계에선 비밀번호나 개인정보가 필요 없이 자신의 목소리로 본인을 확인하는 '보이스 인증서비스'를 상반기 중 시범 서비스할 계획이다. 또 '핸드페이'라는 사람마다 고유한 정맥(혈관)정보를 이용한 기술이 상용화될 계획이다. 핵심기술인 정맥인증은 결제 시 혈관의 굵기와 선명도, 모양 등을 비교해 동일인물인지 판별해낸다. 특히 정맥인증은 지문이나 안구와 달리 표면에 노출되지 않은 손바닥 표피 아래 핏줄을 이용해 복제가 불가능하다. 이러한 바이오인증기술을 활용한 오프라인 결제 서비스는 핀란드, 영국, 미국 등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핸드페이가 일반화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들이 있다. 개별 가맹점이 핸드페이를 위한 전용 단말기를 구비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상용화하는데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보안 문제도 제기되는데 윤재호 한국은행 전자금융기획팀 과장은 최근 '바이오인증기술 최신 동향 및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생체정보는 매번 변경되는 게 아니라 고정된 정보를 매 거래마다 전송하는 만큼 재전송공격(replay attack)에 취약하다"고 밝혔다.

   
▲ 바이오인증기술을 이용한 결제 서비스 <사진출처=이데일리>

 2009년 1월 3일,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닉네임을 쓰는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사람이 새로운 화폐 '비트코인'(Bitcoin · BTC)을 처음 사용했다. 비트코인은 가상화폐의 한 종류로 등장했는데 사용법이 특이해 더 주목을 받았다. 우선 비트코인을 발행하려면 '채굴(mining)'을 해야 한다. 컴퓨터를 이용해 암호화 문제를 해결하면 일정량의 비트코인이 발행된다. 초기에는 개인 컴퓨터로도 가능했지만 발행 종료 시점이 가까워져 오면서 난이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어려워졌다. 그래서 발행된 비트코인을 구매하는 형태가 대다수이다.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 국가는 아직 가상화폐의 지위를 정하지 못했다. 국내에서 가상화폐 거래소는 온라인 쇼핑몰과 같은 통신판매업자로 분류되고 있고, 비트코인은 오히려 금 같은 안전자산 혹은 투기상품으로 여겨진다. 또 거래가 익명으로 이뤄진다는 특징 때문에 뇌물 수수, 마약 거래 등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에 비트코인이 악용될 여지도 있다.

 화폐 대체제에 대한 문제뿐만 아니라 노인층과 신기술이나 디지털 화폐에 익숙하지 않은 취약 계층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금융당국은 지난 1월부터 금융사들이 고령층 전담 창구와 전화상담 인력을 확대할 것을 권장했다. 금융소비자연맹도 금융업계의 노인 소외현상을 점검하는 실태조사를 벌이고, 노년층을 '신금융소외 계층'으로 칭했다. 한국은행 전자 금융 기획팀은 "금융 디지털화 추세가 확산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일부 계층의 금융소외현상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금 없는 사회에 대한 기대감과 부작용은 공존한다.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인 김성훈 위원은 "현금 없는 사회가 논의된 1차 배경은 현금 사용의 직접적/사회적 비용이 다른 전자결제지급수단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현금 없는 사회로 가는 단계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관한 질문에는 "우리나라는 북유럽 국가들에 뒤지지 않는 최고의 ICT(정보통신기술)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현금 없는 경제로의 이행에 필요한 물리적 여건은 마련되어 있지만, 핀테크 산업과 관련된 잘못된 규제들은 해결해야 할 문제다"고 말했다. 또 김성훈 위원은 "모든 지급과 결제에 기록이 남아 프라이버시 문제도 생기기 때문에 이에 관련한 법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아현 기자
bluemoon7968@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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