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의 그책| 당신의 고민을 들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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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수현 기자
  • 승인 2018.03.05 15: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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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예스24>

 사람들은 각자 저마다의 고민을 가지고 있다. 가족, 친구, 연애, 학업, 진로, 취업 등 그 내용도 다양하다. 때로 우리는 누군가에게 그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특히 말하기 어려운 고민일수록 나와 먼 사람에게 털어놓게 된다. 그리고 때로는 나를 잘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답변이 나의 선택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히가시노 게이고, 현대문학, 2012)에서는 이러한 고민과 그에 대해 답변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기적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기적과 감동을 추리한다!'는 타이틀로 전 세계 누적 판매 1,200만 부라는 기록을 세웠다. 최근 10년 내 소설 부문 국내 판매 1위를 차지했으며 2016년에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해외소설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 책의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을 대표하는 최고의 추리 소설가로 꼽힌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엔지니어로 일하며 틈틈이 글을 쓰다 제31회 에도가와 란포 상을 수상한 후 본격적으로 소설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후 폭넓은 장르의 작품을 꾸준히 발표하며 엄청난 대중적 인기를 불러왔다. 그의 여러 작품이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됐다. 그 중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출간된 지 6년째이지만 꾸준히 인기를 끌며 올해 2월 말 동명의 영화가 개봉하기 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소설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편지 속 인물들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소설의 배경은 1980년대와 2010년대로, 나미야 잡화점과 아동복지시설인 환광원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나미야 잡화점은 평범한 잡화점이었다.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동네 꼬마들이 가게 이름인 '나미야'를 고민이라는 뜻의 '나야미(なやみ)'라고 부르기 시작하며 장난스럽고 엉뚱한 고민 쪽지들이 잡화점 주인 할아버지에게 날아든다. 그러던 중 쪽지들 가운데 진지한 고민 편지 한 통이 도착하고, 그것을 계기로 할아버지는 잡화점 앞에 작은 우편함을 통해 고민 상담 편지를 받기 시작한다.

▲ <출처=네이버 영화 스틸 컷>

 철없는 도둑 3인방은 잠시 몸을 숨길 요량으로 30여 년 간 비어 있던 나미야 잡화점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우연히 고민 상담 편지를 발견한 셋은 편지에 답장을 쓰기로 한다. 그런데 그들이 발견한 편지는 32년 전인 과거로부터 온 편지였다. 할 줄 아는 일이라고는 도둑질 밖에 없던 세 사람이지만, 편지가 과거로부터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30여 년 전에 일어났던 사건들을 토대로 그들의 고민을 해결해준다. 이들의 진솔한 답장은 고민의 해결 여부를 떠나 당사자들에게 고마움을 느끼게 하고, 이에 세 사람도 여태껏 경험한 적 없는 뿌듯함을 느낀다.

 소설 속 등장하는 여러 사연의 주인공들은 서로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 또한 '나미야 잡화점'과 '환광원' 사이에도 연관성이 존재한다. 이 책의 재미 중 하나가 바로 이러한 연결고리를 추리하는 것이다. 책을 읽어 내려갈수록 뚜렷해지는 엉킨 실타래의 선은 각각의 사연들에 감동을 더한다.

 책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독자들에게 많은 생각을 안겨준다. 도둑 3인방이 고민 편지를 읽어 내려갈 때 독자도 함께 고민에 대한 해답을 궁리하게 된다. 또한 도둑들이 주장하는 각기 다른 해결책을 들으며 자신이라면 어떤 방향으로 답장을 쓸지 생각해보게 한다.

 나미야 잡화점의 주인인 할아버지는 죽기 직전까지도 죽음의 아쉬움보다 자신의 충고가 담긴 답장이 당사자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생각했다. 우리는 자신의 말이 상대방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갖는가. 책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우리에게 자신에 대해 '나야미(なやみ)'할 기회를 가져다 준다.

 "상담자는 이미 답을 알아. 다만 상담을 통해 그 답이 옳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거야."(p.167)

 소설 속 나미야 잡화점의 주인인 할아버지가 한 말이다. 이는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하면 돼)'라는 줄임말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사실 고민을 상담하는 우리의 마음도 그렇지 않은가. 이미 마음속에 정해진 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사람을 찾아다니며 고민상담을 한다. 그리고 결국은 정해진 답을 택한다. 그럼에도 우리가 고민상담을 하는 이유는 내 말을 들어주고 어떤 방향이든 괜찮다고 답해줄 누군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당신에게도 늘 그 선택이 옳다고 말해줄 나미야 잡화점이 있는가? 어쩌면 당신을 응원하는, 당신의 곁에 있는 모든 사람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다.

우수현 기자
1700185@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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