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를 수놓은 별들 은하수| 오늘도 순환버스 타셨나요?
|동아를 수놓은 별들 은하수| 오늘도 순환버스 타셨나요?
  • 박은행 기자
  • 승인 2018.03.05 15: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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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대학교 승학캠퍼스를 방문해 본 적이 있는가? 승학캠퍼스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모두 끝이 보이지 않는 오르막길에 놀라곤 한다. 작년 10월 한 언론매체에서 뽑은 가파른 경사를 가진 부산의 대학캠퍼스 중 1위가 우리 대학 승학캠퍼스였으니 그 놀라움은 엄살이 아닌 셈이다.('곡소리'나는 캠퍼스언덕… 데이터로 살펴본 가장 가파른 대학은?, 파이낸셜뉴스, 2017.10.21) 하지만 다행히도 우리 대학에는 기숙사와 하단역을 순환하는 순환버스가 있다. 학생들은 순환버스를 이용해 등하교를 하고, 캠퍼스 가장 꼭대기에 있는 기숙사에 오른다. 순환버스 기사님들은 아침부터 밤까지 학생들을 위해 운전한다. 이렇게 어느새 순환버스는 교내의 한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호 은하수에서는 순환버스와 기사님들의 이야기를 담아봤다.

▲ 우리 대학교 사하 10번 순환버스(왼쪽)와 양만규 기사님(오른쪽)

■양만규 기사님
 기사님 이름은 '일만 만萬'에 '별 규奎'를 써 양만규다. 일만 개의 별이란 뜻이다. 수많은 별처럼 많은 사람을 태우고 다니는 것이 그의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기사님은 23년간 부산 시내버스를 운전하다 정년퇴직 후 지인의 소개로 우리 대학 순환버스 운행을 시작했다. 그는 "집에서 놀고만 있자니 살만 찌고, 용돈벌이 하는 셈으로 버스운전을 계속하고 있다"며 "힘이 있을 때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관광버스를 운전하던 시절의 기억은 그가 격일제인 현재의 순환버스 근무 시스템을 선호하는 이유가 됐다. 관광버스 기사들은 관광객들의 일정에 맞춰 새벽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하루 종일 운전대를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심지어 다음날 새벽에 또 운전대를 잡아야 했는데, 피곤이 쌓여 사고가 날까 두려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기사님은 차가 밀리고 하루에 수십 번씩 도는 코스가 단조롭게 느껴질 때면 라디오를 켜거나 노래를 흥얼거리며 지루함을 달랜다. 그는 "짧은 코스이지만 그래도 위험 요소는 항상 있다"며 "운전만 35년 하다 보니 웬만한 길은 도가 텄다. 그래도 운전은 항상 조심한다. 좁은 도로에서는 갓길에 주차된 차 사이를 조심히 지나가고 대로에서는 끼어드는 차를 주의하고 있다"고 베테랑 운전사다운 면모를 자랑했다.

■A기사님
 익명을 요청한 A 기사님은 22년간 순환버스를 운행해왔다. 우리 대학과 함께한 세월만큼 그에겐 각별한 추억도 많다.

 매일 저녁 공대2호관 앞에서 버스를 타는 학생이 있었다. 이상하게도 그 학생은 매일 종점인 하단역에 내리지 않고 다시 버스를 타고 학교로 돌아왔다. 알고 보니 기술고시를 공부하면서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 버스를 타는 것이었다. 기사님은 잠깐의 드라이브가 학생에게 찰나의 위로가 되길 바라며 "앞으로는 요금을 내지 말라"고 말했다. 그러기를 몇 달, 결국 학생은 기술고시에 합격했고 이후로는 그를 볼 수 없었다.

 몇 년의 시간이 흐른 후, 어떤 청년이 서너 살쯤 되는 아이를 데리고 버스에 타더니 기사님께 자신을 기억하냐고 물었다. 워낙 많은 학생을 태우기도 했고 시간이 오래 지난 일이라 처음에는 못 알아봤지만, 청년의 이야기를 들으니 어제 일인 듯 생생히 기억났다.

 A 기사님은 "(그 학생이) 교수님을 만나 뵙고 나에게도 인사를 하고 싶어서 찾아 왔다고 했는데, 졸업 후 취직하고 결혼해 아이까지 데려오다니…"라며 뿌듯해하셨다. "비록 할 수 있는 건 버스운전뿐이지만 공부하겠다는 학생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고 싶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진심으로 학생들을 아끼는 마음이 느껴졌다.

 기사님들에게는 별도의 쉬는 시간이 없다. 기숙사 정거장에 정차하는 짧은 시간 동안 담배를 피우거나 버스에 앉아 커피를 나눠 마시며 수다를 떨고, 라디오를 듣는 게 휴식 시간의 전부다. A 기사님은 "휴게 공간을 마련하는 게 어렵다는 건 알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순환 버스 기사)도 대학 당국과 협력업체이고 기사들에게는 대학이 산업현장인 셈인데, 휴게실 하나쯤은 있었으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새 학기가 시작됐고, 순환버스는 어김없이 등하교하는 학생들로 가득 차 있다. 그 가운데 순환버스 기사님은 오늘도 많은 학생과 함께 달리고, 또 달린다. 학생들의 지각과 안전 귀가까지 늘 신경 쓰는 그들은 항상 그 자리, 약속된 시간에 나타나 주는 고마운 존재다. 인터뷰 내내 특별한 이야기가 없다며 수줍게 손사래를 치던 그들이지만, 그들은 이미 학내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오늘도 순환버스는 이야기를 가득 실은 채 달려가고 있다.

박은행 기자
1600259@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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