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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 대담 인터뷰
박현주 기자  |  000@d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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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04  11:4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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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널>(나이순)
 지미(22), 당근(23), 바게트(24)

 Q. 비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있나?
 바게트 : 어릴 때부터 막연히 결혼을 하고 싶지 않단 생각을 했다. 옛날엔 비혼이란 단어가 없었지 않나. 그래서 독신을 꿈꿨는데, 사실 독신이란 단어에서 부정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최근에 비혼이란 단어를 접하고 나니까 비혼을 택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의 결혼제도는 평생을 전제로 하고 있는 느낌이다. 그걸 지킬 자신도 없고, 결혼 제도에 속박당하기 싫다.
 당근 : 초등학생 때 부모님이 이혼하셨다. 당시엔 어려서 이혼이 뭔지 몰랐는데, 부모님이 다투며 이혼 서류를 작성하던 기억이 비혼 결정에 영향을 많이 미쳤다. 부모님도 한때는 너무나 사랑해서 결혼을 했을 텐데, 결과적으로는 헤어졌지 않나. 그래서 결혼 자체가 평생을 담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검은 머리가 파 뿌리가 될 때까지? 다 거짓말 같다.
 지미 : 너무 흔한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어머니가 가부장제하에서 사랑이란 이름으로 착취됐다고 생각한다. 맞벌이를 하면서 집안일도 늘 도맡아야 했다. 특정 가족구성원이 희생해야하는 구조가 싫다. 내가 훗날 아무리 가정적인 남성을 만나도, 젠더 감수성(다른 성별의 입장이나 사상 등을 이해하기 위한 감수성을 말한다)의 미묘한 차이를 캐치해내기 어렵다면, 그 희생자는 또 내가 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책 '82년생 김지영'의 김지영처럼.
 바게트 : 맞다. 이혼이 나쁘다는 사회적 시선이나 자식 때문에 결혼 생활을 근근이 유지하는 사람도 많지 않나. 그게 과연 옳은 걸까?

 Q. 본인에게 결혼제도란?
 
지미 : 엄마한테 항상 말한다. "아직도 결혼을 유지하고 싶어? 이혼하고 싶으면 언제든 말해. 내가 응원해."
 당근 : 결혼은 너무 교과서적인 단어 같다. 좋은 사람을 만나 평생을 약속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 나는 다른 사람과 같이 사는 걸 싫어하고 혼자 자취하는 게 너무 좋고 행복하다. 가족과 함께 살아도 싸우는데 아무리 잘 맞는 연인이라도 그 사람과 안 싸울 수 없을 것 같다. 상상만 해도 싫다. 평생 이 사람과 함께 해야 한다, 는 전제도 너무 무겁게 다가온다. 혼자 살아도 이렇게 행복한데 저런 무거운 도전을 꼭 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바게트 : 딸-딸-아들로 이루어진 삼남매의 둘째다. 아들을 낳기 위해 계속 자녀 계획을 시도한 전형적인 가부장제 가정이다. 엄마는 가족을 위해 희생을 많이 하면서도 이를 당연하게 여긴다. 작년쯤 엄마한테 이혼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도 있다. 솔직히 결혼제도가 너무 구시대적이라 생각한다. 바뀌어야 한다.

 Q. 결혼제도가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는 말인가?
 바게트 :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는 건 사실 좀 막연하다. 법 개정도 중요하겠지만 인식의 변화가 가장 먼저 아닐까? 젊은 세대한테는 결혼을 필수로 생각했던 인식이 많이 바뀐 것 같지만 기성세대는 여전히 '결혼'을 인생의 중대사로 생각하는 경향이 큰 것 같다. 우리 삼촌도 40대가 되어서야 베트남 여성과 매매혼을 했다.
 지미 : 우선 이성애의 결합이 '정상 가족'이라는 이데올로기가 해체돼야 한다. 흔히 '성소수자'라고 하면 동성결혼법제화라는 논의가 자주 나온다. 하지만 이게 법제화되어 정착되면 이성 가족에서 문제가 되어왔던 결혼 문제가 동성 결혼에서도 분명 등장할 거다. 특히 동성 연인 간의 데이트 폭력이나 강간 등이 동성 간이라는 이유에서 가시화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결혼보다는 파트너등록법을 더 선호한다. 누군가를 만나게 된다면 개인과 개인과의 결합으로, 각자의 파트너로 존중을 받을 수 있는 관계가 됐으면 한다.

