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를 수놓은 별들 은하수| "반갑습니다. 57학번 김영택입니다."
|동아를 수놓은 별들 은하수| "반갑습니다. 57학번 김영택입니다."
  • 강주희 기자
  • 승인 2018.04.02 1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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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대외협력처>

 "아이고, 우리 아빠 소원 풀었네".

 서울에 있는 딸에게 졸업 소식을 알리자 딸은 무척이나 좋아했다. 김영택(83) 동문은 우리 대학교 경제학과 57학번이다. 그는 올해 2월 21일, 학교에 입학한지 62년만에 학사모를 썼다. 졸업식에서 그 누구보다 활짝 웃고 있던 그는 이날 충무동의 어느 식당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술을 한 잔씩 돌리며 자신의 졸업을 하했다. "대단한 어르신"이라고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김영택 동문은 1957년에 입학해 2학년 1학기까지 다녔다. 그러던 중 친구가 "어머님이 위독하신데 수술비가 없다"며 등록금을 빌려갔다. 차마 부모님께 그 사실을 알리지 못한 그는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2학기에 미등록 제적을 당했다. 결국은 졸업도 하지 못하고 학교를 떠나야만 했다. 그래서 그에게 졸업은 평생의 한이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다. 동기들과 모인 자리에서 본인만 졸업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그의 마음을 항상 아프게 했다. 57년만의 재입학에 가족을 비롯한 모두가 강하게 만류했지만, 그는 단호하게 학교로 찾아가 재입학 절차에 대해 물었다.

 재입학 신청부터 장학금 신청, 수강 신청에 이르기까지 학교에 돌아오기 위해 거쳐야 하는 절차는 산더미 같았다. 학교 홈페이지를 뒤적여 봐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기 힘들었다. 그럴 때마다 경제학과 조교들의 도움을 받았다. 학과 복학생 친구들의 도움도 컸다. 그들은 학교생활에 익숙지 않은 김영택 동문에게 많은 것을 알려줬다. 그는 자신에게 도움을 준 사람들의 이름을 모두 기억하며 고마운 마음을 거듭 강조했다.

 

 "어린 학생들보다 실력은 못해도 열정만은 그들 못지않았죠."

 그는 동아리에 가입하고 싶어 어학 동아리 여러 곳에 찾아가기도 했다. 일본어에 관심이 많아 일본학도 부전공했다. 또한 학교생활 틈틈이 '새벽, 해안시장' 블로그 기자로도 활동했다. 충무동에 있는 해안시장을 홍보하는 일이었다. 그는 직접 사진을 찍고 글을 썼다. 학교생활 내내 배움의 열정을 보인 그는 학위수여식에서 '사회과학대학장 표창장'을 받았다.

 김영택 동문은 "단 한 번도 학교로 돌아온 것을 후회해 본 적이 없다"며 "아주 만족스러운 학교생활이었다"고 뿌듯하게 말했다. 그런 그에게도 힘든 시간이 있었다. 바로 '시험'이었다. 내용을 모조리 외울 정도로 공부해도 막상 시험지를 받으면 머리가 새하얘져 아무것도 쓸 수 없었다. 컴퓨터를 활용하는 수업도 만만치 않았다. 독수리 타법으로는 엑셀 수업을 따라갈 수 없었다. 경제학에 관심이 많은 그였지만 전공과목을 듣자 학문의 어려움을 새삼 다시 느꼈다. 교수님들께 어려움을 토로하자 "F학점만 안 받으면 졸업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부담 갖지 말고 기분 좋게 학교생활 하세요. 재밌는 게 최우선입니다"고 그에게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그는 결석은 물론이고 공결 한 번 쓰지 않고 학교를 다녔다. 그렇다고 해서 앞만 보고 달려가는 즐길 줄 모르는 대학생도 아니었다. 개강 총회, 체육대회에도 빠지지 않았고, 사진이라는 취미를 살려 각종 행사 사진을 찍어 과방에 걸어 두기도 했다. 그는 자타공인 경제학과의 사진사였다. 여느 대학생들처럼 점심시간에는 학식을 먹고 공강 시간에는 주로 사회대 2층 테라스에서 음악을 들으며 쉬곤 했다. 가끔 강의가 끝난 뒤에는 복학생 친구들과 저녁을 먹거나 술을 마시기도 했는데 그 사소한 시간들은 김영택 동문에게 더없이 소중한 추억이 됐다.

 

 "학교는 저에게 떳떳해질 수 있는 힘이었어요."

 그는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 한다"고 누차 강조했다. "과거와 달리 요새는 성적이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세상에는 좋은 기회들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동아리나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추억을 많이 남겼으면 좋겠어요."

 다시 학교로 돌아온 그가 얻은 것은 학교에 대한 애착심이었다. 젊은 시절, 1년가량의 학교생활로는 느끼지 못했던 학교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학교생활, 친구들, 배움의 장… 그것은 단순한 지식을 뛰어넘는 배움이었다.

 김영택 동문은 졸업 후 서구청 꽃동네 역사관에서 문화해설가로 활동 중이다. 그에게 졸업장은 단순한 학위 취득의 의미가 아닌 자존감 그 자체였다. 그는 오늘도 졸업장을 마음에 새기며 당당한 발걸음으로 집을 나선다.

강주희 기자
1714242@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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