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게 산다, 오늘부터 미니멀 라이프
단순하게 산다, 오늘부터 미니멀 라이프
  • 손혜선 기자
  • 승인 2017.11.13 1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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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튜핏(Stupid)!'은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 '김생민의 영수증'에서 과소비를 꾸짖는 말로 사용되며 하나의 유행어가 됐다. 짠돌이 연예인 김생민은 시청자들의 영수증을 분석하고 적절한 소비 패턴과 절약법에 대해 조언한다. 절약에 대한 그의 주옥같은 어록은 각종 사이트와 SNS에서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 <일러스트레이션=신예진 기자>

 이처럼 최근에는 소비 중심 문화에 대해 반감을 느끼고 절약과 검소의 가치를 되새기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러한 현상에 힘입어 주목 받고 있는 트렌드 중 하나가 바로 '미니멀 라이프(minimal life)'다.

 미니멀 라이프란 단순함을 추구하는 문화적 흐름을 나타내는 미니멀리즘(minialism)이라는 단어에 삶을 뜻하는 라이프(life)라는 말이 더해진 것으로, 불필요한 것을 최소화하는 삶의 방식을 뜻한다. 미니멀 라이프는 소비습관에만 국한되지 않고 인간관계, 정보 수용, 식습관, 인테리어 등 삶의 전반적인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형 미니멀 라이프

 미니멀 라이프는 어느새 우리나라에서도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관련 서적이 다수 발간되고 도서 판매량 또한 크게 증가했다. 미니멀 라이프에 도전하고 이를 공유하는 사람들을 위한 인터넷 커뮤니티도 다수 생겨났다. 또한 SNS상에서도 미니멀 라이프와 관련된 업로드 수가 크게 늘고 있다. 미니멀리즘의 취지에 공감하는 이들은 카페를 만들어 단순한 삶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인증샷을 남기기도 한다.

 네이버 카페 '미니멀 라이프'는 2만 명의 회원 수를 자랑한다. 온라인상에서 20~50대 직장인과 주부들을 중심으로 적게 소비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어느새 미니멀 라이프는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됐다.

 전문가들은 미니멀리즘이 인기를 끌게 된 계기로 장기간의 경기 불황과 1인 가구의 증가 등을 꼽았다. 한국의 미니멀 라이프 열풍은 1인 가구 성장세와 무관하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중은 27.6%에 달한다. 폭발적인 1인 가구의 증가는 물건을 버리고 삶을 단순화하는 '미니멀리스트(minimalist)'를 양산했다. 한국식 미니멀 라이프는 저성장과 고용불안, 1인 가구의 증가 등 한국의 현실 여건이 반영돼 세계적인 미니멀 라이프 트렌드와는 조금 다른 행태를 보인다. 세계의 미니멀 라이프는 버리기 보다는 경험과 체험을 중시하는 반면 한국식 미니멀 라이프는 정리하기, 비우기가 우선이 된다. 하지만 한국도 앞으로는 세계적인 트렌드를 따라 정신적인 가치의 미니멀리즘으로까지 나아갈 전망이다. 이는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욜로(You Only Live Once·한 번뿐인 인생)' 정신과도 맞닿아 있는 것으로 욜로 라이프는 미래보다는 오늘의 삶과 행복을 위해 소비하고 축적에 대한 과한 욕심을 경계하는 삶을 일컫는다.

미니멀 라이프=버리는 문화?

 가끔 혹자는 미니멀 라이프가 버리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물건을 한꺼번에 다 버리는 참사가 발생하기도 한다. 미니멀 라이프는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것이지 무조건 다 버리라는 뜻은 아니다. 미니멀리즘의 정확한 뜻을 알고 삶에 접목했을 때야 말로 최소한의 소비로 행복을 달성할 수 있다. 우리 대학교 박세익(국제무역학 2) 학생은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면서 버리는 것보다 잘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며 "다시 버리지 않도록 꼭 필요한 것만 구입하고 현명하게 지출하려고 노력중"이라고 말했다.

