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돌아온 동아인터뷰ㅣ꺼지지 않는 대학 연극의 불씨, 극예술연구회
ㅣ돌아온 동아인터뷰ㅣ꺼지지 않는 대학 연극의 불씨, 극예술연구회
  • 허현주
  • 승인 2017.12.04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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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가 처음 대학 연극을 접한 것은 혜화동 대학로에서였다. 좁은 소강당에 꽉 채워진 관객들을 보며 비좁고 불편한 자리에 불만을 가지기도 했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되자 기자는 어느새 불편함을 잊고 말았다. 대학생 배우들이 가진 풋풋함과 열정, 그리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그들의 연기력 때문이었다.

 우리 대학교에도 부산지역 대학 연극의 명맥을 이어온 '극예술연구회'가 있다. 올해 50주년을 맞이한 극예술연구회는 이를 기념하여 지난달 11일과 12일 승학캠퍼스 리인홀에서 제70회 정기공연으로 '사천의 선인'을 연기했다. 사천의 선인은 인간의 선악에 대해 다룬 독일의 희곡이다. 선을 베풀기 위해서 악인으로 분장한 삶을 살아야만 했던 주인공 셴테를 통해 인간이 선하게만 살 수 없게 만드는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셴테역을 연기한 김지영(한국어문학 2) 학생은 "주인공 자리에 발탁됐을 때 부담감이 크긴 했지만 설레고 기뻤다. 연습 당시 힘든 일도 있었지만 '끝나고 다 같이 맛있는 것 먹자'라는 마음으로 이겨냈다"고 당시의 심정을 전했다. 이틀간 진행된 극예술연구회의 제70회 정기공연은 총 250명의 관객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 리인홀에서 공연된 '사천의 선인' 연극 <출처=극예술연구회>

 연극동아리에는 예대 학생만 있을 거라는 편견과 달리, 극예술연구회에는 다양한 단과생이 소속돼있다. 차동욱(의예 1) 학생은 드라마 '닥터후' 속 '닥터'라는 캐릭터의 연기에 매력을 느껴 연극을 시작했다. 그는 "무대 위에서 다른 사람이 되고 나의 손짓과 목소리로 사람을 끌어당긴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그때부터 연극동아리에 대한 꿈을 키워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매일같이 캠퍼스를 이동하며 활동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는 "캠퍼스를 이동하느라 저녁 식사를 거를 때가 많아 힘들었지만 팀원들 덕분에 힘든 것도 이겨낼 수 있었다. 관객들에게 더 좋은 공연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 또한 연습을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며 연기에 대한 열정을 드러냈다.

 50년간 명맥을 이어온 극예술연구회이지만 역사를 이어오는 동안 어려움도 있었다. 2004년 이후 잠정적으로 활동이 중단됐고 2009년에는 동아리 자체가 없어지기도 했다. 극예술연구회가 되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김명현(정치외교학 4) 학생의 연기에 대한 열정 덕분이었다. 90년대 이후 IMF 등의 사회 문제로 많은 동아리가 존립의 어려움을 겪고 폐부되거나 규모가 축소됐다. 김명현 학생이 입학했던 2014년 당시에도 극예술연구회는 문을 닫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연극을 하고자 하는 의지 하나로 사람들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20여명의 회원을 모았지만, 연극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 많다보니 운영이 막막했다. 하지만 곧 선배들로부터 도움이 잇따랐다. 그가 학내 곳곳에 붙인 회원 모집 벽보를 본 교수님이 김명현 학생에게 직접 연락을 취한 것이다.

 정봉석(한국어문학) 교수는 "(연극을 하고 싶어 하는) 신입회원을 모집한다는 벽보를 보고 연락했다. 극예술연구회가 활동을 중단했었지만 동문회가 활성화돼있고, 전문적으로 연극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동문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극예술연구회의 부활이 취업과 스펙만이 전부가 되어버린 대학교에서 과거 캠퍼스의 낭만과 패기를 회복하는 신호라고 생각했다"며 극예술연구회의 재개를 도운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선배들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극예술연구회의 새로운 시작은 순탄하지 못했다. 한대우(경영학 '17 졸) 동문은 "당시 극예술연구회는 정식동아리가 아니어서 교내시설을 쉽게 이용하기 어려웠다"며 "연극 연습을 위해 강의실과 학교 옥상, 복도, 타 동아리 연습실 등을 전전했다. 부민캠퍼스 국제관 건물에서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민원이 들어와 지하주차장에서 연습한 적도 있다"고 회상했다. 그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활기를 잃은 대학연극문화에 불을 지피겠다는 목표 때문에 연극을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50주년 기념행사에 대해 한대우 동문은 "우여곡절 끝에 맞이한 50주년이다. 이 과정은 극예술연구회가 발돋움할 다음 50년을 위한 초석이라 생각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난관을 딛고 일어선 극예술연구회는 현재 60명의 동아리원을 가지고 있는 중앙 동아리 중 하나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부산지역 6개대학의 극예술연합회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학기 중에 연극 관련 스터디와 워크숍 공연을 진행하고 3월과 9월에 정기공연을 하며 왕성하게 활동한다. 김명현 학생은 "연극의 길은 항상 열려있다. 실제 현장에도 연극영화과 출신이 아닌 사람이 반 이상"이라며 "연극을 미래로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연극을 하고 싶다는 열정이 있다면 고민하지 말고 언제든지 극예술연구회의 문을 두드려주길 바란다"고 연극에 관심을 가지는 학생들에게 격려의 말을 남겼다.

 휴대폰을 통해 손쉽게 웹드라마나 영화 등을 접할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굳이 비좁은 소강당을 찾아갈 필요가 없게 됐다. 연극이 녹화된 DVD 또한 손쉽게 구할 수 있다. 때문에 대학연극뿐만 아니라 연극계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극예술연구회는 불씨가 꺼져버렸던 대학 연극의 무대를 열정 하나로 다시금 타오르게 만들었다. 극예술연구회가 연기에 대한 학생들의 순수한 열정으로 부활했듯, 대학 연극 또한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라본다.

허현주 기자
1611289@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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