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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기고ㅣ중용의 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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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9.04  15:2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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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형준 국제전문대학원, 사회학 교수

 우리의 뇌는 감각 운동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들로 연결되어 있다. 뇌는 끊임없이 감각과 운동을 통해 대상을 받아들인다. 그것이 경험이다. 이 경험들은 기억이라는 특수한 여과 장치를 통해 어떤 것들은 살아남고 어떤 것들은 죽어버린다. 사람이 살면서 어떤 여건에서 어떤 방식으로 인식의 프레임을 형성했는가에 따라 그가 만들어내는 기억은 달라진다.

 기억은 결코 실재와 일치하지 않는다. 이미 기억은 사실의 변형과 왜곡으로 주름져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 믿고 싶은 것, 내세우고 싶은 것 중심으로 기억은 구성된다. 기억은 감추고 싶은 것, 믿기 싫은 것, 혐오하는 것에 대해서는 쉽사리 괄호를 친다.

 노벨상을 받은 경제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의 유명한 실험이 있다. 사람들로 하여금 두 번 얼음장 같은 물에 손을 담그게 한다. 한 번은 10분을, 다른 한 번은 15분을. 당연히 15분 담근 경우가 고통의 총량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약간의 변형을 가한다. 15분 가운데 마지막 1분에 온도를 약간 올려준다. 이 두 번의 실험에서 대부분 사람들은 10분 손을 담글 때보다 15분 담글 때가 고통이 덜한 것으로 '기억'했다. 기억하는 자아는 경험하는 자아를 배신했다.

 말하자면 우리의 뇌는 경험적 사실보다는 기억과 해석을 더 중시한다. 이 때문에 생기는 것이 확증 편향이다. 보고 싶은 것만을 보고 믿고 싶은 것만을 믿는 것이다. 콜럼버스가 미 대륙으로 항해해 해안 근처에서 상륙하기 전 며칠을 배에서 머물렀다. 그런데 인디언들은 그 배를 전혀 보지 못했다. 형상이 안 보여서가 아니라 배라는 것을 본 적이 없었고, 거기에 사람들이 타고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무 준비 없이 스페인 함대에 농락당했다. 현대인이라 해서 다를 것이 없다. 우리의 기억과 생각, 인식에는 우리가 스스로 설정해 놓은 어떤 틀이 있어 이 틀로 모든 것을 재단하려고 한다. 자신이 기억하는 것을 자명한 사실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뇌의 교묘한 회로를 통해 각색된 것일 뿐이다. 그러니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너무 우길 일이 아니다.

 다행히 오늘의 시대는 확증 편향을 벗어나기 좋은 실질적 여건을 제공해준다. 정보와 지식, 그리고 소통이 창조적 개방체계로 구동되는 것이다. 잘못된 정보와 지식을 쉽게 확인해서 바로잡을 수 있고, 사람들 간에 다양한 소통을 통해 '생각의 주파수'를 맞출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의 모습은 이런 긍정적 환경을 살려내지 못한다. 곳곳에서 다른 생각들이 첨예하게 부딪치고, 그 생각의 차이 때문에 패를 갈라 적대시하는 풍조가 만연하기 때문이다. 기술적 환경이 아무리 발전해도 우리가 사는 세상의 본질, 즉 권력의 질서를 기둥으로 삼는 본질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권력을 두고 편을 갈라 싸우는 한, 확증 편향으로부터 벗어나기는 어렵다.

 하지만 시야를 넓혀 보라!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의 지적대로 세계사의 큰 흐름은 온갖 곡절과 비극에도 불구하고 분열의 질서로부터 협력의 질서로 진화해왔다. 일만 년 전 지구에는 500만의 인구가 약 3,000개의 단위로 나뉘어 살았다. 지금 70억의 인구가 약 200개 국가에서 살고 있지만 60억 인구는 20여 개국에 살고 있다. 궁극적으로 세계는 하나의 단위, 즉 세계정부를 지향하게 될 것이다.

 작은 세상에서든 큰 세상에서든 싸움은 수단이고 협력이 목표다. 이 큰 흐름을 이해한다면 생각의 자세를 새롭게 가다듬을 수 있다. 내 생각이 불완전하다는 전제를 받아들이는 것, 역지사지로 생각해보는 것, 균형감각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공감을 중시하는 것 등이다. 이것이 바로 '중용'이라고 하는 생각의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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