 물건을 버리고 비우는 것에 초점을 두는 라이프 스타일로는 '미니멈 리치'가 있다. 미니멈 리치는 꼭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으로 공간을 채우는 라이프스타일이다. 이때 최소한의 기준은 물리적인 개수가 아닌 '자기에게 얼마나 행복함을 주고 가치 있는 물건이냐'로 결정된다. 막상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물건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예를 들어, 사용할 일이 전혀 없지만 추억 때문에 오랫동안 지닌 물건, 유행할 때 충동적으로 구입한 물건 등은 정리하는 것이 좋다. 미니멈 리치 라이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쓸모없는 물건을 골라내는 안목을 기르고, 물건의 가치나 필요성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감별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 손그림 인스타그래머 강현양 씨의 '버리기 프로젝트' 일기장

 손그림 인스타그래머 강현양(@simpleyang_) 씨는 '하나씩 버리기 프로젝트'를 통해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고 있다. 버릴 물건을 일기장에 그림으로 그리고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한다. 프로젝트의 규칙은 하루에 하나씩 천천히 비워내고 그림과 짧은 일기를 쓰는 것이다. 그는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 꾸준히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우선 테마를 정하거나 규칙을 만드는 게 좋다. 서랍 한 칸, 책, 옷 등 주제를 정해서 버리는 것이 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현양 씨는 버리기 프로젝트를 통한 미니멀 라이프 실천이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그는 "버리기 프로젝트를 통해 내가 좋아하는 것이 분명해졌고 소유하는 것에 절제력이 생기다보니 남과 비교하지 않게 됐다"며 "물건의 유혹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지만 가족의 이해와 동참 아래서 끊임없이 자극하고 공부하며 방향성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실천하는 미니멀라이프

 불필요한 연락처를 지우거나 SNS 탈퇴하기, 미사용 계좌 해지하기, 중고품 나누기,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문제를 최소한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 등 생활 속에서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는 것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우리 대학 진승현(고고미술사학 3) 학생은 "휴대폰과 개인 노트북에 저장해두었던 불필요한 사진, 문서, 동영상 등을 클라우드에 저장시키거나 외장하드에 넣는 것도 미니멀 라이프의 한 가지 방법"이라며 "물건에만 국한되지 않고 데이터를 정리하는 것 또한 일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니멀 라이프는 여행에도 적용할 수 있다. 미니멀 여행은 최소한의 짐과 소비를 지향한다. 여행 일정도 단순하게 계획한다. 때문에 빡빡한 일정으로 여행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일 없이 여유롭게 여행을 만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니멀 키친은 단순하고 심플한 주방, 가볍고 건강한 식생활로서의 미니멀리즘을 의미한다. 가득 찼던 냉장고를 비우거나 냉장고 속 남은 재료를 이용한 레시피를 활발하게 공유한다. 조리법과 조미료 등을 최소화하고 저염·저지방·고단백 섭취를 원칙으로 미니멀 식단을 실현한다. 기름에 튀기고 볶은 것보다는 날 것이나 삶은 음식을 선호하며 되도록 3첩 반상(밥, 국, 김치 등 이외의 3가지 반찬)으로 가짓수를 줄인다. 식재료를 간소화하면 설거지도 줄어들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포스트잇에 식재료명과 유통기한을 적어 메모하거나 한 달 식단표를 미리 계획하는 것 또한 도움이 된다. 외식과 배달음식 대신에 미니멀 키친을 실천하면 건강도 챙기는 동시에 삶의 질 또한 높일 수 있다.

▲ <출처=Google Play>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할 수 있는 어플도 생겨나고 있다. 중고 나눔 어플 '노나노나'에서는 쓰지 않는 물건을 모바일을 통해 나눌 수 있다. 미니멀 라이프 실천을 위해 쓰지 않는 물건을 버리겠다고 매번 다짐하는 이들이나, 나눔을 통해 합리적으로 생활용품을 순환시키고자 하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운용되고 있다. 이용자는 나누고 싶은 물건이 생기면 사진을 찍어 어플에 게시물로 등록하면 된다. 택배접수와 용달문의 기능도 있어 손쉽게 물건을 주고받을 수 있다. 노나노나 어플을 사용해 본 우리 대학 이진영(경영학 3) 학생은 "중고거래사이트와는 다르게 무료로 나눌 수 있다는 점이 좋다"며 "필요 없어진 물건을 버리지 않아도 되고 환경도 보호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좀 더 알려져서 많은 사람들이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출처=인스타그램 계정 oboot>

 리빙 인스타그래머 김희연(@oboot)씨는 심플한 인테리어를 추구함으로써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한다. 그는 "가구나 물건으로 공간이 빽빽하게 채워져 있으면 답답함을 느꼈다"며 "사용 빈도가 높은 순으로 물건을 남겨두려는 습관이 미니멀 인테리어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미니멀 인테리어의 장점에 대해 "일차원적으로 청소하기가 편하다. 정리를 수시로 하지 않아도 깔끔하게 유지되어서 편리하다"며 "대부분의 물건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중복해서 구입하거나 충동적으로 구입하는 일이 많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하기 식의 미니멀 인테리어보다 천천히 산책하는 마음으로 내 공간을 둘러보는 게 중요하다"며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과감히 정리할 준비가 되었을 때 시작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손혜선 기자
line_is@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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