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른 자가 판 우물
목마른 자가 판 우물
  • 안다현 기자
  • 승인 2018.03.0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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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다현 기자

 단 한 번도 '서울특별시'에 주소를 등록해 본 적이 없다. 초등학생 때부터 중학생 때까지는 '-동'에 주소를 올려본 적이 없어서, 모든 사람들이 필자처럼 읍·면·리에 사는 줄 알았다. 한창 아이돌에 관심이 많았던 중학생 시절에는 콘서트를 보러 날을 잡아 시외로 나가야만 했다. 집에 가야 할 시간이 되면 시골로 돌아가기 싫어 고속버스 터미널에 쭈그리고 앉아 슬피 울었다. 읍·면·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필자는 자라서 대학도 지방으로 진학하게 된다.

 선배들은 휴학 후 수도권으로 떠났다. 또래 친구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방학을 이용해 수도권에 고시원 방을 잡고 실습을 나가거나, 'N학년이 되기 전에 휴학하고 서울로 갈 거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대외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격주로 서울시 OO구에 위치한 장소에서 회의에 참석해야 함'이라는 조건이 따라 붙었다.

 이게 지방에 거주하는 청년들의 현주소다. 대외활동을 위해서는 편도 4만원에 달하는 교통비와 하루 숙박비를 지불할 수 있어야만 대외활동에 지원할 수 있는 상황. 이런 답답한 현실에 갈증을 느껴 스스로 우물을 파고 있는 목마른 지방청년들이 있다. 그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인프라 부족'을 외쳤다. 그래서 그들 역시 수도권에서의 활동을 고민해보기도 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변두리에서 살아남기'를 택했다.

 부모님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히기도 했다. 사회가 청년들에게 내거는 기대들을 충족하지 않고 지역에서 자치 활동을 하는 것이 기성세대에게는 낯설고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다고 했던가. 현재는 부모님도 본인들을 응원해주고 있다는 말에 필자는 복합적인 감정을 느꼈다.

 지방에 있는 청년들은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그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직접 만들어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들은 이 일을 즐기고 있었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 참 잔인한 말이다. 힘든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이 더 열심히 움직여야만 한다는 뜻이지 않은가. 그렇지만 목마른 사람에게는 행동한다는 그 관념 자체가 큰 의미를 가질 것이다.

안다현 기자
1600353@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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