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소녀상 설치, 관리는 모르쇠 일관
'너도나도' 소녀상 설치, 관리는 모르쇠 일관
  • 우수현 기자
  • 승인 2018.03.05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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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화의 소녀상'은 2011년 12월 14일 서울특별시 종로구에 있는 일본 대사관 앞에 최초로 설치됐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집회개최된 지 1,000일째 되는 날이었다. 수요집회는 평화의 소녀상 설립과 일본의 공식 사과 요청을 위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이하 정대협)의 주도하에 처음 시작됐다. 2011년을 시작으로 우후죽순 세워지기 시작한 전국의 소녀상은 현재 99개에 달한다. 평화의 소녀상들은 과연 평화 속에서 안식을 취하고 있을까?

고통받고 있는 '평화의 소녀상'

 지난해 3·1절을 앞두고,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두 장의 사진은 누리꾼들의 분노를 자아내며 논란이 됐다. 한 남성이 소녀상의 입에 혀를 대고 한쪽 가슴을 움켜쥐고 있는 등 소녀상을 추행하고 있는 사진이었다. 사진과 함께 작성자는 '결코 성적인 행위가 아니다. 세균을 세척 하려 했다'에 이어 '다시 참극을 빚지 않으려면 정조관념 교육을 확실히 해야겠다. 일제의 영양 지급이 부실한 것으로 보인다'며 소녀상을 희롱하는 글을 올렸다. 이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여 만에 대전 소녀상의 무릎에는 전범기가 꽂혔고, 제주에서는 소녀상 옆에 놓여있던 방석이 흉기로 난도질당했다.

 부산 동구 일본 영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었다. 소녀상은 2016년 12월 28일 일본 영사관 앞에 시민단체에 의해 설치됐다가 부산 동구청으로부터 강제로 철거당했다. '공공시설물이 아닌 조형물은 도로에 설치할 수 없다(도로법 시행령 제55조)'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시민단체와 시민들의 철거 반대여론이 거셌고 소녀상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부산에 소녀상이 건립된 이후 시민단체 '부산 시민 행동'에서는 '소녀상 지킴이'를 결성했다. '소녀상 지킴이'는 청소년, 대학생, 지역지부 회원들로 구성돼 방문객에게 소녀상의 의미를 해설해주거나, 한일 위안부 합의의 문제점에 대해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소녀상 지킴이'의 결성에도 불구하고 소녀상 훼손 행위는 계속됐다. 지난해 3월 최 모 씨(36)는 '일본인을 사랑하다', '우리가 용서해요', ' 반일감정 선동 그만' 등의 문구가 적힌 종이를 소녀상 인근에 붙였다. 이후에도 불법 부착물은 늘어만 갔다. 심지어 폐가구 등의 쓰레기를 소녀상 옆에 버리고 가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동구청은 조처하지 않고 이를 방치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녀상 조례가 발의됐으나 시의회 상임위에서 상정이 보류됐다. 조례 상정을 보류해달라고 요청한 박재민 부산시 행정부시장은 문희상 특사의 방일 일정을 고려해 내린 결정일 뿐 누군가로부터 지시를 받지는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위안부 합의를 주도했던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상정 하루 전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연기를 요청했고, 서 시장이 시 간부들에게 협조를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소녀상을 지키려는 시민들과 시민단체들이 강력히 항의했고 마침내 조례안은 시의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평화의 소녀상'을 지켜라!

 4개월이라는 긴 시간 끝에 조례안이 통과됐고, 일본 영사관 앞 소녀상은 자치단체가 관리하게 됐다. 또한, 이제 소녀상은 공공조형물로 등록돼 소녀상을 훼손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처벌받는다. 이 조례안은 소녀상 관리 방안 이외에도 부산에 거주하는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위안부 문제의 교육과 계몽사업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국의 99개 소녀상 중 지방자치단체 공공 조형물로 등록된 것은 강원도 원주, 서울 종로, 경기도 안양, 충청북도 제천, 부산 동구 외 7곳으로 12개뿐이다. 공공 조형물로 등록되면, 지자체는 의무적으로 이를 관리해야 하며 함부로 철거 또는 이전할 수 없다. 이 말은 곧, 현재 우리나라에서 12개를 제외한 나머지 87의 소녀상은 지자체의 관리 밖에 있다는 뜻이다.

 때문에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는 사회적 기업 '마리몬드'는 소녀상의 공공조형물 등록을 촉구하는 서명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30만 명의 서명이 모일 시 각 지자체에 전달할 예정이다. 또한, 마리몬드 산하의 '소녀상 지킴이 원정대'는 전국의 소녀상을 관리하고, 이를 공공조형물로 지정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마리몬드 '소녀상 지킴이 원정대' 활동을 했던 김재원(21) 씨는 "소녀상 지킴이 활동을 하며 소녀상의 의미와 위안부 문제 등 많은 것을 알게 되어 좋았다"며 "소녀상 지킴이 활동이 큰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공조형물 촉구 운동 및 서명 캠페인과 같은 활동들이 문제 해결을 위한 작은 움직임이며, 이 작은 움직임이 모여 하나의 민원으로 작용해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킴이 활동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기업뿐만 아니라 소녀상을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부산 시민 행동'은 일본 영사관 앞 소녀상 보호·관리 및 이슈 대응 등을 중점으로 활동 중이다. 건립 초기 소녀상이 훼손됐을 때, 담당 행정기관과 협의해 CCTV 설치, 지킴이 활동 등의 여러 활동을 했고, 소녀상 조례 제정에 앞장서기도 했다. 3·1절 기념으로 '천 개의 의자 행사'를 실시하는가 하면 소녀상 1주년 기념행사도 진행한 바 있다.

 부산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은 건립 때부터 지금까지 현수막 찢기, 불법 부착물 부착, 쓰레기 더미 투기 등 많은 수난을 겪었다. 이에 익명을 요구한 부산 시민행동 관계자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훼손 행위에 대처하기 위해 꾸준히 동구청이나 시청 쪽에 협의를 구하고 있지만 반응이 너무 소극적이다. 지난해 2월부터 심의에 들어간 소녀상 조례 제정 또한 계속 보류되다가 6월이 돼서야 겨우 본회에 통과돼 정식 조례로 발효됐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시청 관계자는 이후에도 조례시행에 대해 모르쇠하고 있다"며 "저희 부산 시민 행동에서 시청과 시의회 측에 조례시행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우수현 기자
1700185@doa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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