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학보사 힘들다 그랬잖아
내가 학보사 힘들다 그랬잖아
  • 주희라
  • 승인 2017.12.04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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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희라 편집국장

 지난 3월, 필자는 편집국장으로서 첫 데스크 칼럼을 쓰면서 단 한 명의 학우만이 학보를 보더라도 그에게 의미 있게 느껴지도록 기사를 쓰겠다고 다짐했다. 그 다짐을 안고 두 학기를 달려왔고, 필자는 이제 마지막 데스크 칼럼을 써내려가고 있다.

 지난 2년을 돌아보면, 참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인터뷰에 상심하기도 하고, 총학생회와의 마찰로 울분을 삼키기도 했다. 잘 써지지 않는 기사 때문에 밤을 새는 것은 다반사고, 국장이 되고나서는 부담감에 남몰래 울기도 했다.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하면서도 기사를 고치기 위해 다시 노트북을 켜는, 그런 일상의 반복이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신문을 발행하다보니 어느새 천진난만한 새내기는 눈 밑에 다크써클을 달고 다니는, 인상이 날카로워진 헌내기가 됐다. 전화하는 것이 두려웠던 인턴기자는 모르는 사람에게 긴장하지 않고 전화를 하는 뻔뻔한 편집국장이 됐다.

 '내가 학보사 힘들다 그랬잖아'라는 이름의 페이스북 페이지가 한때 학보사 기자들 사이에서 큰 공감을 얻었다. 처음 이 페이지를 접했을 때, 재밌는 이름에 웃음을 터트리다가 곧 씁쓸해졌다. 학보사에 들어가려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모두 학보사 활동이 힘들다며 괜찮겠냐고 물어왔다. 그럼에도 학보사 기자가 하고 싶었기에 이 일을 시작했다.

 아마 모든 학보사 기자들이 그렇지 않을까. 힘든 걸 알면서도 시작하고, 후회하면서도 최선을 다하고 싶고, 하기 싫으면서도 잘 하고 싶고. 학보와 기자들의 관계를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애증'일지도 모른다.

 내년이면 동아대학보 창간 70주년이다. 학보와 기자들의 애증 관계가 벌써 70년 동안 이어져오고 있는 것이다. 70년 애증의 역사에 티끌만한 족적을 남긴 필자는 이제 그 애증의 관계를 끝내고, 평범한 학생으로 돌아가려 한다.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조금은 무관심해 질 수 있는,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 편히 쉴 수 있는 그런 대학생이 되어보려 한다. 그러다 문득 배부대 앞을 지나가면 발걸음을 멈추고, 신문 하나하나에 담긴 기자들의 노고를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 학보사에 입사하고 싶다며 조언을 구한다면, 이렇게 답할 것이다. "내가 학보사 힘들다 그랬잖아.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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