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펙', 얼굴도 스펙이다?
'페이스펙', 얼굴도 스펙이다?
  • 소혜미 기자
  • 승인 2018.04.02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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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BAILA>

 이승기, 박보검, 서현진, 김연아, 김동완···

 이들은 인터넷 스타 커뮤니티 사이트 '익사이팅디시'에서 진행된 '보자마자 넌 합격 면접 프리패스상 스타는?'이라는 주제로 실시한 투표 결과의 상위권에 오른 스타들이다.

 '면접 프리패스상'이라는 단어까지 생겨날 정도로 취업에서 외모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생겨난 신조어 '페이스펙'은 얼굴을 뜻하는 face와 학력 등의 평가요소를 의미하는 spec을 합친 단어로 외모도 스펙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페이스펙이라는 단어의 등장은 외모지상주의와 취업의 연관성을 실감케 한다.

페이스펙을 향해

 페이스펙을 확보하기 위한 첫 번째 방법은 증명사진을 잘 찍는 것이다. 사진관 대부분이 일반 증명사진과 이력서용 증명사진을 구분하여 작업한다. 일반 증명사진을 찍는 비용은 약 1만 원 정도지만, 이력서용 증명사진의 경우 4만 원 안팎이다. 이력서용 증명사진이 촬영과 보정을 더 꼼꼼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력서용 증명사진을 찍을 때는 헤어, 메이크업, 정장 대여 등을 하기도 한다. 금액은 4만 원가량인데, 이 금액이 부담스러워 요즘은 헤어와 의상을 포토샵으로 합성하기도 한다. 정나혜(도시계획학 '18 졸) 동문은 "헤어와 정장을 합성했음에도 (증명사진을 찍는 데) 5만 원을 지출했다. 지원하는 회사의 상징색을 배경으로 하면 좋을 것 같아 다른 색의 배경으로 여러 장 찍기도 한다"고 전했다. 네이버 취업카페 '독취사'에는 이력서 사진을 수정해주는 게시판이 따로 있다. 회원이 사진을 올리고 수정을 요청하면 담당자가 요구에 맞춰 수정해준다.

 페이스펙을 위한 두 번째 방법은 성형이다. 지난해 5월 취업 포털 인크루트가 구직경험자 552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취업 성공을 목적으로 성형수술을 고려했던 경험이 있는지'라는 질문에 282명(51%)이 '있다'고 답했다. 항공사 취업을 준비했던 익명의 학생은 "외모가 큰 경쟁력인 항공 승무원 면접준비를 위해 성형을 고민했었다"며 "항공사 또는 금융권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들은 다들 한 번쯤 고민을 해 봤을 것"이라고 전했다.

 '취업 성형'을 문구로 내세우며 광고를 하는 성형외과도 많다. 지난해 케이블 채널 온스타일에서 방영된 TV 프로그램 '겟잇뷰티 2017' 36회에서도 '외모는 경쟁력이다?'를 주제로 방송인 이하늬, 산다라박, 이세영, 박나래가 취업 성형 견적을 받았다. 출연자마다 최소 300만 원에서 최대 880만 원가량의 취업 성형을 권유받았다.

 체중감량도 하나의 취업 관문이 됐다. CDC 취업컨설팅 류정석 대표는 지난 2015년 4월 1일 방송된 JTBC 뉴스룸 펙트체크 코너와의 인터뷰에서 "면접자가 과도한 비만 상태라면 면접위원들이 자기관리를 잘 못 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 유경화(식품영양학 3) 학생은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면접 준비 과정에서 자기관리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더했다.

 이외에도 탈모로 인한 평가 저하와 자신감 하락을 고민하는 취업 준비생들도 존재한다.

블라인드 채용으로 외모 평가 사라질까?

 지난해 정부는 '평등한 기회·공정한 과정을 위한 블라인드 채용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블라인드 채용은 입사지원서에 편견을 가질 수 있는 정보를 기재하지 않도록 하고, 대신 직무 수행에 필요한 기술 등을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춘 채용 방식이다. 이로써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모든 공공기관 및 공기업의 서류에서 사진 부착칸과 학력 기입란 등을 없애도록 했다.

 이력서에서 사진 부착칸은 사라졌지만, 면접 시 외모 평가를 완전히 배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리 대학교 송유진(사회학) 교수는 "블라인드 채용을 통해서 외모에 기반을 둔 평가는 일차적으로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겠지만, 여전히 면접 단계에서는 외모에 대한 평가가 남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공공기관 및 공기업 블라인드 채용 시행 이후 사기업들도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는 추세다. △롯데그룹 '스펙태클 채용' △현대모비스 '미래전략채용' △현대자동차 '힌트(H-INT)' △CJ그룹 '리스펙트 전형' △KT '스타오디션' 등 사기업에서도 다양한 이름으로 블라인드 채용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67년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법'이 제정돼 인종, 종교, 성별, 장애를 이유로 고용에 차별을 두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회사의 이력서에는 가족관계, 신체정보, 사진, 종교, 성별을 기재하는 칸이 없으며, 있어도 작성하지 않아도 된다. 또한, 지원자는 면접 시 관련 질문을 받더라도 답변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적정 수용 범위는?

 원하는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금융, 영업 등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서비스 직종에서 외모는 배제하기 어려운 요소다. 2016년 12월부터 아시아나 항공에서 근무하고 있는 최민석(경영학 '17 졸) 동문은 "승무원이라는 직군에서 외모는 고객에게 회사의 이미지와 인상을 결정하게 하는 중요한 부분"이라며 "항공 승무원 취업 준비를 하며 웃는 인상을 만들기 위해 매번 신경 쓰며 노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직무능력과 외모가 전혀 관계없는 직종에서도 외모를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김세영(기계공학 4) 학생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특히 우리나라에서 외모지상주의가 더 심한 것 같다. 외모가 직무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곳까지 외모를 평가 기준으로 삼는 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송유진 교수는 "외모가 한국 사회에서 성별과 관계없이 중요한 스펙 중 하나로 부상하고, 취업을 위한 외모 가꾸기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라며 "대중매체에서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해왔고, 취업난이 심화하면서 만들어진 극심한 경쟁 상황이 외모까지 스펙으로 고려되게 했다"고 전했다. 또 앞으로 외모가 취업 시 평가요소로 얼마나 적용될지에 대한 질문에는 "외모가 평가요소에서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부당하게 차별받는 일이 없도록 다양한 제도적 방편을 마련하고 대중적 의식을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소혜미 기자
1403438@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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