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바라보는 또 다른 눈
당신을 바라보는 또 다른 눈
  • 임정화
  • 승인 2017.11.13 1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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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 씨는 공중화장실에서 볼일을 본 후 나가려는 찰나 변기 위 선반에서 이상한 볼펜 하나를 보게 된다. 볼펜치고는 너무 뜨거웠고, 자세히 보니 렌즈가 장착돼 있었다. 의심스러워 경찰에 신고해 보니 그것은 볼펜형 몰래카메라(이하 몰카)였다. A 씨는 하마터면 몰카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 경악을 금치 못했다.

 #2. 동서울 터미널에는 예로부터 '터미널 괴담'이 존재했다. 괴담의 내용은 동서울 터미널 남자 화장실에 몰카가 있다는 것이었다. 놀랍게도 지난달 동서울 터미널 괴담이 사실로 드러났다. 남자 화장실에서 칸막이 너머로 옆 칸 남성을 몰래 촬영한 40대 남성 A씨가 현행범으로 체포된 것이다. A 씨의 컴퓨터를 조사한 결과 수십 개의 몰카 영상이 발견됐다.

 몰카란 촬영 대상에게 촬영 사실을 숨긴 채 찍는 사진, 영상물 혹은 촬영 기기 자체를 일컫는다. 우리 사회에서 몰카 문제는 날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경찰청 조사에 따르면 몰카 범죄는 2011년 1,535건에서 지난해 5,170건으로 3.4배 증가했다.

 몰카 범죄는 주로 공중화장실, 수영장, 지하철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일어나며,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몰카를 설치하거나 몰카 대상을 따라다니며 찍는 수법으로 이뤄진다.

 몰카에 이어 보복성 성적 영상물 범죄 또한 증가하고 있다. 보복성 성적 영상물이란 금전을 요구하거나 이별에 대해 보복하기 위한 목적으로 유포되는 성적인 영상 콘텐츠를 말한다. 지난 7월 대검찰청이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7,730건이 발생했으며, 10년 전과 대비하여 약 14배 증가했다.

몰카 단속·처벌 어려워

 현행법으로는 간단한 등록 절차만 거치면 합법적으로 몰카 판매가 가능하게 돼 있다. 소형 카메라 종류인 몰카는 전파 환경이나 방송통신망에 중대한 영향을 줄 여지가 없기 때문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사업자가 제출하는 서류만 받아 보관하고 있다. 적합성 평가를 통과한 '적합등록' 서류에는 몰카의 외관 사진조차 포함돼있지 않다. 따라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어떤 형태의 몰카가 적합성 평가를 통과해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지도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한, 현행법상 관련 인증을 받기만 하면 몰카의 유통과 판매 자체를 규제할 근거는 없다. 몰카를 구매하는 사람에 대한 규제도 존재하지 않아 몰카는 인터넷, 전자기기 매장에서 제재 없이 유통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에서는 소형 카메라 모듈 시장 규모가 매년 증가해 작년 273억 달러에서 올해는 318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렇게 몰카 시장의 규모와 범죄 가능성이 커지면서 몰카 탐지 장비의 수요 또한 증가하고 있다. 안전·보안 용품 전문 쇼핑몰 아이다헌트는 작년 월평균 200개였던 몰카 탐지 장비 판매량이 올해 300개로 50% 늘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달 열린 국정감사에서 위장형 카메라 탐지기의 경우 탐지기와 렌즈가 일직선이 돼야만 감지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문제를 제기한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몰카 범죄의 처벌 및 단속에 대한 제도의 개선을 주장했다.

대학가도 몰카 위험지대

 유동인구가 많은 대학가에서도 매년 몰카 범죄가 발생한다. B 대학교에서는 한 남성이 여자 화장실에 숨어 휴대 전화로 여성들을 몰래 촬영하다 학생들에게 적발돼 몸싸움을 벌인 후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남성은 화장실 두 칸 중 한 곳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기다리며 다른 칸을 이용하러 들어오는 여성을 차례로 촬영했다. 이에 대해 우리 대학교 하주리(경영학 3) 학생은 "SNS에 올라오는 대학가 몰카 사건을 본 후부터 교내의 화장실이나, 헬스장 탈의실을 이용할 때 주변 물품을 발로 차보고, 이상하다 싶은 구멍이 있으면 살펴보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대학가에서는 몰카 범죄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대학별 예방책을 시행하고 있다. 부산대에서는 지역경찰서와 교내 성 평등센터 등 직원 20명이 합동으로 여자 기숙사와 화장실의 몰카 설치 여부를 점검했다. 우리 대학 또한 지난 9월 16일 총학생회와 지역 경찰서가 협력해 화장실과 여학생휴게실을 중심으로 몰카 설치 여부를 조사했다. 조사를 함께한 서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 박상미 경사는 "조사 결과 모든 캠퍼스에서 몰래카메라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화장실 칸 사이 벽 아랫부분 공간이 막혀 있고 비상벨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등 몰카 범죄에 비교적 안전했다"고 말했다.

