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매일 많은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눈다. 상대에 따라 대화의 주제와 목적 또한 다양하다. 이번 기사를 쓰며 대화 속 많은 '비언어 요소'에 대해 알게 됐다.
MBC 〈전지적 참견 시점〉(2018)에 출연한 이영자 씨는 지인이 선물을 챙겨주자 "이런 걸 뭐"라며 극구 거절했고 선물을 던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속마음 인터뷰에서는 그 행동이 진짜 거절이 아닌 예의상 했던 거절이라고 답했다. 이외에도 이영자 씨가 매니저에게 "좀 먹어"라며 음식을 권했던 것도 진심이 아닌 예의상 했던 행동임을 알 수 있었다. 입이 아닌 얼굴, 팔, 다리 등 이영자 씨의 신체 움직임을 잘 살펴본다면 그의 속마음을 간파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필자는 이런 요소들이 정말 실제 대화에서 뚜렷하게 나타나는지는 의문이었다. 여태껏 대화하며 비언어적 요소에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사를 쓰는 동안에는 실제로 친한 친구와 대화할 때 많은 비언어적 요소들을 찾을 수 있었다. 재밌었던 동아리 엠티에 대해 이야기할 때 친구의 발가락은 위쪽으로 들썩였고, 이야기를 들어줄 때는 친구의 머리가 필자 쪽으로 기울어졌다. 필자와의 대화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뜻의 행동이었다.
이외에도 많은 행동들이 무의식적으로 대화 속에 스며들어 진실을 나타내고 있었다. 단지 인식을 못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생각보다 비언어 신호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알면서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비언어 신호를 알고 난 후 직접 본인의 행동을 관찰했을 때, 필자가 특정인과의 대화에서 머리를 기울이는 행동을 많이 했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친한 사람과 대화를 하면서 습관적으로 하던 행동이었는데, 그 사람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는 뜻이었다.
뿐만 아니라 필자 집에서 키우는 반려견에게서도 비언어 신호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반려견을 처음 할머니 댁에 데려갔을 때 혀로 입가를 핥는 행동을 자주 봤다. 당시엔 몰래 음식을 먹은 줄 알고 입안을 살펴봤다. 하지만 반려견의 '카밍시그널'을 알고 난 후에는 '낯선 장소라 긴장했기 때문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을 하지 못하는 반려견의 경우 사람보다 많은 감정을 행동으로 드러내기 때문에 이에 더욱 신경 쓰기로 다짐했다.
때때로 우리는 구어만을 통해 진심을 전달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가끔은 보다 '솔직한' 비언어적 신호에 집중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어쩌면 상대의 무의식적 행동이 진심을 나타내고 있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