 Q. 동거는 어떻게 생각하나?
 당근 : 엄마가 이혼하시고 나서 너무 건강해지셨다. 엄마는 "너희도 안팎에서의 행동이 다르듯이, 함께 살아봐야 그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다"며 "좋은 사람이 생기면 꼭 동거를 해보라"고 항상 권한다. 그래서인지 예전부터 동거를 긍정적으로 생각해왔다. 그런데 사람들이 동거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나?
 바게트 : 동거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너무 만연하다. 특히 여성에게는 더 심한 것 같다. KBS 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에서도 딸 미영이 연인과 동거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부모가 크게 혼낸다. 미디어에서 이렇게 부정적으로 등장하는 게 위험한 것 같다.
현재 언니와 자취를 하고 있는데, 가끔 싸운다. 평생을 함께 살던 가족과도 싸우는데 생판 남이랑 같이 사는 건 더 힘들지 않을까? 오히려 동거가 좀 장려되어야 할 것 같다. 그것이 결혼의 준비 단계이든, 아니면 그냥 함께 사는 것이든.

 Q.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동반자 등록법 제정을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에서는 가족 간의 물리적·언어적 폭력이나 차별이 큰 사회적 문제라며 혈연 가족만이 이상적인 가족으로 여겨지는 문화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가족 간 발생하는 폭력의 경험이 비혼을 택하는데 영향을 미쳤나?
 지미 : 처음 아버지에게 커밍아웃했을 때가 생각난다. 가족이라고 해서 모든 걸 이해하고 감싸안을 수 있는 거란 생각은 편견이다. 내 성 정체성(지미는 안드로진이다. 안드로진이란 성 역할 고정관념을 이루는 남성스러움과 여성스러움을 구분하지 않고 한 인격체 내에 남성성과 여성성을 동시에 갖춘 것으로 인식하는 것을 말한다.)에 대해 털어놓자마자 게이의 항문섹스 이야기를 하시며 "네가 게이인지 레즈비언인지 트렌스젠더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난 네가 딸이라서 거부감이 덜한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라. 아무래도 레즈비언을 섹슈얼한 이미지로 생각하신 것 같다. 언니는 "난 너를 더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더라. 내 더러움을 왜 자기가 판단하지?
 당근 : 가사분담의 문제도 크다. (우리집은) 명절에도 항상 여성 가족구성원만 일을 한다. 특정 가족 구성원만이 희생하는 구조도 분명 폭력이다. 그래서 종종 '엄마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가정에 얽매여 헌신하던 과거의 엄마가 아니라 이혼을 한 뒤 스스로의 삶을 찾아가는 현재의 엄마를 닮고 싶다. 이 또한 비혼을 선택한 이유 중의 하나인 것 같다.
 바게트 : 하루는 남동생에게 설거지를 시켰는데, 그걸 본 부모님이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고 하시더라. 나와 언니는 초등학교 때부터 했던 일이다. "자식 때문에, 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산다"고 말하는 것도 결국 자식에게는 폭력이 될 수 있다.
 지미 : 엄마는 할아버지의 가정폭력에서 벗어나고자 결혼을 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보니 아빠가 가정폭력을 휘둘렀다. "여자와 애와 개는 패서 가르쳐야 한다"는 가치관을 가지신 분이었던 거다. 평범한 사람들은 이해 못하겠지만 사실 가정폭력이 생각보다 흔하다. 그래서 결혼이나 가정에 대한 기대감이 없는 것 같다.

 Q. 비혼인으로서 꿈꾸는 삶은 어떠한가?
 바게트 : 하고 싶은 게 많다. 공연을 보러 다니는 것도 좋아하고 가진 취미도 많다.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고 싶다.
 당근 : 동물을 좋아한다. 돈 많이 벌어서 유기묘, 유기견을 돌보고 싶다.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지미 : 비혼공동체를 이용할까 생각하고 있다. 애인을 사귀어도 동거보다는 혼자 살고 싶으니까. 가끔 혼자 있으면 우울해질 때가 있는데, 사람을 만나며 기분을 환기하곤 한다. 솔직히 고독사도 걱정되고. 만약 파트너등록법이 법제화된다면 이를 이용할 생각이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미 : 내가 무엇을 선택하는지는 나의 주체성이자 나의 문제다. 비혼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편견이다.
 당근 : 비혼을 결심한 사람들에게 "그런 애들이 제일 먼저 결혼하더라"라는 농담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치관과 경험에 따라 내린 타인의 결정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바게트 : 결혼이 선택이듯 비혼도 선택이다. 왜 비혼만 부정적으로 보는지 이해가 안 간다. 틀에 박힌 고정관념들이 바뀌었으면 한다. 내가 비혼하겠다는데, 어쩌라고?

박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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