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새기는 나만의 개성표현, 타투에 대하여
몸에 새기는 나만의 개성표현, 타투에 대하여
  • 손혜선 기자
  • 승인 2017.09.04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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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가수 이효리의 제주도 생활을 담아낸 JTBC 예능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이 인기를 끌고 있다. 방송을 통해 이효리의 몸에 새겨진 타투가 알려지면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타투는 오른쪽 팔에 새겨진 ' Walk lightly in the spring, Mother earth is pregnant(봄에는 사뿐히 걸어라, 어머니 같은 지구가 임신 중이니)'라는 레터링(lettering)이다. 이 레터링과 함께 해, 달, 별을 손목에 그려 넣어 자연 보호와 생명에 대한 관심을 나타냈다. 실제로 그녀는 동물 애호가이자 채식하는 연예인으로 유명하다.

 이렇듯 가수 이효리뿐만 아니라 대중의 관심이 집중되는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은 타투를 통해 자신의 개성과 매력을 어필하는 경우가 많다. 지드래곤, 수지, 현아 등 트렌드 세터(trend-setter)로 꼽히는 연예인들의 다양한 타투는 대중의 타투 시술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반려동물, 자녀, 배우자 등 사랑하는 가족의 얼굴을 몸에 새기는 사람도 있고 기억해야 할 사회적 의미나 확고한 종교적 신념, 자신만의 의미 있는 메시지 등을 타투에 담아내기도 한다. 이제 타투는 단순한 패션이나 허세가 아닌 평소 생각하는 가치관이나 삶의 지향점을 드러내는 하나의 자기표현 방식으로 변화했다.

 

▲ 스타들의 메시지를 담은 타투 <출처=Style M>

타투의 과거와 현재

 '문신(文身, tattoo)'이란 피부나 피하조직을 물감을 묻힌 바늘로 찔러 글씨, 그림, 무늬 등을 새기는 일을 뜻한다.

 역사적으로 문신은 형벌의 형식으로 통하기도 했다. '묵형'은 죄인의 얼굴이나 팔에 죄명을 문신하는 형벌로, 유배자가 다시 도망치는 등의 경우 일종의 가중처벌형식으로 가해지는 무겁고 부정적인 형법 중 하나였다. 이런 형벌 문신은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그대로 계승된다. 조선시대의 '자자형'이라는 형벌은 큰 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신체에 먹물로 죄명을 새겨 죄수에게 수치심을 주기 위한 용도로 쓰였다. 형벌 문신은 문신을 한 사람은 사회적 일탈자이며 문신은 금지의 대상이라는 인식 형성에 영향을 줬다.

 문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과거 한국에서는 문신한 사람을 경찰에서 불심검문하기도 하고 지나칠 경우 삼청교육대에 보내기도 했다. 또한, 7~80년대 한국사회에서는 문신이 신체의 일정 면적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면 병역의무를 감면받기 때문에 일부 병역의무자가 문신을 병역기피의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최근 이를 이용해 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상습적으로 문신을 새긴 20대 남성에게 대법원이 징역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이처럼 과거 한국 사회에서는 문신이 하나의 일탈로 여겨졌다. 그러나 오늘날 타투는 기존의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나 개인의 개성을 표현하는 방식 중 하나라는 새로운 인식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 대학 이승헌(글로벌비즈니스학 3) 학생은 "예전에는 타투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많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개성을 드러내는 하나의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 같다"며 "최근 몇 년 사이에 타투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변화가 눈에 띈다"라고 말했다.

미용타투부터 커버업 타투까지,
다양해지는 타투의 기능

 최근에는 내추럴 메이크업이 대세가 되면서 반영구화장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한번 시술하면 쉽게 지워지지 않고 색조화장 없이도 뚜렷한 이목구비를 연출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미용타투의 종류는 눈썹, 아이라인, 입술 컬러, 헤어라인 정리 등 다양하다. 우리 대학 천정현(정치외교학 2) 학생은 "친구에게 눈썹 타투 시술을 추천받았다. 자연스럽고 화장하는 시간이 단축돼서 편리하다고 들었다"며 "적당한 눈썹 숱과 얼굴형에 어울리는 눈썹 모양을 위해서 눈썹 타투 시술을 받아볼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사회에서 외모도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으며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미용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남성이 화장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개인적 거부감은 존재한다. 따라서 남성들은 한 번의 시술로 반영구적이면서도 자연스러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남자 눈썹 문신, 반영구화장 등에 도전한다. 눈썹 문신을 하면 정갈한 눈썹모양으로 단정한 느낌을 줄 수 있고 강하고 또렷한 인상을 줘 취업을 희망하는 20대부터 중후한 느낌의 외모를 원하는 50대까지 넓은 연령대가 선호한다.

