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 비리'에 사립 교육 멍든다
'사학 비리'에 사립 교육 멍든다
  • 조은아 기자
  • 승인 2019.04.01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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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사학 먹튀 방지법'이 국회 본의회를 통과하기 이전, 지역 주민들이 서남대 폐교라는 교육부 방침에 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출처 = YTN뉴스
'비리 사학 먹튀 방지법'이 국회 본의회를 통과하기 이전,
지역 주민들이 서남대 폐교라는 교육부 방침에 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출처 = YTN뉴스

지난 2월 종영한 SBS<복수가 돌아왔다>(2019)에서는 거대 사학 '설송고등학교'의 비리를 밝혀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해당 드라마에 그려진 설송고의 비리 내용은 △컨설팅 학원의 부정청탁으로 교내 토론대회 정보를 건넨 것 △원가의 10배로 금액을 부풀려 기자재를 거래한 후 환급을 받은 것 △기부금을 대가로 시험 정답지를 유출한 것 △채용 비리 등이다. 드라마는 작가의 상상이 더해진 창작물이지만 작품 속 그려진 설송고의 비리만큼이나 현실에서 마주하는 '사학'들의 비리도 만만찮다. 이들이 저지른 크고 작은 비리들이 '사학'을 멍들게 하고 있다.

 교육계 전반에 만연한 '비리 사학'

 최근 언론을 통해 속속 보도되는 사립 유치원들의 회계 비리 적발은 단연 뜨거운 감자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사립 유치원의 비리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했다. 박 의원이 지난해 10월 11일 공개한 2013~2018년도 17개 시·도 교육청의 유치원 감사 내용에 따르면, 총 2,325개 유치원에서 적발된 비리 건수는 6,908건에 달했다. 유치원의 회계 비리가 국민의 분노를 산 가운데 지난달 11일에는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6개월간 추가로 비리 혐의가 확인된 유치원의 명단이 공개됐다. 그 결과 227개 사립유치원에서 1,229건의 비리가 적발됐으며, 그 액수는 103억 6,972만 원에 달했다. △일하지도 않은 설립자에게 급여와 휴가비를 챙겨주는 방식 △특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명목으로 학부모들에게 현금 징수를 했지만 교비로 편입하지도 않고 사용처도 공개하지 않는 방식 △같은 이름의 유치원을 부부가 프랜차이즈식으로 운영하며 인건비를 과다하게 챙기는 방식 등 회계 비리의 수법도 가지각색이었다.

 사립학교의 비리 문제는 비단 유치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돌 사관학교'라고 불리며 선망의 대상이 됐던 서울공연예술고등학교는 교장 부부의 비리 때문에 한 차례 몸살을 앓았다. 해당 학교 및 학교법인 감사 결과에 따르면 공연예술고는 △회계 부정 △채용 비리 △사적 모임 및 군부대 공연, 술자리에 학생 강제 동원 등의 갖가지 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사립대학의 비리 또한 심각하다. 지난해 대학교육연구소는 보도자료를 통해 2014~2017년 8월까지 4년간 교육부 종합감사 및 회계감사를 받은 사립대학과 전문대학 75개 교에 대한 분석을 내놓았다. 그 결과 감사 대상이 된 사립대학의 횡령 또는 부당운영(유용 및 전용을 비롯한 부당 회계 처리 포함)으로 인한 손실액이 무려 2,083억 9,465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재단의 학교공금 횡령 및 회계부정 △교수 임용 및 재임용 비리 △입시 및 편입학 부정 △재단의 족벌체제 구축 및 학사행정 간섭 △총장 선임을 둘러싼 갈등 등 비리의 종류도 다양하다.
 
 부산에 위치한 사학인 동의과학대는 교육부 감사에서 회계비리로 덜미가 잡혔다. 지난달 13일 언론을 통해 보도된 '동의학원 교육부 감사자료'에 따르면 동의과학대는 법인회계에서 부담해야할 '동의가족패' 제작비용 885만 원을 동의과학대 또는 동의대 교비 회계에서 집행했다. 또한 산학협력단이 직접 채용한 직원 급여 1억 2,000만 원도 산학협력단 회계가 아닌 교비 회계로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해당 대학은 교수 140명이 출장 때 업무용 차량을 이용했는데도 경비지원금 지급을 줄이지 않고 280만 원을 전액 지급한 사실도 확인돼 부정하게 지급된 금액 140만 원을 다시 회수하라는 시정조치가 내려졌다. 동의과학대의 법인인 동의학원은 이번 감사에서 △이사장 급여 부적정 △시설공사 업무처리 부적정 △학교법인 상패 제작비용 회계집행 부적정 △산학협력단 회계 부담급여 교비 회계집행 등 8건의 지적을 받았다. 

