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대학교 석좌교수 브루스 커밍스가 지난 2일 우리 대학교를 찾았다. 브루스 커밍스 교수는 경영대 B04 C-0103호에서 ‘제국의 기억상실증(Imperial Amnesia)’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한석정 총장은 “시카고대학 유학시절의 사제지간 인연으로 (커밍스 교수를) 우리 학교에 초대하게 되었다”며 “저명한 역사학자의 특별강연을 우리 대학에서 주최하게 되어 큰 영광”이라고 전했다.
커밍스 교수는 한국 현대사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며, 아시아학의 거두로 꼽힌다. 그의 대표 저서 『한국전쟁의 기원』(브루스 커밍스, 일월서각, 1986)은 방대한 미국정부 미공개 자료와 한국 내 사료를 기반으로 실시한 한국전쟁에 대한 실증적 연구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국내 학계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며 한국전쟁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지침서 역할을 했다.
이날 커밍스 교수는 “전쟁을 시작하기는 쉽지만, 빠져 나오기는 끔찍할 만큼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예가 한국전쟁이다. 그러나 많은 미국인이 한국전쟁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1945년 8월 미국이 38선을 그은 이후, 73년 동안 미군이 아직 한국에 주둔하고 북한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한국전쟁은 미국의 엄청난 전략적 실패”라고 주장했다.
특강에 이어 이날 강연 내용에 관해 우리 대학 박형준(국제전문대학원 국제학) 교수와 성공회대 김동춘 교수가 대담을 펼쳤다. 사회는 부산대 김성국 교수가 맡았다. 김동춘 교수는 “모르는 것과 잊는 것은 다른 의미이다. (미국인들은 한국전쟁의) 사실 자체를 모르기 때문에 ‘기억상실증’이라는 단어는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강연 주제 키워드에 대해 지적했다. 이어 “미국보다는 피해국인 한국의 기억상실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브루스 커밍스 교수는 “병적인 상태를 강조하고 싶어 기억상실증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으며, (미국인·한국인의) 관심부족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박형준 교수는 “브루스 커밍스 교수가 우리 역사를 과거의 관점이 아닌 현재의 관점에서 재해석 하려고 했던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대담에 관해서는 “열린 소통으로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확인하면서도 다른 관점을 가진 상대입장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강연이 끝난 후 청중들은 커밍스 교수에게 사인을 받거나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에 재학중인 강서윤 학생은 “커밍스 교수님을 직접 뵙게 되어서 너무 좋았다”며 “공부를 하면서 현실의 상황을 배제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이론과 접목할 수 있을지 고민했었는데 그런 점을 잘 짚어주신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강의 시간에 대해 아쉬움을 전한 청중도 있었다. 우리 대학 김희연(경영학 2) 학생은 “유명한 교수님의 강연이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짧았다”고 토로했다. 이날 강연에는 청중 300여 명이 몰려 커밍스 교수에 대한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안다현 기자·박은행 인턴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