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안 하세요?"
"결혼은 안 하세요?"
  • 박현주 기자
  • 승인 2017.12.0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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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은 안 하세요?"
 "인생에서 집과 나 자신, 고양이, 이 세 가지만이 제가 감당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그 이상의 비용과 에너지가 드는 일은 할 필요가 없죠"

 tvN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하우스메이트가 된 지호(정소민 분)의 물음에 합리적 비혼주의자 세희(이민기 분)가 답한 자신의 결혼관이다. 세희는 과거 여자친구와 동거를 하던 중 상처를 경험하고, 이후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관계만을 원하며 비혼주의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30년 동안 갚아야 하는 집 대출금, 반려묘 양육비 등 그가 떠안고 있는 경제적 문제 역시 그가 비혼을 선택하는데 한몫했다. 지호의 친구인 수지(이솜 분)는 자유연애를 표방하며 비혼을 추구한다. 하지만 사실 수지는 장애인 어머니를 부양해야 하는 환경에 처해 있고, 때문에 자신은 결혼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런가 하면 MBN 예능프로그램 '비행소녀'는 비혼을 추구하고 그로부터 행복을 느끼는 출연진들의 일상을 담아 화제가 됐다. 그들은 "결혼은 인연이 없으면 안 해도 된다"며 "현재 오로지 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당당하게 외친다.

 이렇듯 최근에는 개개인의 환경이나 가치관에 따라 비혼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비혼주의자란 결혼이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고 생각하며 결혼제도에 반대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경제적 여건의 불안정성, 연애 및 결혼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결혼 파업에 돌입한 젊은 세대가 늘면서 생겨난 신조어다. 미혼이 '아직 결혼 하지 않음'을 의미해 앞으로 결혼할 것을 전제하고 있는 것과는 대비된다.

결혼이 위험 부담이 되어버린 세대

 '수도권에 있는 20평대 전세 아파트에 신혼집을 마련'하고 '부부가 합쳐 5,614만 원의 연봉'을 번다. '하루 3시간의 여가'와 '한 달 4.6회의 외식'을 즐기며 '해외여행은 일 년 평균 1.6회'정도 떠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대학내일 20대연구소가 설문한 '2016 대학생이 생각하는 이상적 결혼 인식 조사'의 결과다. 같은 조사에서 응답자들이 예상한 결혼 준비 비용은 1억 7,502만원에 달한다. 신입사원 평균 연령이 27세인 점(취업포털 인크루트 2017 신업사원 평균 스펙 설문조사)과 평균 초혼 연령이 2016년 기준 남자 32.8세, 여자 30.1세인 점(통계청 2016 생애주기별 주요 특성 분석)을 감안하면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결혼 준비 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집값이다. 해당 조사에서 예상한 신혼집 마련비용은 1억 2,122만 원으로, 월 200만 원을 버는 직장인이 5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아야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혼에 대한 경제적 부담은 결국 비혼을 선택하는 이유가 된다. 우리 대학교 오채환(경영학 4) 학생은 "취업준비생의 입장에서 보면 취업 여부나 앞으로의 미래가 불투명하지 않나.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결혼을 필수로 생각하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고 비혼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경제적인 이유 외에 출산·육아·교육 등에 대한 고민도 비혼을 선택하는 이유에서 큰 몫을 차지한다. 특히 여성의 경우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을 우려하기도 한다. 맞벌이 부부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성 혼자 가사와 양육 부담을 짊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 대학 김가빈(철학생명의료윤리학 3) 학생은 "결혼의 장점을 잘 모르겠다"며 "출산이나 육아의 어려움도 분명 고려해야하는 문제라 (요즘에는) 결혼을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혼, 가족을 넘어 대안적 공동체로

 비혼은 오로지 혼자만의 삶을 추구하는 독신주의와는 다르다. 비혼족은 1인 가구뿐만 아니라 연인이나 친구, 가족과 동거하는 형태로도 존재한다. 비혼주의의 증가는 경직된 가족 형태에 다양성을 더했다. 부모와 자식으로 이루어진 가정만이 '정상 가족'으로 인식되던 시대는 이제 지난 것이다.

