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보]너도 나도 취테크
[학보]너도 나도 취테크
  • 김승언
  • 승인 2011.10.24 02: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너도 나도 '취테크'



전학년 평점 평균 3.0 이상(4.5 만점 기준), OPIC IL~IH, 토익스피킹 5급~7급, 공인어학성적 보유. 지난달 일부 대기업이 올해 신입사원 채용을 위해 내건 최소 지원 자격이다. 이러한 기업들의 요구는 '대학생활의 낭만을 즐겨보겠다'던 대학 신입생 때의 꿈을 한낱 사치로 만들어 버렸다.

현재보다도 미래를 위해 1학년 때부터 일명 '취테크(취업스펙을 쌓는 고도의 기술)'를 시작하는 요즘 대학생들은 토익 학원과 컴퓨터자격증 학원을 다니고, 공모전 참가ㆍ자원봉사 등을 하며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김영수(토목공학 2) 학생은 "여름방학 때 리더스클럽 활동을 비롯해 내진설계공모전 참가ㆍ기업홍보대사 등 취업 스펙을 쌓기 위한 활동을 많이 했다"면서도 "요즘엔 각종 기회가 너무 늘어 스펙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 더 높은 스펙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이처럼 방학 중에도 대학생들은 여행이나 취미활동 등 자신을 위한 휴식시간을 가질 틈이 없다. 취업준비를 위해 자격증을 하나라도 더 따놔야 하기 때문이다. 도서관에서도 시험기간을 제외하면, 토익이나 자격증 공부에 매진하는 학생이 대부분이다. 지난 여름방학에 우리 대학에서는 MOS /E-Test 특강, 컴퓨터 활용능력 1ㆍ2급 특강, 테샛(TESAT) 단기특강, 대기업 모의 직무적성검사, 웃음치료사 자격증 특강 등 취업대비 특강 및 프로그램을 많이 마련했다. 이 중 웃음치료사 자격증 특강은 학생들의 이러한 풍조를 반영하듯 접수 시작과 동시에 마감이 됐다.

여러 기관에서는 대학생들의 스펙을 쌓기 위한 공모전도 열고 있고, 학원가에서는 영어면접에 대비해 취업준비생을 대상으로 하는 방학특강도 판을 친다. 급기야 지난 8월 강남에는 '12주에 270만 원, 소수 정예. 현직 삼성 인사담당자가 직접 입사 비결 강의'라고 홍보하는 첫 취업전문학원도 등장했다. 입사에 필요한 자기소개서, 면접 등 각 부문을 학원 단과반 식으로 교육하며 취업준비를 시키는 것이다.


채용풍토 변하고 있지만…


그러다보니 최근 들어 구직자들의 천편일률적인 스펙으로 신입사원을 선발하기보다는 인성을 더 중요한 요소로 여긴다는 기업의 움직임도 보인다. 취업포털 '잡코리아' (
www.jobkorea.co.kr)가 사원수 100명 이상 기업 200개사를 대상으로 '신입사원 선발 기준'에 대해 조사한 결과, 설문에 참여한 기업 중 80%가 '지원자들의 업무능력이나 스펙보다는 인성이나 태도에 더 비중을 두고 채용한다'고 답했다. 또한 삼성SDI에서도 '인간미와 도덕성을 갖추고 타인과 협조할 줄 아는 사람'을 인재상 중 하나라고 밝혔고, 롯데그룹에서도 기업 인재상에 '협력과 상생을 아는 젊은이'를 넣음으로써 신입사원의 인성을 중시하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허세영(기계공학 4) 학생은 "요즘 자기소개서에 학생들의 인성을 파악하기 위한 항목이 들어가거나 낮은 스펙의 대기업 합격자도 나오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우수한 영어실력을 갖춘 학생을 원한다"며 "학생들은 외국어 공부와 전공공부를 병행하기가 힘들어 휴학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취업포털 '커리어'가 대학생 5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41%는 '취업준비를 위한 휴학이 필수'라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취업준비와 학업의 병행이 어려워서'가 37.4%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2위로 '취업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서'가 32%의 비율을 보였다.

내년에 휴학을 고려 중이라는 김동희(기계공학 2) 학생은 "기업들마다 원하는 자격증도 다양한데, 학기 중에 학점관리도 하면서 토익, 자격증 공부를 하기는 너무 무리"라며 "어학연수를 비롯한 취업 스펙을 준비하기 위해 3학년을 마치고 휴학할 계획"이라고 말하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또한 동의대 김장훈(사회복지학 3) 학생은 "여전히 대부분의 기업들이 외국어 어학자격, 공모전 경력 등 다양한 스펙을 요구하고 있는 한 대학생들의 스펙 쌓기 열풍은 당장 그칠 수 없는 부분"이라며 "내 주위에도 휴학을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우리 대학 취업정보실 김애희 직원은 "현실적으로 대학생들의 스펙 쌓기 열풍이 당장 그치기 어렵다는 건 알고 있지만 이런 추세라면 고학년이 되었을 때 진로설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대학생활 동안 취미활동을 통해 자신의 적성을 찾아내는 과정을 거치면서, 그에 따라 진로 방향에 맞는 스펙을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 이라고 전했다.

박민아 기자
hakboma@donga.ac.kr
동아대학보 제1090호(2011.10.06)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부산광역시 사하구 낙동대로550번길 37 (하단동) 동아대학교 교수회관 지하 1층
  • 대표전화 : 051)200-6230~1
  • 팩스 : 051)200-62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영성
  • 명칭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제호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0
  • 등록일 : 2017-04-05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이해우
  • 편집인 : 권영성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