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피디아] 물을 물어보세요
[워크피디아] 물을 물어보세요
  • 이유진 기자
  • 승인 2013.04.02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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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어드바이저
▲ 워터어드바이저 박환성 씨.

지난 1995년, '먹는물관리법'이 제정되면서 우리나라에도 여러 브랜드의 생수가 등장했다. 당시만 해도 적지 않은 소비자들이 의아해했다. '물맛이 다 똑같지, 굳이 뭣 하러 물을 사먹나?'는 식이었다. 그만큼 우리나라에는 '물맛'에 대한 인식이 전무했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이제는 물맛이란 한 단어로 통칭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종류의 생수가 슈퍼마켓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이토록 많은 생수 가운데 내게 알맞은 것은 무엇일까? 이 물음을 해결해줄 사람이 있다. 바로 '워터어드바이저(Water Adviser)'다.

워터어드바이저란 말 그대로 물에 관해서 조언해주는 사람이다. 세계 각지에서 온 각종 제품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물의 맛과 효능 등을 설명하고 고객에게 맞는 물을 추천해주는 물 전문가다.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신세계백화점 센텀점 지하 1층 워터바에서 워터어드바이저로 근무하고 있는 박환성(38) 씨를 만났다.

물에도 분명 맛이 있다. 박환성 씨는 "물맛은 미네랄 양(경도)에 따라 달라진다"며 설명을 시작했다. 그는 "지하수나 용천수의 경우 땅과 흙에 있는 광물이 많이 녹아있어 경도가 높아 무거운 맛을 원하는 고객에게, 부드럽고 가볍게 넘어가는 맛을 원하는 고객에게는 상대적으로 경도가 낮은 해양심층수나 빙하수를 추천해준다"고 말했다. 경도에 따라 달라지는 음감(飮感)을 기준으로 물을 선별하는 것이다. 운동선수나 수험생, 임산부 등에게는 피로회복에 좋은 알칼리수, 산소공급에 탁월한 산소수, 아기에게 좋은 베이비워터 등을 각각 추천해준다.

워터어드바이저는 다양한 물의 맛과 기능을 모두 알고 있어야 한다. 또 여러 종류의 물을 많이 마셔보면서 브랜드마다 조금씩 다른 맛의 차이를 스스로 알아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가격, 효능, 미네랄 함유량 등도 고객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실제로 박환성 씨는 물을 공부하기 위해 일본에서 2개월간 세계 각 나라의 제품을 종류, 맛, 경도, 가격, 느낌 등으로 세분화해 비교하며 마셔보았다. 그는 "아무 정보 없이 물이 넘어가는 느낌만으로 무슨 브랜드인지 알 수 있을 때까지 마셔봐야 한다"고 전했다. 물을 많이 마셔야 하는 일이다보니 남다른 고충도 있다. 그는 "물을 많이 마시다보니 배가 불러 밥을 먹을 수 없는 경우도 많아 살이 8kg이나 빠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박환성 씨는 2009년 3월부터 현재까지 4년 넘게 워터어드바이저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예전에는 고객들이 맛, 가격, 생산지역, 특징 등 이것저것 물어봤지만 요즘은 물어보지 않고도 잘 고른다"며 "물 문화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또 "이전에 비해 해외 생수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고, 박스단위로 물을 주문해 드시는 분도 있다. 물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물의 종류, 물병 디자인이 다양해지는 등 국내 생수시장이 성장하고 있으며 해외 프리미엄 생수 수입도 증가하고 있다. 또 워터바, 워터카페 등 물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곳도 생기고 있다.

생수시장이 커지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워터어드바이저의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필요한 자격증도 따로 없어 물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워터어드바이저는 생소한 직업인만큼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 도전을 좋아하는 젊은이라면 한 번 시도해볼만 하다. 

 

동아대학보 제11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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