 우리 대학교 또한 사학 비리에 있어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한 처지다. 지난해 불거진 일부 교수 및 직원들의 채용 비리와 뒷돈 요구 등으로 인해 우리 대학은 언론으로부터 '비리의 온상, 동아대'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얻었다. 논란의 중심이 된 해당 학과 일부 교수들은 전임 교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특정 지원자에게 점수를 몰아주는 등 부정한 방법을 사용했다. 또한 교수 특별 채용 과정에서 임용 대상자 추천 대가로 대학원생에게 500만 원을 받았으며, 논문심사비 명목으로 제자 5명에게 1,140만 원을 받는 등 뒷돈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골프채로 일부 학생을 폭행하는 등의 만행도 저질렀다.

 이에 김경하(전자공학 3) 학생은 "평소 교육기관의 비리에 무관심한 편이었지만, 우리 대학의 비리 소식을 접한 것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익숙한 전경을 담은 사진과 대학의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릴 때는 믿을 수 없어서 몇 번을 확인하기도 했다"며 당시의 생각을 전했다. 그는 이어 "학생을 위한 교육의 장이 돼야 할 학교가 누군가에게는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우리 대학이 지난해 일어났던 일을 잊지 않고 주의해서 명문사학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이 더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사학의 비리는 어디에서 오는가

 대학과 초·중·고, 심지어는 유치원까지 사립들의 비리가 줄줄이 드러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우리 사회의 사학 시스템 도입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사학의 출현 자체가 교육이라는 비영리적 목적보다는 돈벌이라는 영리 목적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이다. 해방 직후에는 토지 개혁을 회피하기 위해 학교를 설립하는 경우가 많았고, 1960년대 이후 산업화가 본격화 될 즈음에는 세제 혜택과 국가의 각종 지원에 초점이 맞춰졌다. 교육이라는 비영리의 공익적인 활동이 돼야 할 교육 사업에서 교육이 빠지고 '사업'만 남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사학이 그 자체로 권력의 일부가 됐다는 지적도 있다. 급속하게 몸집을 불린 사학이 '권학유착'으로 권력 그 자체가 됐다는 것이다. 산업화 이후 독재 권력의 지원으로 거대해진 사학은 독재권력을 떠받치는 토대가 됐고, 민주화로 권력교체가 가능해진 상황에서는 보수정치세력과 보수권력을 지탱하는 강력한 사회적 토대가 됐다. 더군다나 사학은 정치, 종교, 언론, 재벌, 지역토호와 결합하면서 매우 광범위한 권력의 연결망을 형성하게 됐다. 그 결과 사학은 순수하게 학교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권력의 구성 부분인 정치권력, 경제권력, 종교권력, 언론권력, 지역권력과 결합하여 강력한 정치사회적 힘을 보유하게 됐다. 이로 인해 사학이 곧 권력이 되고 사학 문제는 권력의 문제가 돼버렸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사학의 비리는 무척이나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됐다.

 제도의 문제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한편에서는 정부가 사립학교법을 개정하는 것이 사학 개혁에 있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사립학교법에 따라 사립대학은 별다른 견제 없이 친·인척 중심의 폐쇄적 운영이 가능하다. 법적으로 이사 상호 간 친족 관계에 있는 자가 이사 정수의 4분의 1을 차지할 수 있으며, 학교법인 이사장의 배우자, 직계존속 및 직계비속과 그 배우자는 이사 정수 3분의 2 이상의 찬성과 교육부 승인을 받으면 총장으로 임명될 수 있다. 그 때문에 2016년 기준, 전국 사립대학 284개 법인 가운데 191개(67.3%) 법인에서 친인척들이 법인과 대학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 중 20개 대학에서는 3대 이상 세습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해당 법은 이사회 회의록 공개 기한을 3개월로 정하고 있다. 회의록은 공개되지만 시일이 지나면 열람하기 어렵고, 공개되는 것마저 내용이 부실하고 대학별로 매우 다르다.

 사립학교에 대한 부실한 감사 역시 비리의 원인으로 지적받는다. 사립대학은 외부감사와 함께 자체적으로 내부감사를 받도록 하고 있다. 감사는 공정하고 철저하게 이뤄져야 하지만 사립대학의 내부감사는 회계 처리에 문제가 있어도 이를 지적하는 경우가 드물다. 
교육부 감사도 사정이 여의치는 않다. 최근 교육부가 감사 인력 한계 등을 이유로 회계감사에만 집중하고 있는 탓에 △법인운영 △교직원 인사 △입시 △학사 △연구비 관리 △시설 △기자재 등 다양한 부분을 함께 살피는 종합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17년 8월 기준으로 대학설립 이후 교육부의 종합감사를 받지 않은 4년제 사립대학은 44%(67개 교)에 달한다. 

 교육부의 감사를 거쳤다 해도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만다. 2008년~2014년 교육부 종합감사를 받은 37개 사립(전문)대학의 지적사항에 대한 조치를 보면, 책임자에게 '징계' 조치를 요구한 경우는 19.5%에 그쳤다. 나머지는 감사 결과 위법 또는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사실이 있으나 그 정도가 징계 또는 문책 사유에 이르지 않는 경우에 내리는 '경고' 및 '주의' 처분이었다.

