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取)중진담] 어부지리(漁父之利)
[취(取)중진담] 어부지리(漁父之利)
  • 김강민 기자
  • 승인 2013.03.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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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강민 기자

'어부지리(漁父之利)'. 조개와 황새 서로가 서로를 문 채 다투다 지나가던 어부에게 둘 다 잡혔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고사성어다. 둘 간의 싸움으로 제3자만 이득을 본다는 뜻인데, 학생·대학·카드사를 둘러싼 등록금 신용카드 납부 논쟁이 딱 그 모양새다.

지난 1월 몇몇 카드사들이 이번 학기 대학 등록금을 자사 신용카드로 납부하면 최대 6개월 동안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힘든 경제상황을 고려해 학생과 학부모의 짐을 덜어주겠다는 게 이유였다. 소식이 전해지자 신용카드 납부는 학생 및 학부모들 사이에서 학자금대출 부담을 덜어줄 방안으로 각광받았다. 반면, 카드결제를 허용치 않는 대학은 이익을 위해 학생들의 편의를 외면하고 있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에 대학들은 가맹점 수수료는 등록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고, 무이자할부 서비스는 일시적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이유를 들며 항변하고 있다.

조개가 황새의 부리를 세게 물수록 황새가 조갯살을 더 강하게 쪼는 것처럼, 이 싸움은 대학 당국이 여론의 공격에 묵묵히 버티는 형국이 되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경기가 회복돼 서민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이상 둘의 긴장 상태는 더 팽팽해질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이 싸움의 시발점인 카드사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어쩌면 카드사는 한 발 물러나 둘을 한꺼번에 담을 큰 자루를 든 채 웃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카드사의 전체 수익원 가운데 가맹점 수수료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한다. 사업보고서를 통해 공개된 한 카드사의 경우 가맹점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6%로, 다른 수익원에 비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카드사는 대학을 가맹점으로 두면 안정적인 수입원을 창출하게 되는 셈이다. 게다가 신용카드로 등록금을 납부하려면 신용카드를 새로 발급받아야 하니 카드사로서는 신규 회원이 늘어나 또 득을 본다. 또한, 2%대 가맹점 수수료는 등록금 인상요인으로 작용해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고, 인상된 등록금만큼 수수료 역시 인상에 반영돼 카드사로 돌아가게 된다. 무이자 할부를 취하기 위해 등록금이 인상되는 '소탐대실'의 결과를 낳는 셈이다. 결국 카드사만 미소 짓게 될 것이다. 그야말로 어부지리다.

등록금 신용카드 납부 논쟁을 해결할 방법은 등록금을 할부로 내고 싶어 하는 학생과 가맹점 수수료가 부담스러운 대학 간 입장의 절충이다. 분할납부 기간을 4개월 선으로 늘리는 게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현행 2개월에서 기간이 확대되면 학생은 학자금에 대한 부담을 어느 정도 덜 수 있어 좋고, 대학은 가맹점 수수료 지불 등의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모두가 한 걸음씩 양보해 카드사만 이득을 취하는 어부지리 대신 상생의 길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동아대학보 제11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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