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 날 특집> 벼랑 끝 대학언론, 내일은 있는가
<신문의 날 특집> 벼랑 끝 대학언론, 내일은 있는가
  • 김지은, 손솔잎, 정혜원 기자
  • 승인 2013.04.02 1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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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와의 갈등이
편집권 침해로 이어져…
학생들 무관심도 한몫

▲ 지난달 11일 발행된 <연세춘추> 호외판.<사진출처=연세춘추 페이스북>

"연세대학교 공식신문사인 <연세춘추>, 그리고 공식영자신문사인 <The Yonsei Annals>는 운영상의 어려움으로 정상적인 발행을 할 수 없게 되었음을 알립니다."

지난달 11일 연세대 학보 <연세춘추>는 1면을 백지 상태로 이 문구만 실어 호외판을 발행했다. 연세춘추 구독료(연세춘추비)는 지금까지 등록금 항목 중 '잡부금'에 포함돼 모든 재학생이 의무적으로 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2013년부터 잡부금과 등록금을 분리해 징수하도록 제도를 수정해 연세춘추비는 선택납부제로 바뀌었다. 연세대 총무처가 공개한 '2013학년도 1학기 자율경비 선택 통계'에 따르면 재학생의 11.9%, 신입생의 46.5%만 연세춘추 유료구독을 희망했다. 그 결과 이번 학기 구독료 총액은 예년 예산의 30%에 불과한 수준이다.

대학언론이 대학당국의 압력과 자금난으로 인해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사태는 비단 <연세춘추>만의 일은 아니다. 지난 2009년 중앙대 교지편집위원회는 <중앙문화> 58호에 대학 구조조정안과 관련해 중앙대 박범훈 총장을 풍자하는 만화를 실어 배포했다. 당시 중앙대 언론매체부장을 맡고 있던 장영준 교수는 교편위에 "기사와 만화 내용 중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총장에게 허락을 받은 후에 배포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중앙문화> 58호는 배포된 지 3시간 만에 대학본부에 의해 전량 수거되고 말았다. 압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대학당국은 2010년 예산 중 교편위 예산 전액을 삭감한다고 <중앙문화>에 통보했다. 이 외에 <외대학보>, <세종대학보>, <건대신문> 등도 재정문제나 편집권을 두고 대학당국과 갈등을 겪었다.

언론은 대중과 소통함으로써 사회를 감시하고, 대중들에게 정보를 제공해 여론을 형성한다. 대학언론도 이와 같이 학내 구성원들을 위한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대학의 행정 및 교육·연구 환경을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대학언론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나날이 구성원들의 관심은 줄고 있다. 지난 1999년 77%였던 서울대 학보 <대학신문>의 구독률은 지난해 34.7%로 반토막 났다.

본지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대학 인문과학대학 소속 정 모 학생은 "학교는 단지 수업 들으러 오는 곳"이라며 "학교 일은 나와 상관없는 일 같아 학보를 읽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과대학 소속 김 모 학생은 "학보사가 무슨 일을 하는 곳이냐"며 반문했다. 우리 대학 권성길 총학생회장은 "적지 않은 학생들이 학내에 언론사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며 "그로 인해 학내 언론사를 잘 찾지 않고, 학내 언론사도 학우들의 다양한 의견을 잘 반영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덧붙여 "학내언론을 알리기 위한 홍보활동을 많이 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매년 기자 지원율 줄어

이처럼 대학언론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관심이 줄어드는 현상에 대해 김성해, 설원태, 허재철의 공동연구「민주 공동체와 대학신문」(2008)은 '사회가 민주화됨에 따라 대학생들은 개인주의적 성향으로 기울어져 학교 내외의 문제에 대한 관심이 많이 줄었다. (중략) 이런 상황에 있기 때문인지 요즘 대학생들은 대학신문에 대해 별로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로 대다수의 대학생들은 자신의 이익과 관련된 취업, 학점, 스펙 등 개인적인 사안에만 집중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다보니 학내 이슈 전반을 다루는 학내 언론사와 자연스레 멀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세태는 대학언론의 인력난과도 직결된다. 2011년 경성대 학보 <경성대신문>은 당해 1학기를 마지막으로 발행이 중단됐다. 당시 2명의 학생기자가 취재·편집·발행까지 맡아 동분서주했으나, 이후 수습기자 지원자가 없어 현재까지 정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부경대 학보 <부경대신문>은 편집국장 1명과 정기자 4명이 격주로 신문을 발행하고 있다.

이러한 사태를 진단하기 위해 이준호(동의대 교수) 전 전국대학신문 주간교수협의회장은 지난해 초 전국 36개 대학언론사 소속 기자 178명을 대상으로 '대학신문 학생기자들의 의견 및 태도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현재 취재 및 전문인력 부족으로 제작이 쉽지 않다'는 질문에 '그렇다'가 39.3%, '매우 그렇다'가 32%로 과반수가 어렵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또한 '상시 근무할 수 있는 기자와 직원이 더 필요하다'라는 물음에서 42.1%가 '그렇다', 29.8%가 '매우 그렇다'고 답변해 인력난의 심각성이 드러났다.

이준호 전 회장은 지난달 26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기자 지원율이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 "종이매체의 소비가 전체적으로 감소하면서 대학언론의 인기도 함께 하락했다. 또 대학언론사 생활이 워낙 바쁘고 치열해 다른 활동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학생들을 끌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는 "학생기자들이 나중에 언론사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우리 대학 박경우(신문방송학) 교수는 "요즘 대학생들은 취업에 많은 압박을 받는다"며 "동아리도 취업 잘 되는 동아리는 잘나가고 그렇지 않은 동아리는 휑한 것처럼, 대학언론도 마찬가지"라 말하면서도 "대학언론이 언론사로서의 기능을 잘 해나가고 그것을 확고히 만들어 자리를 구축해 나간다면 학생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고, 학내 언론사 또한 위상이 강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일부 대학언론에서는 나름의 방책을 강구해 위기를 극복해나가고 있다. 이화여대 학보 <이대학보>는 대학당국의 압력을 극복하고 사실에 입각한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FCD(Fact Checking Desk)제도를 도입했다. FCD는 학보기자 출신으로 기성언론 인턴 경험이 있는 학생을 기자로 선발해 기사의 정확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제도다. 또 국민대 신문방송사에서 사임했거나, 대학본부에 의해 해임된 기자들은 지난해 9월 자치언론인 <국민저널>을 만들어 매월 발행하고 있다. <국민저널>은 지난해 2학기부터 기자들 사비와 언론계에 진출한 선배들의 후원을 받아 매호 2,000부씩 발행했다.

"독립 기반 마련해야"

<국민저널> 박동우 취재부장은 "학생 신분으로 취재를 하러 가면 무시당하는 경향이 있다"며 "무시 받지 않으려면 전국 대학 언론들이 조직적으로 연대해 언론인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그들은 세종대, 국민대, 한국외대 등이 포함된 전국적 대학언론연합을 구상하고 있다.

오늘날 대학언론의 위기에 대해 <국제신문> 최승희 기자는 "대학당국의 금전적인 지원을 받아 언론사가 운영되기 때문에 발생한 사태"라며 "독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도 대안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독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글을 쓰는 것이 우선"이라며 "기자들이 언론인의 자세를 가지고 신문을 만든다면 독자들은 따라올 것"이라고 학내 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조언했다.

누군가 말했다. '기회는 위기 뒤에 찾아온다.' 많은 대학언론사가 위기에 봉착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고 독자와의 소통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때, 이 위기는 기회로 승화될 수 있다.

 

동아대학보 제11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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