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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라지는 룰렛, 빠져드는 대한민국
최승한 기자  |  0000@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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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05  13:2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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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사진의 숫자는 무엇일까. 이 숫자는 지난 제19대 대선을 앞두고 불법 토토사이트에 게재된 대선 후보들의 배당률이다. 5월 9일 오후 8시 마감이었던 토토의 선거 당일 오전 7시 배당률은 그전 시행한 여론조사의 결과가 크게 반영됐다.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배당률은 가장 낮은 1.18로 책정되있다. 즉 많은 사람이 문 후보에게 베팅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배당률이 나온 것이다. 이 같은 사례는 지난 대선뿐만이 아니다. 관계 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국회의 탄핵소추안건이나 지난 3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결정 등 중대한 시국을 놓고 온라인상에서 도박판이 벌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커지는 도박판, 높아지는 판돈

 사행산업은 인간의 사행심을 전제로 우연적 방법을 통해 이용자에게 재산상의 이익이나 손실을 주는 산업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조세 확보, 지역경제 활성화 등 특정 공익을 목적으로 △강원랜드의 카지노 △경마 △경정 △경륜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복권 △소싸움 7가지 업종만 사행산업으로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대선 토토'같이 각종 사행산업은 불·합법을 가리지 않고 성행하고 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에 따르면 국내 사행산업의 규모는 2006년 약 12조 원에서 2015년 약 20조 원으로 꾸준히 성장해왔다. 가장 큰 사행산업이자 정부예산의 주요 재원인 복권 중 로또의 성장은 사행산업 전체의 성장과 비슷하다. 로또산업의 규모는 2007년 2조 2,646억 원에서 지난해 3조 5,995억 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지난해 3월 관련법 개정과 지난 4월 20일 열린 기획재정부의 107차 복권위원회로 내년 12월 2일부터는 로또의 인터넷구매와 신용·체크카드 구매가 가능해 복권사업의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감위에 따르면 2015년 불법 도박시장은 83조 원에 달하며, 2012년 조사된 75조 원보다 약 11.5%(8.6조 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합법 사행산업 규모의 4배, 해당 연도 국내총생산(명목 GDP)의 5.3%에 달한다. 특히 사설 스포츠도박이 21조 원으로 2012년에 비해 3배 이상 급격히 늘었으며, 25조 원의 불법 온라인도박과 함께 불법 도박시장의 56%를 차지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대학가를 중심으로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인형뽑기방과 모바일·인터넷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도 사행성을 조장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3월 기준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인형뽑기방은 전국 2,428곳에 달한다.

 윤병철(신소재공학 1) 학생과 황재휘(신소재공학 1) 학생은 "잔돈이 있으면 큰 부담 없이 인형뽑기를 한다"며 "천 원씩 계속하다 보면 몇만 원씩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세진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대전센터장은 "화투, 경마, 카지노 등 특정 유형에만 국한되거나 베팅 금액이 커야만 도박이 아니다"며 "어떤 활동이든 결과가 불확실한 사건에 요행을 바라고 돈이나 그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거는 행위는 모두 도박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때문에 사행산업의 종류와 규모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행산업 성행이유에 대해 우리 대학교 정희준 교수(체육학)는 "사행심은 인간의 본능이라 사행산업의 성장은 자연스럽지만 지속적인 경기 침체도 원인"이라고 밝혔다.

'$안전$놀이터'의 실상

 사행산업은 △우연을 통해 큰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사행성 △강한 중독성 △스릴을 유발하는 몰입성 △국민의 근로관념과 공공의 미풍양속을 해치는 유해성 때문에 산업의 바람직한 성장과 이용자 보호, 레저로써 순기능을 위해서는 국가의 감독과 통제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국가가 관리하기 힘든 불법 도박시장은 물론 합법 사행산업조차 국가의 손에서 벗어나고 있다.

   
▲ 사행산업 연도별 전체 매출총액 <출처=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도박문제관리백서(이하 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도박중독 유병률(모집단에서 중위험·문제성 도박 중독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6년 5.1%로 미국 3.2%(2011년), 프랑스 1.3%(2011년), 영국 2.5%(2015년)에 비해 높은 수치다. 또한, 최근 들어 20대의 사행산업 이용률이 느는 추세다. 2013년 사감위 설문조사 결과, 불법 토토사이트 가입자 중 가장 높은 비율인 34%를 20대 대학생이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4년 사감위의 사행산업 이용실태조사에서도 20대의 사행활동 경험률이 2013년 59.6%에서 2014년 73.4%로 13.8% 증가했다. 이는 인터넷이나 SNS를 통한 불법 도박광고가 모바일·인터넷 이용량이 많은 20대에게 쉽게 노출된 것이라고 분석된다.

 사행산업의 부작용으로는 단순 재산상 손해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실업 △가족관계 파탄 △자살, 사회적으로는 △노동에 대한 윤리의식 붕괴 △한탕주의 만연 △강력범죄 증가, 국가·공공적 영향으로는 △지하경제 비중 증가 △도박중독예방 및 치료 지출증대 등이 있다. 실제로 한국형사정책연구자료에 의하면 강원랜드 카지노설립 전후 정선지역 내의 절도, 폭행, 유가증권위조 등 강력범죄 발생률이 유의미하게 증가했으며 2006년 현대경제연구원의 연구 결과, 사행산업이 단기적으로는 산업 내 고용을 증가시키지만, 거시적으로는 생산성·성장성 악화로 인해 고용 감소로 이어진다고 밝혀졌다.

