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기고ㅣ우리, 도서관에서 놀자
ㅣ기고ㅣ우리, 도서관에서 놀자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승인 2017.10.1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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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형 교육대학원 독서교육전공 교수

 필자가 공공 도서관을 처음 가본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였다. 동네 형을 따라 버스로 몇 정거장을 간 뒤 도착한 곳은 서울 우이동에 있는 한 도서관이었다. 미리 준비해 간 사진을 도서관 회원증에 붙이고 처음으로 책을 대출받았을 때의 그 신기함과 기쁨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필자는 책을 반납할 때 더 묘한 즐거움을 가졌던 것 같다. 책을 반납할 때 사서 선생님이 찍어주는 반납 확인 도장이 늘어날 때마다, 그리고 도서 대출증의 기입란이 점점 줄어들 때마다 왠지 모를 뿌듯함에 젖곤 했다.

 중학교에 올라가 보니 학교 도서관이 있었다. 비록 폐가식 도서관이었지만 학교에 도서부도 있어서 가끔 도서부 친구에게 부탁하여 새로 들어온 책들을 먼저 살펴보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교실 한 개 크기의 그 도서관은 책을 빌려보는 장소라기보다는 공부를 하는 장소의 기능을 주로 하였다. 유리창 너머에 있는 서가는 종종 불이 꺼져 있었고, 도서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열람실 책상에는 조용히 공부만 하는 학생들이 몇 있을 뿐이었다.

 고등학교는 더했다. 학교에는 꽤 넓은 크기의 도서관이 있었으나 책과 서가는 자물쇠가 달린 유리창 저편에, 마치 수족관 안의 물고기처럼 진열되어 있을 뿐이었다. 당시의 도서관은 사서 교사가 아닌 회초리를 든 감독교사가 있었던, 오로지 숨죽여 공부만 하는 곳이었다.

 도서관다운 도서관을 만난 것은 대학에 진학하고서였다. 몇 층의 건물에 빼곡하게 꽂힌 책들은 과제를 하거나 궁금한 점이 있을 때 항상 길을 알려 주었고, 특유의 책 내음과 조용한 분위기는 가끔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소중한 공간이 되었다. 책을 휘리릭 넘기며 인쇄된 책 냄새를 맡을 때에는 무엇인지 모를 설렘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특히 오돌토돌한 인쇄면(요즘 나오는 책들은 그렇지 않다)을 손으로 만질 때에는 마치 내가 필자와 대화를 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고, 맨 뒷장 도서대출카드에 적힌, 나보다 이 책을 먼저 읽은 사람들의 이름을 볼 때면 마치 가상의 독자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였다.

 강의실, 실험실, 동아리방 등 우리들 누구나에겐 우리 대학에서 소중히 여기는 공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대학의 가장 중요한 심장은 도서관이라는 것이다. 전공 공부를 해야 하는, 방학 때 여행도 다녀보고 싶은, 미래의 직업과 관련한 고민도 해야 하는 우리들에게 도서관은 무궁무진한 정보의 보고이다. 때로는 학업에 지친 머리를 쉬게 하기 위해 새로 나온 수필이나 소설을 읽을 수도 있는 휴식의 공간이기도 하다.

 심장이 그 기능을 하지 못하면 사람은 건강을 잃는다. 심장은 역동적으로 뛰어 신선한 피를 소통시켜야 한다. 도서관 역시 마찬가지이다. 도서관은 '시끄러워서는' 안 되겠으나 맑은 눈빛들이 늘 '웅성대는' 공간이어야 한다. 결국, 대학생은 도서관에서 '놀아야' 한다. 도서관은 대학생들의 즐거운 놀이터가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덧붙이고자 한다. "한 도시 한 책 읽기"라는 독서운동이 있다. 1998년 미국 시애틀에서 시작되어 우리나라에도 활성화된 운동으로, 지역 구성원들이 한 책을 함께 읽고 토론하며 다양성을 인정하고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데에 기여하고 있다.

 높고 맑은 하늘에 선선한 바람까지 부는 가을. 필자는 "원 북, 원 동아" 운동의 산실이 언젠가 우리 대학 도서관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교수, 학생, 직원 모두가 한 책을 선정해 함께 읽고 토론하며, 때로는 작가를 초청하여 이야기 나누는 시간. 그러한 시간들이 모여 우리 동아의 지성을 보다 깊고 풍부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읽은 우리, 이제 대학 도서관에 찾아가 보자. 아니, 도서관으로 산책가보자. 우리들이 원하는 수많은 책과, 우리들이 만들어갈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이렇게, 우리 대학 도서관을 동아인들의 삶과 이야기가 살아 숨 쉬는 진정한 놀이터로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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