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옆 영화관] 예술인가? 신성모독인가?
[미술관 옆 영화관] 예술인가? 신성모독인가?
  • 이유진 기자
  • 승인 2013.03.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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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

지난 2006년 개봉한 <다빈치 코드>는 댄 브라운이 집필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다. 지금까지의 상식을 뒤엎는 충격적인 주제로 관심과 비난을 동시에 받은 문제작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논쟁이 되는 것은 바로 예수의 지위다. 기독교에서 예수는 '신적인 인간'이지만, 이 작품에서 예수는 한 여인을 사랑하고 자손까지 거느린 '평범한 인간'이었던 것이다.

이 논란을 촉발시킨 그림이 바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역작 '최후의 만찬'이다. 평생을 예수의 성배 연구에 몰두했던 영화 속 인물 리 티빙 경은 그림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 바로 예수 오른편에 앉은 사람이 제자 요한이 아닌 막달라 마리아이며, 그녀가 바로 예수의 아내라고 주장한 것이다. 충격적인 주장에 관객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고 기독교에선 신성모독이라며 작품을 규탄했다.

'최후의 만찬'은 예수가 로마 군대에 의해 체포되기 전 열두 제자와 가진 성찬 의식을 그린 작품이다. 성경에 의하면 예수는 자신의 죽음을 미리 알고 제자들 앞에서 "오늘밤, 너희 중에 하나가 나를 팔리라"고 말한다. 이에 제자들은 충격에 휩싸여 당황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이 순간의 모습을 밀라노에 있는 산타마리아 델레그라치에 성당 식당 벽에 그림으로 표현했다. 인상학을 깊이 연구했던 다 빈치는 제자들의 몸짓과 표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마태는 적극적인 제스처로 당황스러움을 표현하고 있고, 예수 왼쪽에 앉은 야고보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댄 브라운은 이 그림에서 그 누구보다 예수 우측에 앉은 요한에 집중했다. 아니, 브라운에게 이 사람은 요한이 아니라 막달라 마리아였다. 리 티빙은 "늘어뜨린 빨간 머리, 다소곳이 포갠 손, 가슴 윤곽"을 근거로 들며 이 사람이 막달라 마리아라고 주장한다. 거기에 더해 예수와 마리아 사이에서 성배를 상징하는 'V'모양 기호까지 내세우며 나름대로의 논리적 추론을 이어나간다. 티빙은 성배를 닮은 이 'V'기호가 자궁, 즉 여성을 의미한다고 설명하는데 결국 그의 주장은 성배가 일반적인 잔이 아닌 막달라 마리아라는 데까지 이른다. 예수의 피를 받은 진정한 성배라는 것이다.

기독교가 이 영화에 반발한 이유는 예수를 인간으로 '격하'시켰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논쟁은 2,000여 년 만에 부활한 '21세기판 니케아 공의회'가 될지도 모르겠다. 한 폭의 그림과 성경 속 인물에 대한 재해석은 댄 브라운의 상상력을 자극했지만, 2,000년 가까이 신으로 군림했던 한 남자의 위기도 동시에 야기했다. 여기 '최후의 만찬'이 있다. 당신의 선택은?

 

동아대학보 제11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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