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 강박, 어쩌면 당신도
외모 강박, 어쩌면 당신도
  • 강주희 기자
  • 승인 2018.04.02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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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을 호령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곤 한다.
이런, 그 전에
눈썹 좀 다듬고
아, 다리도 좀 면도하고
모공도 깨끗이, 얼굴 색 좀 보정하고…

시완 클라크, '겨드랑이의 노래' 中

 

 이는 베스트셀러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리네이 엥겔른, 웅진지식하우스, 2017)에 나오는 문구다. 해당 책에서 저자는 아래와 같은 외모 강박의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며 그 정의를 설명한다.

 

□ 오늘 얼굴 상태가 별로라는 이유로 약속을 취소한 적이 있다.

□ 내 몸이 어떻게 보일지 늘 신경 쓴다.

□ 외적인 요소가 나의 일상을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외모 강박이란 외모에 관한 생각과 감정에 사로잡혀 심리적으로 심하게 압박을 느끼는 상태를 뜻한다. 엥겔른은 '대부분의 사람이 외모 강박의 의미는 알지만, 자신이 외모 강박을 겪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강박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불편함을 거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화장하지 않으면 외출하지 않거나, 몸매를 위해 식사를 거르는 등 외모 강박은 현실과 맞붙어 우리의 일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시장조사 전문기관 트렌드모니터에서 '대중들은 얼마나 외모관리에 신경 쓰고 있는가'라는 주제로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설문조사했다. 전체 응답자 중 91%가 '우리나라에 외모지상주의가 심각하다'고 판단했으며, '자신의 외모에 만족한다'는 응답자는 35.6%로 낮은 수준이었다. 또한 응답자 중 85.4%가 '외모가 나아지면 일상생활에서 자신감이 생길 것 같다'고 답해 상당수가 외모를 개인의 경쟁력이자 자신감의 원천이라고 인식한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외모 강박, 우리들의 이야기

 *인터뷰이의 요청으로 모두 익명처리 하였습니다.

▲ <일러스트레이션=심연우 기자>

 A(경영학 2)의 옷장은 검은색 옷들로 가득 차 있다. 무척이나 더웠던 작년 여름에도 검은색 얇은 긴 팔 상의와 긴 바지를 입고 다녔다. 처음부터 검은색을 좋아했던 건 아니었다. 어두운 색 옷들은 밝은 색 옷보다 몸이 더 말라 보인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검은색 옷을 주로 입게 됐다. 성인이 된 이후로는 집 밖에서 반바지나 치마를 입어 본 기억이 없다. 이유를 묻자 A는 머뭇거리는 기색 없이 "다리가 너무 뚱뚱해서 짧은 바지나 딱 붙는 바지를 입으면 보기 싫다. 더워도 이제는 익숙해져서 견딜 만하다"며 "매번 다이어트 다짐을 하지만 살이 쉽게 빠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B는 현재 경남정보대 항공관광학과에 재학 중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저녁을 먹지 않은 그는 "지금의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하루에 세 끼를 꼬박 챙겨 먹는 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B는 "특히 국내 항공사는 채용과정에서 외모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외모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화학 3)는 대학에 입학한 뒤 부쩍 외모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어릴 적부터 누나들이 꾸미는 모습을 보고 자란 영향이 컸다. 매일 아침 '무슨 옷을 입지?', '머리는 어떻게 할까?'를 고민했다.

 주변 친구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몸매와 피부 관리에 집착했다. 마른 몸에 스트레스를 받아 헬스를 다니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틈틈이 피부과에 다니는 친구도 있었다. 군대를 다녀온 후로 외모에 대한 집착이 줄었다는 C는 "사람들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마음이 외모 강박을 부추긴 것 같다"고 말했다.


외모강박, 극복하기

 사람들은 진정한 아름다움에 관해 이야기한다. 외적인 것보다 내적인 것들을 가꾸고 돌보는 게 현명한 일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가 현실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것들은 가늠하기 힘들기에 우리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미(美)를 판단한다.

