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향한 힘찬 발걸음, BIG ISSUE
사회를 향한 힘찬 발걸음, BIG ISSUE
  • 안다현 기자
  • 승인 2017.10.10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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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이슈 사세요!'
 지하철역을 오가다 보면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 사이에 홀로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사람이 있다. 지하철역을 지나다 한 번쯤은 본 적 있을 것이다. 지하철역 입구 한 켠, 카드 결제 가능이라고 적힌 팻말, 잡지로 가득 찬 손수레. 그 옆에 빨간 모자와 빨간 조끼 차림으로 한 손에는 'BIG ISSUE'라는 큰 글자가 새겨진 잡지를 들고 큰 소리로 '빅이슈'의 존재를 외치는 사람이 있다. 빅이슈 판매원, 이름하여 '빅판'이다.

빅이슈(BIG ISSUE)를 아시나요?

 <빅이슈>는 1991년 9월, 영국의 존 버든과 고든 로딕이 홈리스(homeless)의 경제적 자활을 지원하기 위해 창간한 대중문화잡지다. 때문에 빅이슈의 판매권은 주거 취약계층에게만 주어지고 서점이나 가판대에서는 이를 판매하지 않는다.

 최초의 빅판은 'Working Not Begging!(구걸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하는 중입니다.)'이라는 문구가 적힌 조끼를 입고서 활동을 했다. 빅이슈는 홈리스가 구걸이 아닌 합법적인 경제활동을 통해 다시 사회로 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빅이슈는 현재 영국을 비롯한 한국, 일본, 호주 등 11개국에서 각국 재능기부자의 도움을 받아 발행되고 있다.

 한국판 빅이슈는 2010년 7월 5일 발행된 1호를 시작으로 현재(지난달 16일 기준) 164호까지 발행됐다. 빅이슈는 매달 격주로 발행된다. 빅이슈 코리아는 서울시와 지자체,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 서울시메트로9호선과의 협력을 통해 빅판이 거리에서 안정적인 판매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빅이슈 코리아에서는 자립의 의지를 가지고 빅판으로 활동하기 원하는 홈리스에게 2주간 빅판이 되기 위한 교육을 진행한다. 또한 '술을 마시고 빅이슈를 판매하지 않는다', '하루 수익의 50%는 저축한다' 등의 10가지 빅판 행동수칙에 서약하도록 한다. 일정한 교육을 이수하고 서약을 완료하면 무료로 제공된 빅이슈 10부를 지정된 장소 내에서 판매할 수 있다. 10부를 모두 팔면 5만 원의 수입이 생기는데, 이 수입으로 다시 잡지를 권당 2,500원에 구매하여 5,000원에 판매한다. 이로써 빅판은 한 권 당 2,500원(50%)의 판매수입을 취할 수 있고, 2주간 성실히 판매하면 정식 빅판으로 인정된다. 6개월 이상 꾸준히 활동한 빅판에게는 임대주택 입주 자격이 주어진다. 올해 7월을 기준으로 빅판을 포함한 홈리스 68여 명이 임대주택에 입주했고, 25명이 빅이슈를 통해 재취업에 성공했다.

당신도 될 수 있어요, 빅돔&빅프렌즈

 빅이슈는 사회 구성원들의 재능기부로 만들어지는 잡지다. 영국의 경우 데이비드 베컴, 베네딕트 컴버배치, 레이디 가가와 같은 유명인들이 표지 모델로서 재능기부를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배우 변요한이 표지 모델로 재능기부에 참여했던 빅이슈 103호가 2만 1,258부로 역대 최대 판매 부수에 올랐다.

 이처럼 배우나 아이돌과 같은 유명인사가 표지 모델 촬영과 인터뷰 등으로 재능기부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유명인사가 직접 '빅이슈 판매원 도우미(이하 빅돔)'로 활동한 사례도 있다. 지난 2015년 겨울, 가수 이승기와 배우 이서진이 광화문 거리에서 빅돔 활동에 참여해 빅이슈에 대한 따뜻한 관심을 보여주었다.

