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자의 변| 성장이 된 '오기'
|정기자의 변| 성장이 된 '오기'
  • 조은아 기자
  • 승인 2018.09.03 15: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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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보? 그게 뭐예요?"

 우리 대학에 다니고 있는 후배에게 얼마 전 들은 말이다. 취재는 해야 하는데 인터뷰이가 구해지지 않아서 머리가 아프단 이야기를 하던 참이었다. 신나게 떠들어대던 말에 맥이 끊겼다. 지난 학기부터 하계방학까지 나름대로 치열했던 인턴 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살아남은 필자에게는 꽤 아픈 말이었다. 

 아침 7시에 등교해 밤 11시가 돼서야 집으로 돌아오는 수험생 시절이 필자에게도 있었다. 그때의 필자를 버티게 한 건 '언론인이 되겠다'는 원대한 꿈이었다. 필자의 고등학생 시절 행보가 담긴 생활기록부에는 온통 언론인을 시켜달라는 열망으로 가득했고, 그렇게 소망하던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에도 진학했다. 이렇게 노력하니 언론인으로 향하는 길은 탄탄대로일 줄 알았다. 2년 전의 기자는 그만큼 어렸다.  

 대학에 진학해 이리저리 기웃대다 보니 기자의 생각보다 언론인의 길은 험난했다. 그야말로 좌절의 연속이었다.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선배의 표현을 감히 빌리자면 "언론사 입사 난이도는 첨단을 달리고 지원자 역시 날고 기는 인물들"이었다. 언론인 중에서도 기자가 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그리하여 기자 생활을 경험하고자 학보사에 입사했을 때 그 좌절이 극에 달했다. 인턴기자 교육을 받으며 수많은 글을 썼고 수많은 글이 대차게 지적당했다. 글을 쓰는 일 만큼은 칭찬만 받으며 살아왔던지라 필자의 글이 지적당하는 환경이 낯설었다. 그러나 '내 글이 뭐 어때서?'라는 마음과 함께 들여다본 그 글들은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빨간 줄이 죽죽 그어진 까만 글씨 위에 적힌 단 몇 마디의 피드백은 틀린 적이 없었다. 

 생각해보면 필자는 인턴 생활을 거의 다 오기로 보냈다. 잘 해내 보이겠다는, 기자의 자질이 충분함을 증명해 보이겠다는 오기 말이다. 입사 동기들보다 뒤처지면 안된다는 생각에 밤을 새우며 과제를 한 적도 있었고, 문장 하나 때문에 몇 시간을 컴퓨터 앞에 멍하니 앉아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기자의 인턴 생활을 함께한 그 오기를 다른 말로 바꿔보고자 한다. 성장. 기자는 대학 언론을 경험하며 성장하고 있었고 여전히 그렇다. 

 최근 기자를 가장 많이 성장하게 한 학보를 모른다는 후배의 말은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취재부터 조판, 배부까지 열심히 참여했는데 대상 독자가 존재 사실도 모르니 말이다. 대학 언론의 위기라는 서글픈 사실을 인턴 딱지를 뗀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실감한 것 같아 씁쓸했다. 그리하여 필자는 이번에도 오기를 부려 보고자 한다. 단 한 명의 독자라도 더 보게 하겠다는 오기, 학생들의 알 권리를 위해 이렇게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리겠다는 오기 말이다. 그리하여 시간이 지나고 열정 넘치던 새내기 기자가 학보사 퇴사를 앞둔 기자가 돼 있을 때는 꼭 '내가 이만큼 성장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싶다. 필자의 인턴 생활에서의 오기가 결국엔 성장의 과정이 됐던 것처럼, 정기자 생활에서의 오기도 꼭 성장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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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gbbi 2018-10-10 01:48:34
기사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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