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써봤습니다
직접 써봤습니다
  • 소혜미 기자
  • 승인 2018.03.05 16: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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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는 생리를 시작한 이후로 10년간 일회용 패드형 생리대만을 사용했다. 다른 생리용품에 대해서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느 때처럼 생리대의 불편을 당연하게 여기던 중 일회용 삽입형 생리대인 탐폰을 알게 됐다. 몇 달간 사용하고 느낀 탐폰의 단점은 주기가 끝나갈수록 탐폰이 흡수하는 양에 비해 생리혈이 줄다 보니 질 내부가 건조해지는 것이었다. 이후 기자는 지난해 여름 불거진 생리대 유해물질 파동으로 생리컵의 존재를 알게 됐고, 쓸데없이 강한 도전정신 때문에 생리컵을 구매해 사용해보기로 결정했다.

 제일 먼저 부딪힌 난관은 '생리컵 선택하기'였다. 주변에 생리컵을 사용해본 사람도 없었고, 종류별로 직접 만져보고 살 수도 없었다. 인터넷을 뒤져봐도 수많은 종류를 비교해 하나를 선택하기란 여간 고민되는 일이 아니었다. 결국, 사이트가 추천하는 판매율이 높은 상품을 구매하기로 했다. 그렇게 기자와 '루넷컵', '슈퍼제니컵'의 인연은 시작됐다. 집으로 배송된 패키지 속에는 생리컵과 휴대용 파우치 그리고 설명서가 들어있었다. 매일같이 검색 창에 '생리컵 사용 방법'을 입력하며 생리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삽입부터 제거까지, 험난한 여정

 드디어 생리 주기가 됐다. 생리컵을 끓는 물에 소독하고 마음의 준비를 한 후, 화장실로 들어갔다. 생리컵을 사용할 때는 골든컵을 찾는 것만큼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생리컵을 접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다. 생리컵의 크기에 비해 질 입구가 좁기 때문에 삽입을 위해서는 생리컵을 접어야 한다. 생리컵을 접는 방법에는 △라비아 △C자 접기 △7자 접기(세븐폴드) △펀치다운 등이 있다. 초보자가 접근하기 좋은 방법에는 △다이아몬드 △라비아 △오리가미가 있다. 이 방법들은 컵을 많이 접어야 해 번거롭지만, 컵 윗부분이 좁아져 삽입하기 편하다.

 첫 달 사용한 생리컵은 슈퍼제니컵. 여러 가지 접기 방법 중 처음에는 펀치다운을 시도했다. 탐폰을 사용한 경험이 있어 삽입에는 어려움이 없을 거라 예상했지만, 이 작은 실리콘 물체는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자세를 바꾸면 수월할까 싶어 쪼그려 앉아도 보고 의자에 앉아도 보았지만, 아무래도 슈퍼제니컵의 크기가 커서 펀치다운보다 생리컵을 더 작게 만드는 방법을 시도해야 하는 듯했다. 땀까지 흘리며 10분 넘게 시도해 본 결과, 결국 라비아접기 방법으로 삽입에는 성공했다. 생리 시작단계에는 질 속에 생리혈이 많이 없기 때문에 기자처럼 막무가내로 시도하는 것은 삽입도 어려울 뿐더러 상처를 낼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슈퍼제니컵을 사용하는 동안 여러 접기 방법을 시도해 봤는데, 기자가 가장 편하다고 생각했던 방법은 다이아몬드 접기였다. 다이아몬드 접기는 4번이나 접힌 생리컵을 손가락 힘만으로 잡고 있는 것이 힘들지만, 삽입이 편하고 질 내부에서 잘 펴지는 느낌이었다. 생리컵을 접는 방법 역시 여러 방법을 시도해보며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다양한 접기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싶다면 유튜브 영상을 통해 배울 것을 추천한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착용 과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생리컵 삽입 후, 접힌 생리컵이 '뽁!'하고 펴지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면, 다시 손가락을 넣어 제대로 펴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과정이다. 슈퍼제니컵은 부드러운 편에 속하는 생리컵이라 잘 펴지지 않았다. 이 과정이 귀찮아 거치지 않은 날에는 생리혈이 새기 마련이었다. 지난해 총여학생회 공동구매를 통해 생리컵을 구매한 김다희(화학공학 4) 학생은 "정확하게 착용하지 않으면 피가 새기 때문에 팬티라이너를 함께 사용하기도 했다"는 경험담을 전했다.

 그래서 기자는 둘째 달부터 루넷컵을 사용했다. 슈퍼제니컵에 비해 단단한 편인 루넷컵은 어느 방법으로 넣어도 비교적 잘 펴졌다. 그리고 같은 S사이즈지만, 크기가 훨씬 작았다(루넷컵이 작은 게 아니라 슈퍼제니컵이 다른 컵보다 크다). 그렇다 보니 슈퍼제니컵을 사용할 때보다 생리혈을 자주 비워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생리컵을 착용하고 있으면 생리 기간인 것을 잊을 정도로 생리혈이 배출되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때문에 생리혈을 비워야 한다는 사실을 한동안 망각하기도 했다. 작은 크기의 생리컵을 사용한다면 의도적으로 생리컵 착용 사실을 떠올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생리혈이 컵의 용량을 초과해 새어 나올 수 있다. 생리혈이 많은 날엔 큰 생리컵을 사용하는 것이 대안이 된다.