 2014년, CBS TV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우리 대학 김지연(경영학 '14 졸) 동문이 출연했다. 김지연 동문은 자신을 '다이어터(DIE-TER)'라고 소개했다. '죽으러 가는 사람'이란 의미에서였다. "스무살이 됐지만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일이 녹록치 않았다"며 "(통통한 몸매 때문에) 면접에서 게을러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치마를 입은 날에는 친구에게 '야! 넌 눈이 없냐? 그 다리로 치마 입고 다니지 마!'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에 충격을 받은 김지연 동문은 죽음의 다이어트를 감행해 10kg을 감량했지만, 곧 거식증과 폭식증을 겪으며 힘든 나날을 보냈다. 그는 "당시 거울을 볼 때마다 '차라리 죽으면 이 몸을 보지 않아도 될 텐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끊임없이 자신을 부정하던 참담한 상황에서 김지연 동문에게 용기를 준 것은 어떤 모습이더라도 그를 사랑해주는 주변사람들이었다. 그 후 김지연 동문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 다이어트보다 나의 정체성을 찾는 다이어트를 결심했다"며 "남을 평가하는 사람들로부터 시선을 거두자 스스로 소중하고 필요한 것들에 초점을 맞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 SNS상에는 '#thickthighsaveslives(두꺼운 허벅지가 생명을 구한다)'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의 허벅지를 찍어 올리는 유행이 번졌다. 이는 '사회에서 요구하는 획일적인 체형에 자신을 맞추지 않고, 자신의 신체를 아끼고 사랑하자'는 '자기 몸 긍정주의'를 표방한 것이다. 같은 시기에 여성환경연대는 의류매장에서 사용하는 마네킹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표준체형과 크게 동떨어져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회적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쌍꺼풀이 짙은 큰 눈'이나 '흰 피부', '가는 다리' 등이 아름답다고 여기는 획일적 미의 기준이 존재해 외모강박을 부추기고 있다. 엥겔른은 '우리는 이미지에 둘러싸여 매일 수많은 이미지와 마주한다. 미디어는 완벽한 외모와 몸매에 대한 이미지를 생산해서 우리를 압박한다'며 '이미지를 보는 횟수 자체를 줄여한다'고 충고한다.

 이에 우리 대학 김대경(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 교수는 "요즘은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서 자아의 사회적 정체성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 따라서 사회문화적 환경에 대한 인식을 높일 수 있는 디지털 리터러시(디지털 기기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지식과 능력) 교육이 필요하다. 앞으로 이러한 (외모를 중시하는) 사회적 경향은 더욱 증대될 것으로 보기 때문에 디지털 문화 환경 속에서 자아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내면의 역량을 키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책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에서 엥겔른은 외모강박을 멀리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팻 토크(fat talk)를 줄이는 것'을 제시했다. '노화, 비만, 못생김에 대한 부정적 이야기를 멈추고 좀 더 가치 있는 무언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 '외모 관리 목록을 만들어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을 외모에 쓰는지 기록하고 자원을 적절히 분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choosebeautiful(아름다움을 선택하세요)은 세계적인 미용 브랜드 도브(Dove)에서 실시한 캠페인이다. 도브는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건물 입구에 각각 'average(평범한)'와 'beautiful(아름다운)'이 쓰여진 스티커를 부착했다. 관찰 결과,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average'라는 스티커가 부착된 입구로 들어가기를 선택했다. 그들에게 'average'로 들어간 이유를 묻자 "남들이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선택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을 생각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 캠페인은 '남에게 자신의 아름다움에 대한 판단을 맡기지 말고 스스로 아름다움을 선택하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도브(Dove)는 우리에게 묻는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아름다움이란 어떤 것입니까?'

▲ <일러스트레이션=심연우 기자>

 지난달 16일부터 19일까지 우리 대학 학생 583명을 대상으로 외모강박에 대한 자체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외모 강박에 대한 정의와 사례를 알고 있나요?'라는 질문에 '그렇다'가 39.9%(233명), '보통이다'가 32.7%(191명)를 차지했다. '외모 강박을 얼마나 자주 느끼나요?'라는 질문에는 '하루에 1번'이 39.9%(233명)로 가장 많았고 '하루에 3번 이상' 느낀다고 응답한 사람은 26%(152명)를 차지했다. 이와 같은 결과는 엥겔른의 주장과는 달리, 외모 강박이 사회적인 이슈로 부상하면서 학생들 스스로도 외모강박을 겪고 있음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응답자 593명 중 15.4%(90명)만이 '외모 강박을 느끼지 않는다'고 답했다.

 외모강박은 주로 얼굴과 몸매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주로 남학생은 키, 여학생은 피부 상태에 대해 외모 강박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들이 외모 단장에 소비하는 시간은 하루에 '30분 이상 1시간 미만'이 44.4%(258명)를 차지했고, 40.7%(237명)가 한 달에 '1만 원 이상 5만 원 미만'을 외모를 치장하는데 소비한다고 응답했다.

강주희 기자
1714242@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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