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人터뷰] 세계무대를 꿈꾸는 무희
[동아人터뷰] 세계무대를 꿈꾸는 무희
  • 정혜원 기자
  • 승인 2013.04.02 1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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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정 무용단'대표 박연정(무용학 01학번) 동문
▲ 박연정(무용학 01학번) 동문.

괴이하게 분장한 무용가가 무대에 올라 거친 춤사위를 선보인다. 신들린 듯한 열정에 관객들은 이내 박수갈채를 보낸다. 외면의 아름다움을 내세우기보다 몸짓에 진정성을 담아 표현하는 그녀는 바로 '박연정 무용단'의 대표 박연정(무용학 01학번)동문이다.

박연정 동문의 작품에는 언제나 빠르고 거친 장면이 등장한다. "얼굴을 바닥에 문대는 등 거친 동작으로 몸이 성할 날이 없죠. 오히려 공연 다음날 눈 떴을 때 몸이 멀쩡하면 관객들에게 미안해요." 아프면 몸을 아낄 법도 한데, 박 동문은 "무대 위에서 몸을 사리게 되면 관객들이 감동을 받지 않는다"며 자신만의 소신을 밝혔다. 그녀는 공연 후에 오는 통증으로 인해 오히려 예술인으로서의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다고 전했다.

젊은 나이에 비해 깊은 감성표현이 인상적이라는 찬사를 받아 온 박연정 동문은 중학교 1학년 특별활동을 통해 처음 무용을 접하게 됐다. 당시 선생님은 엉뚱한 발상을 높이 평가해 박 동문에게 무용을 추천했다. 무용은 단순히 춤만 잘 춘다고 좋은 작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음악, 의상, 무대구성, 동선 등 모든 요소가 조화를 이뤄야 비로소 완벽한 무대가 만들어진다. 박 동문의 엉뚱한 면은 그녀가 무대를 창작하는 데 큰 빛을 발했다. 그녀의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들은 무대 소재로 재구성됐다. 박 동문은 용모지상주의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자신의 첫 창작 작품 '껍데기는 가라'에서 좌변기를 무대에 올렸다. 그녀는 "좌변기의 뚜껑을 벗기고 조명을 비추면 그 어떠한 도자기보다도 아름답다고 생각했다"며 "획일화된 미(美)의식을 타파할 수 있으면서도 재미있는 소재였던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항상 즐겁게 무용생활을 할 것 같았던 그녀에게도 시련은 찾아왔다. 지난 2008년, 박 동문은 'KBS부산 무용콩쿠르'에 출전했다. 그러나 대회 3일 전, 연습 도중 무릎인대가 파열돼 기권할 수밖에 없었다. 무대에 오르지도 못했다는 실망감과, 다시는 춤을 출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탓에 박 동문은 이후 8개월간의 공백기를 가졌다. 그러나 그녀는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섰다. 박 동문은 "나는 항상 울퉁불퉁한 길을 걸어왔다"며 "힘든 일을 겪은 후엔 늦더라도 항상 좋은 시기가 찾아온다는 생각으로 아픔을 툴툴 털어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녀는 이듬해에 다시 그 대회에 출전했고 당당히 대상의 영광을 안았다. 박 동문은 예술의 길을 걷다 현실에 부딪히거나 부상으로 인해 방황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 그녀는 그들에게 "자신의 길에 집념을 가지고 묵묵히 노력한다면 분명 각자의 자리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따뜻한 격려의 말을 전했다.

박연정 동문은 쌀을 소재로 한 작품 '이팝나무'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 '이팝나무'는 88만원 세대를 찬밥에 비유하면서 사회에 나가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그들의 희로애락을 표현한 작품이다. 그녀가 이 작품을 창작할 당시 우리 대학 무용학과는 더 이상 신입생을 받지 않는다는 공고를 내걸었다. 무용학과 강사이기도 한 박 동문은 "'이팝나무'가 후배들을 대변하는 것 같아 마음이 더 쓰였다"고 말했다. 강사이기 전에 무용학과 선배로서 후배들 곁을 묵묵히 지켜주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그녀는 "춤에 대한 열정만 있다면 공간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며 "시련 속에서 더 값진 예술이 피어날 수도 있다"고 후배들을 위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

박연정 동문은 '망구-여든 한 살의 여행'이라는 작품으로 영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가수 싸이만큼은 아니라도 '아, 한국에서 온 무희' 정도의 인식만이라도 해외에 퍼트리고 싶어요." 그녀의 춤사위가 한류의 새 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동아대학보 제11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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