지난해 6월 기준 교육부에 적발된 사립대학교들의 비리 징계 현황이다. 출처 = MBC뉴스투데이
지난해 6월 기준 교육부에 적발된 사립대학교들의 비리 징계 현황이다. 출처 = MBC뉴스투데이

 '비리 사학', 개혁의 움직임이 필요하다

 연이은 사학비리에 국민적 공분이 끊이지 않자 국회와 교육부도 최근 사학 개혁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른바 '비리 사학 먹튀 방지법'이라고 불리는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은 1년간의 계류 끝에 지난해 12월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 통과 이전에는 설립자가 교비 횡령, 회계 부정 등을 저질러도 법인 해산 시 정관에서 정한 다른 학교 법인으로 재산을 넘기는 것이 가능했다. 다시 말해 폐교로 인해 학교 구성원은 실직자가 돼버리는데 정작 비리를 저지른 당사자는 남은 재산을 고스란히 챙길 수 있었다는 말이다.

 이는 지난해 2월 폐교한 서남대가 대표적이다. 서남대 설립자 이홍하 씨의 1,000억 원대 교비 횡령으로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어렵다는 교육부의 판단하에 해당 학교의 폐쇄와 법인 해산 명령이 내려졌다. 이때 서남대의 남은 재산은 학교법인 서남학원 정관에 따라 서경학원(신경대)이나 서호학원(한려대)에 넘어가게 됐는데, 신경대와 한려대의 설립자도 이홍하 씨인 점이 문제가 됐다. 서남대 잔여 재산이 이 씨와 그의 가족에게 돌아가게 돼 이른바 '먹튀'가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개정안 통과로 인해 사학이 전과 같은 꼼수를 부리기는 힘들 것으로 기대된다. 개정안은 학교법인 임원(이사장, 이사, 감사)이나 사립대 총장 등이 법을 위반해 해당 학교법인이 교육부로부터 회수 등 재정 보전을 해야 하는 시정요구를 받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고 해산되는 경우, '정관에서 학교법인 잔여재산의 귀속자로 지정한 자'(잔여재산 귀속자)가 특정한 조건에 해당할 때에는 그 지정이 없는 것으로 보도록(제35조 제3항) 했다. 여기서 말하는 '특정한 조건'은 잔여재산 귀속자가 친인척 관계에 있거나, 귀속자 역시 법 위반으로 교육부로부터 시정요구를 받은 경우를 말한다. 사학법인 해산 이후의 잔여 재산은 전액 국고로 환수할 수 있게 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10일 '사학 공공성·투명성 강화 종합계획'을 발표하고 상반기 중 모든 사립학교에 국가 관리 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 사용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한 사학에서 학사 비리, 성폭력 사건 등이 발생해 교육청이 시정 및 관련자 징계 등을 요구했는데도 학교가 이에 따르지 않으면 학급 및 정원 감축이나 재정지원중단 등 제재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교육부 또한 지난달 11일 '사립 초·중등 교원 신규채용 표준매뉴얼'을 발표하며 사학법인이 교원 신규채용계획을 관할 교육청과 사전에 협의하도록 했다. 교원 채용 절차를 교육청에 맡기는 사학법인은 행정·재정 지원을 하고,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임의적 교원채용에 대해서는 교원 임금을 보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표준매뉴얼은 교원 채용 비리에 엄정 대응하기 위한 정책 공조 강화와 사립학교 교원 채용 과정에서의 사회적 신뢰 회복이라는 중요한 역할과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책 『문재인 정부와 사학개혁』(정대화, 대구대학교출판부, 2017)의 집필에 참여한 이영기 변호사는 현재 많은 지적을 받고 있는 사립학교법의 개정 방향을 제언한 바 있다. 그는 사립학교법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사학족벌 지배체제에 대한 통제 △사학비리에 대한 내부 감시 및 견제장치 마련 △임원의 책임 강화 △사학비리당사자에 대한 통제 강화 △학교의 장 및 교원 임면 등에서 학교의 자치 보장 △임원의 학사행정 개입 차단 및 회계관계 직원에 대한 해임 요구 규정 △공영형 사립학교에 관할청이 공익이사 파견을 가능하도록 규정 △비리 학교에 대해 보조금 지원 중단 및 학생정원 감축, 폐교, 폐과 조치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결정의 기속력 강화 등 9가지 사항을 제언했다. 

 한편, 부산에 위치한 한 사립대학에 재학 중인 최애지(22) 씨는 "친인척 중심의 폐쇄적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이 사립 비리의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며 "사립학교법이 이를 방지하도록 개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사학의 부실한 내부감사 신뢰도를 좀 더 높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학교 내에서 자체적으로 꾸린 감사팀보다는 지역과 함께 공개적인 감사팀을 꾸리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이어 "사립들이 지역의 신뢰를 받으며 성장할 때 진정한 명문 사립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라고 덧붙였다.

조은아 기자
1709605@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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