 평소 스포츠토토를 즐긴다는 익명의 학생은 "아는 지인은 아르바이트비를 불법 토토에 쏟아붓고 주변 사람에게 돈을 빌리다 결국 대출까지 받았다"며 "지인은 현재 휴학하고 막노동으로 조금씩 돈을 갚아가고 있지만, 소액으로 여전히 토토를 한다"고 전했다. 본인 또한 "해외 스포츠 경기를 포함하면 경기가 온종일 있어 밤낮이 뒤바뀐 생활을 한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 사행산업을 관리·감독하는 기관은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다. 하지만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 제5조에 규정된 위원회의 권한은 감시에 그친다. 실질적 단속은 수사기관인 경찰이 담당하니 더욱 교묘해지는 불법 도박을 근절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미비한 규제와 관리도 문제로 손꼽힌다.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은 "강원랜드가 도박중독예방 치유사업에는 매출액의 0.0057%인 약 18억 원만 집행했다"며 "강원랜드는 수익만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강원랜드는 본인과 가족 요청으로만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도박중독은 상습 출입에서 시작되지만 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는 없다.

   
▲ <일러스트레이션=신예진 기자>

 스포츠토토도 마찬가지다. 여러 스포츠 대회 조직위원회는 대회준비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스포츠토토로 기금을 조성할 수 있다. 하지만 조직위원회가 만든 스포츠토토 기금은 공익 목적이 아닌 단순히 대회 비용과 예산을 충당하기 위해 사용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조성된 기금은 사행산업의 지나친 성장을 제한하기 위해 한도액을 조절하는 매출총량제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같은 편법으로 인해 스포츠토토의 발행 목적도, 사행산업 규제인 매출총량제도 무의미해진다.

 전문가들은 합법 사행산업에만 몰두한 정부의 규제 정책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역설적이게도 사행산업을 제한하기 위한 전자카드·베팅상한제 등의 정책이 풍선효과처럼 불법 도박시장을 키웠다는 것이다. 경마, 경륜 이용자들은 매출총량제를 시행하자 공간 제약이 없고 환급률과 베팅 한도가 높은 불법 사설도박으로 빠져나갔다. 일부 관계자들은 "합법 사행산업의 규제 완화를 통해 불법 도박이용자를 합법의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행산업, 레저로 남으려면…

 김종국 한국마사회 전 공정기획본부장은 "최근 사행산업 구조가 토토와 복권 위주로 재편됐다"며 "일률적인 규제가 아닌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경마와 거의 비용투자가 필요하지 않은 스포츠토토, 복권에 대해서는 산업 특성을 고려한 차별·합리적 규제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전했다. 덧붙여 도박중독자들의 치료를 위해서는 "(규제 기준으로) 단순 도박중독 유병률 외에도 산업에 대한 접근성을 포함한 사행산업 경험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서에 따르면 OECD 국가 중 GDP 대비 사행산업 순매출액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인 호주와 5위인 캐나다는 도박중독 유병률이 2.3%(2013년)와 2.0%(2011년)로 우리나라의 절반 수치다. 백서는 이에 대해 호주는 사행산업 세금 중 10% 또는 카지노 수입의 2%를, 캐나다는 사행산업 수익금의 평균 0.8~2%를 징수하여 도박중독 예방·치료 부담금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두 나라 모두 지역센터와 연계해 도박 중독 서비스 체계를 시행중이다. 두 나라의 지역센터 1개소에서 담당하는 도박중독자 수는 평균 5,600명이다. 이를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필요한 지역센터 수는 470여 개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도박문제관리센터는 전국 12개소로 턱없이 모자라다. 따라서 백서의 제안처럼 지역센터를 늘리고 세금을 더 징수하는 등 도박 예방·치료에 지출을 늘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희준 교수는 "도박중독자 치료를 위한 지원을 늘리는 것은 합당하지만 사행산업의 규제를 완화해 불법 도박 이용자의 유입을 유도하는 것은 실효성이 적어 보인다"며 "현재 불법 도박시장을 규제할 수 있는 것은 범죄자에 대한 강한 처벌뿐"이라고 전했다.

 최근 부산을 비롯해 전북, 제주, 인천에서 오픈 카지노가 포함된 복합리조트 설립을 추진 중이다. 전국의 지자체들은 막대한 수익과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는 오픈 카지노 유치에 혈안이 됐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지난 2월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를 방문하여 북항 재개발지역에 복합리조트를 건설할 것을 제안하고 지난 4월 우리 대학 토크 콘서트에 참석했을 당시에도 오픈 카지노 유치에 대한 의지를 확고히 표했다.

 정희준 교수는 이에 대해 "불법 도박시장 단속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이미 경마, 경정시설이 있는 부산시가 나서서 사행산업을 조장해서는 안 된다"며 "부산시의 이 같은 행보는 재정확보를 위해 자신의 무능함을 증명하는 꼴"이라고 전했다.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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