 일부 유럽 국가의 경우,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고 이를 법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파트너십 등록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생활동반자법', 프랑스에서는 '시민연대협약법(PACS)'이라고 부른다. 성인인 개인이 파트너를 등록하면 결혼이 아닌 방식으로도 두 사람의 공동생활을 인정하고, 기존 가족 구성원의 권리 일부를 파트너가 행사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하는 제도다. 예컨대 PACS의 경우, 파트너는 사회보장, 납세, 임대차계약, 채권채무 등에 관해 결혼한 부부와 똑같은 권리와 의무를 부여받는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파트너십 등록제도의 필요성에 관심을 갖고 이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지난 10월 20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동반자 등록법'이라는 이름으로 파트너십 등록제도의 제정을 촉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정형적인 직계 가족이 아니더라도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사회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며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곧 내 가족"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글은 게시일부터 한 달간 약 6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

 우리나라는 대출과 주택 청약, 세금 혜택 등 많은 정책이 다인 가족을 중심으로 수립돼 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공공임대주택 사업 역시 4인 가족을 우선으로 주택을 배분한다. 그러나 2016년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가구수 유형 중 1인 가구의 비율이 27.9%로 1위를 차지했다. 때문에 현 정책은 1인 가구와 비혼족이 점차 증가하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최근 비혼인들이 모여 사는 비혼주거공동체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전주 '여성생활문화공간 비비협동조합'에 살고 있는 이미정(44) 씨는 "미디어에 흔히 등장하는 싱글 연예인들의 삶처럼 완벽하게 자신의 삶을 가꾸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울지 모른다. 그리고 혼자 사는 삶이 다른 삶의 방식보다 우월한 것은 아니다"라며 "함께 사는 사회에서 싱글이든 파트너십을 가진 삶이든, 그 어떤 조건에서도 차별받지 않고 인격을 존중받기를 원한다. 때문에 비혼인들이 함께 공유하는 삶의 주거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박현주 기자
hyunju009@donga.ac.kr


 

 저는 C/S(Customer/Satisfaction) 강사로 일하고 있는 최수희입니다.

 처음부터 비혼을 꿈꾼 건 아니었지만 살다보니 사실 타이밍을 놓친 거예요. 눈이 높다는 이야기도 자주 듣는데,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기준은 있는 거잖아요. 무엇보다 한 사람을 만나서 평생 살 자신도 없었고요. 주변에 결혼을 한 여자 친구들은 항상 가정과 시댁, 직장에 죄인이더라고요. 그런 사회적 현실이 짠하고 슬펐어요. 그래서 비혼식에 찾아온 여성 지인들은 대개 "멋있다", "부럽다"며 저를 추켜세우더라고요. 남성 지인들은 좀 생소해하고 낯설어하는 것 같았지만요.

 비혼식을 하긴 했지만, 사실 10년 후의 제가 결혼을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결혼에 목매며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기보다 나에게 집중하고 싶다는 이유에서 결정한 거예요. 즐겁게 즐기면서 살자는 게 제 인생 지론인데, 결혼을 하면 포기해야 하는 게 생각보다 많더라고요. 그래서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나를 아끼고 투자하는 그런 삶, 오롯이 나만을 위해서 사는 삶을 살겠다는 선언을 한 셈이죠. 마침 비혼식을 했던 날이 제 생일이었거든요. 저의 마흔을 기념하는 즐거운 파티였어요.

 사실 지금의 대학생들에게 비혼은 슬픈 단어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N포 세대'(어려운 사회적 상황으로 취업이나 결혼 등 여러 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세대를 뜻하는 신조어)라는 말이 있듯 현실이 워낙 녹록치 않으니까 그들에게 비혼은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일 수도 있잖아요. 저는 그 친구들에게 그 무엇도 단정 지을 필요가 없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그것이 결혼 여부이든 나의 미래이든 말이에요. 나를 돌아보면서, 나에게 좀 더 투자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뭔지 찾아갔으면 해요.

※ 본 내용은 최수희 씨의 블로그 포스팅과 인터뷰를 각색해 구성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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