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낯선 세상, 당연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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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08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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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서 독자위원(정치외교학 '18 수료)
임정서 독자위원(정치외교학 '18 수료)

 "예외가 아니라 평균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가 사회를 규정한다." 문유석 판사의 말이 요즘같이 크게 와 닿은 적은 없었다. 물론 그는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맥락으로 해당 발언을 했지만, 비단 여성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외로운 섬으로 떠도는 모든 약자들은 이 말에 공감할 것이다. 

 지난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었다. 만물의 공생을 여는 봄볕에 화답하듯 지상은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와 웃음으로 가득 차야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기념일을 2주가량 앞둔 어느 날 청와대 들머리에서는 발달장애인과 그들 부모의 삭발식이 열렸다. 발달장애인 돌봄 부담을 최소한이라도 국가가 나눠달라는 요구였다. 또 다른 곳에서는 누구나 한 번쯤 가보는 제주도 여행조차 엄두를 내지 못하는 장애인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저가항공사들이 비용을 이유로 휠체어 탑승을 지원해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인간이 충족할 수 있는 사회적 욕구가 점차 다양해짐에 따라 장애인들이 필요로 하는 도움의 유형 또한 구체적으로 세분화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장애인 정책은 기초욕구만을 보장하는 등 과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전히 연금확대나 의료지원만을 외치는 것은 그들의 고통에서 한 걸음 물러선 '제3자의 시선'에 지나지 않는다. 

 홀로서기를 허용하지 않는 낯선 세상에서 소외된 이들은 주체가 아닌 객체가 된다. 자아가 객체로 전락하는 순간 '바꿀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은 공중에 흩어지고 만다. 장애인들의 자립과 성취를 위한 생활환경 구축이 시급한 이유다. 한 켠에서는 다행스럽게도 기존의 전시성·단발성 행사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장애 인식개선에 힘쓰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최근 고용노동부는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법정 의무교육으로 지정함으로써 이번 달 말부터 모든 사업주가 시행령을 따르도록 했다.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바꾸기까지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여성 참정권의 역사가 그러했고, 노동법 준수를 외치던 공장노동자들의 역사가 그러했다. 자신의 선택과는 무관한 삶을 사는 이들에게 이토록 낯선 세상은 두렵기만 하다. 이젠 그들에게 당연한 미래를 약속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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