 지난 4월, 우리 대학교 김희영(국제학 4), 이시은(국제학 4) 학생은 남포역 7번 출구에서 빅판 김종원(47) 씨를 돕는 빅돔으로 활동했다. 김희영 학생은 "평소에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은 편이어서 다양한 봉사 활동을 했었다. 그러던 중 해외 봉사활동을 후원해주는 공모전에 참가하게 됐고, 영국의 노숙인 복지를 주제로 공모전을 준비하다 보니 자연스레 빅이슈가 떠올랐고 빅돔 활동까지 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빅돔 활동에 대해서는 "번화가 한복판에서 잡지를 판매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목청껏 소리쳐도 사람들은 무심하게 지나쳤고, 잡지는 팔리지 않았다. 판매원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웠다"며 "잡지 한 부를 사면 빅판의 한 끼가 보장된다. 지나는 길에 (빅판에게) 인사라도 건네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의견을 전했다.

▲ 기자가 빅판 김종원 씨를 돕는 빅돔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 = 박현주 기자>

 빅판을 도울 방법에는 빅돔만 있는 것이 아니다. 취재나 기고, 일러스트, 사진, 디자인, 촬영 연출 등으로 직접 잡지의 콘텐츠 제작에 참여하는 재능기부 방법도 있고, 이밖에 빅판에게 스마트폰 및 SNS 활용법을 알려주는 재능기부와 중고 가전 물품을 임대주택 입주자에게 기부하는 물품 기부도 있다. 빅판의 판매 장소 근처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라면 자신의 가게를 '빅숍(Big Shop)'으로 등록할 수 있다. 빅숍은 빅판의 물품을 보관해주거나, 궂은 날씨에 빅판이 잠시 몸을 피할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하고 빅판에게 물을 주는 등의 도우미 역할을 할 수 있다.

 △LH 산하 주거복지재단 △사노피 파스퇴르 △법률사무소 도담은 '빅프렌즈'로 활동하고 있다. '빅프렌즈'란 각 기업이 보유한 전문성을 발휘하여 홈리스의 사회적 자립과 복귀를 돕는 기관을 일컫는다.
이러한 기관 및 단체들은 우리 사회의 소외된 홈리스들이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디딤돌 역할을 한다. 이에 대해 우리 대학 장세훈(사회학) 교수는 "<빅이슈>는 홈리스들의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이들에게 자립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여건을 제공하는 점에서 반강제적으로 사회에 적응하도록 하는 복지 수혜와는 차별적"이라며 "한국 복지는 현재 (서구 사회에 비해) 자원봉사나 자선 활동의 역사가 짧고 활동도 상대적으로 미미하며, 여전히 공공부문의 사회적 안정망이 성글고, 그 수용 규모도 제한적이다. 아직 그 효과가 미흡하지만, (홈리스의 자립을 돕는) 기관이나 기업의 활동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빅이슈>의 존재를 전혀 모른다', 40.3%

 

 한국판 빅이슈가 창간된 지 올해로 7년째지만, 아직 빅이슈의 존재를 모르는 시민이 많다.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에 따르면, 전국 19~59세의 성인남녀 1000명 중 빅이슈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25.9%로 4명 중 1명에 불과했다. 이어 '이름만 들어봤다'는 응답이 33.8%였고, 40.3%는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그러나 조사기관에서 빅이슈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에는 설문 응답자의 86.7%가 '빅이슈같이 홈리스의 자활을 돕는 사회적 프로그램 및 기관이 많아져야 한다'고 답했다. 이준석(기계공학 1) 학생은 "빅이슈 판매원들이 자립 의지를 가지고 하루 수입의 50%를 저축하는 등 사회활동에 직접 동참하는 것이 대단하다고 느껴진다"며 "처음 지하철역 근처에서 잡지를 파는 사람을 봤을 때는 빅이슈에 대해 알지 못해서 불법 노점상으로 오해했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빅이슈를 구매해볼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안다현 기자
1600353@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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