 생리컵을 체내에서 빼내는 과정은 삽입하는 것보다 어려웠다. 질의 길이는 생각보다 길어서 생리컵이 꼬리가 잡히지 않을 만큼 깊이 들어갔다. 생리컵을 체내에서 빼내지 못해 산부인과에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들어서 조금 무서웠다. 인터넷 검색창에 '생리컵 빼는 방법'을 검색했다. 어떤 경험자가 '꿀팁'을 공유해 놓았는데, 배변을 하듯 아랫배에 힘을 주면 숨어있던 생리컵 꼬리가 잡힌다고 했다. 이 방법으로 꼬리를 잡고 좌우로 살살 흔들어 생리컵 끝부분이 모습을 드러내면, 컵을 살짝 눌러 생리컵이 펴진 상태로 빠지지 않게 해야 한다. 받아진 생리혈이 많다면, 생리컵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생리혈이 바닥에 흐를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손에 피가 묻는 것은 예삿일이 될 것이다.

공중화장실에서는 어떻게?

 문제는 공중화장실에서의 사용이다. 인터넷에서 얻은 조언대로 물과 물티슈를 챙겨 화장실로 갔다. 이 두 가지 준비물만 잘 챙긴다면 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먼저 생리컵을 체외로 빼낸 후 변기에 생리혈을 비운다. 물로 생리컵을 씻어낸 다음 다시 착용한다. 마지막으로 물티슈로 피 묻은 손을 닦으면 끝. 세면대에서 다시 한 번 손을 씻으면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 이는 패드형 생리대를 교체하는 것에 비해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린다. 화장실 밖에서 누군가 기다리고 있거나, 일하던 중 생리컵을 비우러 갔을 때는 괜히 눈치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일회용 패드형 생리대를 교체할 때 나는 냄새를 맡지 않아도 됐고, 생식기 주변에 광범위하게 묻어있는 피를 닦아내는 일이 없어 좋았다.

 3년째 생리컵을 사용하고 있는 강민재(생명과학 2) 학생은 "일회용 생리대는 거의 매시간 교체해주어야 하는 반면, 생리컵은 4시간 정도에 한 번씩 비워주면 된다. 때문에 화장실에 자주 들락날락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리컵 사용 후기를 전했다.

생리컵에 관한 오해와 진실

 생리컵의 장점은 잠자리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생리컵을 사용하기 전에는 수면 중 뒤척임 때문에 오버나이트 생리대를 사용하고 꽉 맞는 속바지도 착용했다. 그럼에도 아침에 눈을 뜨면 혹시 피가 새어나오지는 않았을까 불안한 마음에 이불을 확인해야만 했다. 하지만 생리컵을 사용하는 동안에는 이른 아침 불안한 마음으로 일어날 일도, 축축한 생리대를 깔고 앉을 일도 없어졌다. 더군다나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지 않으니 환경오염에 보탬이 되고 있다는 뿌듯함도 느낄 수 있었다.

 생리컵 얘기를 하며 생리통 감소 효과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생리컵을 사용한 사람들이 생리통 감소 효과를 경험했다는 얘기를 많이 하곤 한다. 강민재 학생은 "배란통 등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할 때 느꼈던 생리통과 불쾌함, 피부 통증 등은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기자는 생리통이 심한 편은 아니었지만 이마저도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효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생리컵 사용으로 생리통이 완치되는 효과는 없었다. 생리컵을 사용한 후 오히려 생리통이 늘었다는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다. 우리 대학 한명석(의학) 교수는 "현재까지 생리컵과 생리통의 직접적인 관계는 보고된 바가 없다"며 "생리컵 사용 시 생리혈의 유출로가 피딱지로 인해 막혀 생리통이 유발될 수도 있으니 생리혈이 넘치지 않도록 관리해주면 통증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리컵이 잘 맞으면 좋겠지만, 어떤 방법을 써도 불편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런 경우에는 미련을 갖지 말고 다른 생리용품을 찾아 떠나면 된다.

▲ <일러스트레이션=심연우 기자>

생리는 생리현상일 뿐

 생리컵이 화두에 오르고 국내 도입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계속됐다. 일부 남성들은 생리컵에 대한 기사에 '생리컵을 사용하면 처녀막이 손상된다', '성 경험이 있는 사람들만 사용할 수 있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니며 특히 처녀막이라 불리는 기관은 질 하단부에 위치한 섬유조직으로 막 형태도 아닐뿐더러 성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잘못된 명칭 때문에 많은 사람이 여성의 신체를 잘못 이해하고 있는 현실이다.

 기자는 생리컵 사용 후 내 몸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게 됐고, 생리와 피에 대한 거리낌이 줄어들었다. 사실 생리의 정확한 명칭은 '월경'이다. 월경을 숨기려고 대체어를 찾다 보니 생리현상에서 '생리'라는 단어를 따 온 것이다. 이마저도 부끄럽게 여겨서 우리는 생리를 생리라고 부르지 못하고 '그날', '마법에 걸렸다' 등 둘러서 말하는 것이 관례가 되었다. 포궁을 지닌 가임기 여성이라면 누구나 겪는, 어쩌면 고결한 생리현상을 우리는 굳이 숨겨야 할 이유가 없다. 내 몸의 주체로서 신체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내 몸에 맞는 생리용품을 찾는 일 역시 한번쯤은 시도해볼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소혜미 기자
1403438@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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