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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영화, 원작을 만나다ㅣ억압 속에 피어난 저항이라는 꽃
임성우 기자  |  0000@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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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05  13: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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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난 시도는 해봤잖아? 적어도 노력은 해봤다고!"

 영화와 원작 소설을 관통하는 단 한 문장을 꼽자면 바로 이 부분이다. 분명 배경은 반세기 전의 정신병원인데, 이 작품은 왜 이렇게 오늘날 우리와 닮았을까.

 밀로스 포만의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One Flew over The Cuckoo's nest, 1975)는 범죄자인 맥머피(잭 니콜슨 분)가 정신병원으로 호송되면서 시작한다. 그는 노동형을 선고받았는데, 작업 농장의 일이 너무 힘들어 참지 못하고 미치광이 흉내를 내 정신병원에 위탁된다. 이제 자유로운 생활을 만끽하려던 그의 눈에 비친 병원은 어딘가 이상하다. 그는 수간호사인 레취드(루이스 플레쳐 분)를 중심으로 한 병원이 환자들을 억압하고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 모자를 쓴 주인공 맥머피와 환자들이 카드게임을 즐기고 있는 장면 <출처=네이버 영화 스틸컷>

 맥머피는 장난기 넘치고 호탕한 성격이다. 그는 수간호사가 환자들을 교묘하게 괴롭히고 그로 인해 환자들이 더욱더 치유 불능의 상태에 빠지는 것을 보고 분노한다. 그러나 그를 더욱 화나게 하는 것은 병원 시스템이 불합리하다는 걸 알면서도 아무도 저항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환자들에게 용기와 활력을 불어넣고 투표를 통해 새로운 규칙들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그로 인해 사사건건 수간호사와 부딪힌다. 그럼에도 그는 굴복하지 않고 오히려 천연덕스럽게 행동하여 수간호사의 평정심을 무너뜨린다. 훔친 버스로 환자들을 병원 밖으로 데리고 나가 바다낚시를 즐기기도 하고, 병원으로 여자들을 불러들여 파티를 열기도 한다.

 그런데 이를 지켜보는 또 하나의 인물이 있다. 바로 추장이라 불리는 브롬든(윌 샘슨 분)이다. 그는 인디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2m에 달하는 키와 덩치를 가졌는데, 귀머거리와 벙어리 행세를 하며 병원의 모든 일을 관찰한다. 그는 어느 날 등장한 맥머피가 거대 권력에 맞서는 걸 보고 호감을 가진다. 브롬든은 맥머피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음으로써 용기와 힘을 되찾는다. 한편, 맥머피는 막강한 시스템 앞에 좌절하고 결국 탈출을 결심하지만, 환자인 하딩(윌리암 레드필드 분)의 죽음을 보고 죄책감과 분노로 수간호사에게 달려들고 만다. 그 일로 인해 뇌 전두엽 수술을 받은 그는 식물인간이 된다. 브롬든은 식물인간이 된 맥머피를 안락사시키고, 욕조를 뽑아 창문을 부순 뒤 병원을 탈출한다.

 원작 소설인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켄 키지, 1962)는 저자가 정신병원에서 야간 보조원으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됐다. 무명작가에 불과했던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성공한다. 영화와 원작의 큰 차이점은 바로 추장 브롬든의 역할이다. 원작은 브롬든이 1인칭 서술자로 등장해 이야기를 주도해 나간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맥머피에 더 초점을 두고 있다. 영화 제작 초기에는 저자도 관여했으나, 브롬든이 서술자로 등장하지 않아 불만을 품고 영화 제작 현장을 떠난다. 따라서 원작에서는 시작부터 브롬든의 귀머거리 행세를 알 수 있지만, 영화에서는 이것이 반전 요소로 등장한다. 또한, 원작은 인디언인 브롬든의 시선으로 미국 사회와 인디언의 관계가 가지는 역사적 의미를 부각하는 반면에 영화는 맥머피를 통해 무거운 주제를 쉽고 유쾌하게 전달한다.

 영화에서 브롬든의 역할을 바꾼 것에 대해 밀로스 포만 감독은 "소설을 객관적으로 다루기 위해서"라며 "나는 그 해설 소리가 싫다. 그것은 소설이나 무대에서는 좋지만 영화에서는 하늘, 풀, 나무, 사람도 사실적인 것이 더 좋다"고 밝힌 바 있다. 영화의 시각적인 측면을 부각해 상상력을 자극하고 싶었던 것이다. 촬영감독인 하스켈 웩슬러의 촬영 기법도 돋보인다. 이 작품은 그가 공산주의였던 체코에서 막 할리우드로 넘어왔을 때 찍은 영화다. 그런 점에서 사회주의 사상이 느껴지는 차분한 영상과 카메라의 절제된 움직임이 인상적이다.

 영화와 원작의 전체적인 스토리나 주요 인물은 일치하지만 세밀한 부분에서는 차이를 보인다. 원작에서는 조금 더 많은 환자를 등장시켰으며 그들을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반면에 영화에서는 시간적 제약 때문에 사소한 사건이나 일부 내용은 삭제되거나 각색됐다. 예를 들어 상징적인 관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안개 분출기'가 영화에서는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 원작에서는 수간호사 아래에 있던 약한 모습의 의사 존 스피베이(딘 브룩스 분)가 영화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점, 환자인 체스윅(시드니 라식 분)이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점 등이다.

 또 하나 재밌는 점은 영화의 배경이 실제 정신 병원인 오리건 주립 병원이라는 것이다. 소설 속 식물인간 역을 실제로 입원해 있던 식물인간 환자를 대상으로 촬영해 생생함을 더했다. 게다가 이 병원의 책임자인 딘 브룩스 박사가 직접 의사 스피베이 역할로 영화에 출연했다. 인디언 추장 역을 맡은 윌 샘슨 또한 비전문 배우로 실제 인디언의 후손이다.

 이 작품의 제목은 '하나는 동쪽으로, 하나는 서쪽으로, 그리고 또 하나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갔네'라는 동요에서 따온 것이다. 미국에서 정신병원을 속어로 뻐꾸기 둥지라고 하는 점으로 보아 영화의 제목은 정신병원을 탈출한 사람을 의미한다. 이 작품은 당시 미국 사회를 풍자한 것으로 베트남 전쟁이 끝난 뒤 억압적인 미국 사회를 정신병원에 빗댔다. 획일적인 사회에 저항하던 당시 젊은 세대를 비트족이라 했고, 이는 영화 속에서 맥머피로 대표된다. 비록 맥머피는 죽지만 브롬든이 그의 정신을 계승해 병원을 탈출하는 장면에서 영화의 작품의식이 드러난다.

 오늘날 사회도 여전히 뻐꾸기 둥지와 같다. 사회는 늘 우리에게 획일화된 모습을 요구하고 자신의 규칙에 대중이 따르길 바란다. 취업을 위한 획일화된 스펙과 사회가 정해 놓은 성공이라는 잣대 앞에 청년들은 어느새 순응한 채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아직 우리 사회에도 시대를 초월한 맥머피의 저항정신이 어딘가에 살아있을까.

임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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