2차 피해를 겪는 피해자들

 몰카 범죄의 피해 당사자는 정신적으로 큰 타격을 받게 된다. 하지만 현행법상 몰카 관련 범죄에 따른 처벌은 징역 3~5년 또는 벌금 500만 원~1,000만 원에 그친다. 반대로 피해자들은 처벌을 위한 신고과정에서 2차 피해를 겪거나 여러 어려움을 경험한다. 피해자가 온라인 사이트를 뒤져 해당 영상을 찾고, 이를 직접 캡처하여 자신의 신체와 대조해 영상 속 인물이 자신임을 경찰에게 증명해야 한다. 또한, 신고해 재판까지 가는 경우에도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삭제됐던 영상을 복원해 재판부와 양측 변호인에게 확인시키는 과정에서 피해자는 또다시 상처를 입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접수된 개인 성행위 정보 시정요구 건수는 2012년 1,044건에서 2016년 7,325건으로 6배 이상 늘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신고를 받으면 자체 심의를 거쳐 영상물을 삭제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처리하고 있다. 하지만 시정요구 중 약 3.7%에만 삭제 시정조치가 내려진다. 시정조치가 내려져도 신청 후 평균 10.9일의 처리 기간이 걸린다. 인터넷과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는 몰카의 특성상 빠른 삭제 조치가 필요하지만 긴 심의 기간 때문에 피해자들은 결국 '디지털 장의사'를 찾게 된다. 디지털 장의사는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생전에 인터넷에 남긴 흔적인 '디지털 유산'을 청소해주는 온라인 상조회사다. 하지만 최근에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이 온라인에 퍼져있는 몰카 영상을 없애기 위해 많이 이용하고 있다.

'몰카와의 전쟁', 지원은 늘리고 처벌은 높이고

 정부는 증가하는 몰카 범죄와 이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몰카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먼저 몰카 영상 피해신고센터를 설치, 원스톱 종합서비스를 통해 디지털 성범죄 콘텐츠 증거수집, 삭제, (사후) 모니터, 법률상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피해자를 대신해 영상물 삭제 비용도 지급한다. 몰카 범죄 가해자에게는 불법 촬영물 삭제 비용을 부과시킬 계획이다.

 유포한 불법 영상물을 신고해 삭제하는 절차 또한 간소화하기로 했다. 앞으로는 피해자의 요청이 있으면 3일 이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긴급 심의를 거쳐 불법 촬영물을 삭제·차단할 계획이다.
또한, 정부는 몰카의 판매 단계부터 강한 규제를 적용해 일반인이 쉽게 장비를 구매하지 못하게 하기로 했다. 해당 기기를 구매하려는 사람은 판매자에게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기기를 양수하거나 양도할 때에는 해외의 경우에는 세관, 국내의 경우에는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

 보복성 성적 영상물 유포자는 현행법상 벌금형을 선고받지만, 앞으로는 징역형을 선고받게 된다. 영리 목적으로 촬영 대상자의 동의 없이 영상을 유포하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한국 사이버 성폭력 상담소 대표 서승희 씨는 "재유포자(다운로드 받아서 다시 올리는) 또한 불법 유포죄가 아닌 성폭력 처벌법으로 처벌해야 한다"며 재유포자에 대한 처벌강화 또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상습적으로 몰카 영상을 촬영, 유포한 사람은 구속 수사 대상이 된다. 특히 공무원, 군인 등은 '디지털 성범죄 공무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에 따라 몰카 관련 디지털 성범죄를 저지를 시 직위 해제 또는 퇴출당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 대책에 관해 몰카가 유출, 공유되는 사이트에 대한 제재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웹하드 혹은 인터넷 파일공유(P2P)사이트가 몰카 유출, 공유의 최대경로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17일부터 30일까지 부산 경찰청에서는 국내 23개 인터넷 파일 공유 사이트에 매일 170건씩 가짜 몰카 동영상을 올렸다. 영상을 내려받으면 초반부에는 몰카처럼 화장실 칸막이 너머로 여자의 모습이 찍힌다. 하지만 곧이어 카메라를 응시하는 섬뜩한 여자의 얼굴이 클로즈업되고, "몰카에 찍힌 그녀를 자살로 모는 것은 지금 보고 있는 당신일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마지막에는 경찰이 이 사이트를 보고 있다는 경고 문구도 나온다.

 해당 영상은 2만 6,000번가량 다운로드 됐고, 그 결과 기간 내 파일 공유 사이트의 불법 몰카 유통량이 11%까지 감소했다. 이 캠페인은 인터넷 파일공유 사이트 내 몰카 수급이 빈번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증명했다. 김대경(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교수는 "몰카 범죄 규제 측면에서 디지털 콘텐츠의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포털 등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의 공적 책임 등에 대한 논의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정화 기자
dlawjdghk7@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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