▲ 흉터를 가리기 위한 커버업 타투 <출처=인스타그램 계정 tatooba**>

 흉터 주위에 타투를 그려 작품으로 승화시키는 '커버업 타투'도 있다. 이는 전 씨스타 멤버인 가수 효린의 사연으로 대중에게 많이 알려졌다. 효린의 배에는 십자가 무늬의 타투가 새겨져 있는데, 어렸을 적 앓던 희귀병으로 인해 큰 수술 흉터가 생겼고 이를 가리기 위해 타투를 했다고 방송에서 밝힌 바 있다. 효린은 타투를 새기기 전에는 배가 노출되는 의상을 입지 않았지만, 타투 시술 이후에는 자신감을 되찾아 노출이 있는 의상도 입는다고 말했다. 커버업 타투는 신체의 가리고 싶은 흉터나 점을 타투로 바꿀 수 있고 기존에 있던 타투 문양도 새로운 문양으로 변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타투 합법화 논의 찬성과 반대,
예술과 불법 사이

 이제 타투는 하나의 문화가 돼가고 있다. 한국타투협회에 따르면 한 해에 1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타투 시술을 받는다. 타투를 한 사람들을 길거리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고, SNS에 업로드된 타투이스트들의 작품들은 큰 인기를 끈다. 국내에서 타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타투국제대회에서 수상하는 한국 타투이스트도 다수 배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만의 독특한 타투 스타일은 '코리안 스타일'로 불리며 인기를 끌기도 한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타투가 하나의 문화산업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우리 대학 배아현(식품영양학 2)학생은 "요즘은 간단한 미니 타투나 레터링 타투 등 일반인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종류가 많이 생긴 것 같다"며 "주변에서도 미니 타투로 작지만 자기만의 개성을 어필하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의사가 아닌 타투시술자가 타투를 시술하는 행위는 엄연히 위법에 해당한다. 의료법상으로는 의사 면허 없이 문신을 새겨준 사람이나 시술을 받은 사람 모두 처벌을 받게 된다. 우리나라는 문신을 의료행위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1992년 대법원이 "보건위생상 타투는 의료행위에 해당하며 의사면허가 없는 사람은 타투 시술을 할 수 없다"라고 판결한 이후 타투는 불법이 됐다. 2008년 2월 개정된 의료법도 의사가 타투를 할 때만 합법으로 인정한다.

 

▲ <일러스트레이션 = 신예진 기자>

 때문에 타투이스트들은 타투의 합법화를 소원하고 있다. 타투 시장 자체가 이미 확장됐고, 직업군과 소비자층이 형성된 이상 음지보다는 오히려 양지에서의 체계적이고 제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타투가 피부에 하는 시술이니만큼 보건위생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고 지금처럼 음성적인 문신 시술 행위가 더 큰 문제점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타투이스트 소유타투(가명)는 "타투 시장이 커진 만큼 위생에 대한 중요성도 커졌다. 큰 샵에서는 문하생들을 대상으로 위생 교육을 하기도 하지만 좀 더 체계적인 교육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 측은 타투합법화를 반대하며 의료행위인 문신 시술은 적절한 위생 보장이 되지 않을 경우 감염 위험이 있고 건강에 해로운 행위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시술 후 생길 수 있는 부작용(통증, 피부 손상, 세균감염, 바이러스성 감염 등)의 발생이 법안 제정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다.

 이에 대해 한국패션타투협회는 "의료계의 비위생적이라는 표현은 저희뿐 아니라 의료계 당사자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이다"라며 "다수의 정상적인 타투이스트들을 극소수의 잘못된 행위자들로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 그래서 더욱 국가의 관리와 통제를 받는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라고 뜻을 전했다. 이어 "현재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함께 '문신사법'을 입법 추진하고 있다"며 "또 이와는 별도로 '문신사의 의료법 처벌에 대한 헌법소원'을 위해 2017년 8월 31일 '변호인단과 함께하는 헌법소원 공청회'를 준비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손혜선 기자
line_is@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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