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청년 일자리 SOS에 응답할 수 있을까
부산, 청년 일자리 SOS에 응답할 수 있을까
  • 이진영 기자
  • 승인 2019.04.01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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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 최윤지 기자
일러스트레이션 = 최윤지 기자

영화 <리틀 포레스트>(감독 임순례, 2018)의 배경은 아름다운 농촌이다. 소박하지만 알찬 하루를 살아가는 혜원(김태리 분)의 모습은 현실에 지친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한다. 그러나 영화는 현실의 반영이라고 했던가. 영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씁쓸한 현실을 마주할 수 있다. 영화 속 혜원의 고향 마을에는 혜원과 두 친구를 제외한 청년을 찾아보기 힘들다. 지방 소멸이라는 사회적 문제가 은연중에 반영된 것이다. 

이는 비단 농촌 마을만의 일이 아니다. 남유림(경영정보학 3) 학생은 "청년이 많이 모이는 번화가에만 가다 보니 부산의 지방 소멸 위기를 실감하지 못했다"라면서도 "훗날 여건이 된다면 무조건 서울에서 취업할 것이라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그는 "이대로라면 부산도 지방 소멸의 위기에서 안전하지 않을 것 같다"라고 우려했다.


지방 소멸 위기에 처한 부산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이 위기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의 '2016 저출산·고령화에 의한 소멸지역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부산의 16개 자치구 중 9개가 인구감소 위험지역으로 지정됐다. 보고서는 소멸위험지수를 기준으로 하는데, 여기서 소멸위험지수란 20~39세 가임여성 인구수를 65세 이상 노인 인구수로 나눈 지표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소멸위험 매우 낮음(1.5 이상) △소멸위험 보통(1.0~1.5 미만) △주의단계(0.5~1.0 미만) △소멸 위험지역(0.5 미만) 총 4단계로 분류된다. 부산은 지난해 기준 0.76으로 주의단계에 속한다. 

 부산의 인구감소 현상은 갈수록 심화하는 추세다. 행정안전부의 지역별 인구증감 현황을 보면 이를 한눈에 알 수 있다. 부산의 유출 인구는 지난 2016년 1만 5,248명에서 지난해 2만 9,200명으로 늘었다. 특히 우리 대학교가 속한 서구의 인구감소율은 13.9%로, 전국 69개 자치구 가운데 3위다('[행안부 주민등록 인구분석]인구증가율 전국 1위 강서구'(국제신문, 2017.07.26) 참고). 이처럼 인구감소로 인한 지방 소멸은 우리 일상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응답하라 부산" … 일자리가 부족한 
청년들의 아우성

 지방 소멸 원인 중 하나는 청년 인구의 수도권 과밀화다. 오늘날 부산을 떠나는 청년의 발걸음은 하나같이 수도권을 향해있다. 최근 부산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분석하기 위해 많은 조사가 이뤄졌다. 그중 많은 보고는 '일자리 미스매칭'을 지적하고 있었다.

 지난 2017년 자유한국당 유재중(부산 수영구) 의원은 700여 명의 부산 청년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 그 결과, 무려 75%의 청년이 부산에서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응답자들은 '(부산에서 자리를 잡고 싶어도) 부산에는 원하는 일자리가 없어 수도권으로 떠날 수밖에 없다'며 호소했다. 이처럼 청년이 부산을 떠나는 것은 부산이 싫어서가 아니다. 일자리 미스매칭 상황에 부딪힌 고용 시장이 청년의 등을 떠밀고 있다.

 지난해 시행된 부산 청년 정책연구원의 설문 결과도 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부산 청년 정책연구원의 '부산광역시 청년사회정치 인식 여론조사 결과보고서'는 부산의 청년 일자리에 대한 청년의 갈증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500명의 응답자 중 과반이 넘는 77.7%의 청년이 부산의 청년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부산의 최우선 과제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산업 유치라고 답한 비율 또한 63.1%에 달했다. 

 이러한 결과에 부산 청년 정책연구원 이사장 김덕열 동문(화학공학 05' 졸)은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용자와 노동자 간 미스매칭이 일자리 부족 현상을 일으킨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직원을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채용하고, 기업 자체보다는 (연봉과 복지 등) 부수적인 요소만 보고 지원하다 보니 일자리 미스매칭이 일어난다는 설명이다. 덧붙여 그는 "사용자와 노동자의 생각이 많이 바뀌어야 한다"라며 "소통을 통해 서로가 변화할 수 있다면 부산에서 일할 청년이 늘어날 것"이라고 답했다. 

청년에게 전하는 부산의 노력 

 이에 부산은 지역 주도형 청년 일자리 사업을 통해서 변화의 움직임을 보였다. 지역 주도형 청년 일자리 사업은 △B-스타트 UP 청년 인재 지원사업 △지역인재 체험형 인턴 사업 △청년고용 친화적 마이스 생태계 조성사업(2단계) 등 다양하다.

 'B-스타트 UP 청년 인재 지원사업'은 일자리 미스매칭 해소 효과를 거둔 대표 사례다. 지난해 부산창조 경제혁신센터는 부산의 우수 인재와 유망 스타트업의 구인 수요를 연결하는 내용의 사업을 전개했다. 사업을 통해 인건비와 교육·컨설팅을 지원받은 청년들은 효율적으로 일자리를 구하게 됐다. 사업이 시작된 지난해 7월부터 청년 인재 112명이 54개 기업과 연결됐으며, 이 중 93.7%에 해당하는 105명이 인턴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앞선 사업의 성공은 이제 막 첫발을 뗀 사업들의 효과를 기대하게 한다. 지난달 4일, 공공기관 인턴 사업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려는 목적의 '지역인재 체험형 인턴 사업'이 공식적인 서문을 열었다. 사업의 일원으로 선발된 청년은 △공공기관 일자리 경험 △NCS 특강 및 면접 대비 특강 △공공기관 종사자와의 멘토링 콘서트 △취업캠프 등 다양한 경험을 통해 역량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지난달 모집을 마친 '청년고용 친화적 마이스 생태계 조성사업(2단계)' 또한 주목할 만하다. 이 사업은 청년들에게 미래 전망이 좋은 마이스 산업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서 기획됐다. 최종 입사를 결정하게 되면 월 최대 180만 원(기업자부담 별도)을 3년간 지원받을 수 있으며 직장 적응 훈련과 직무교육 등 고용유지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2018 의정모니터 서포터즈단 시민의회에서 청년들이 복지의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2018 의정모니터 서포터즈단 시민의회에서 청년들이 복지의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실패의 쓴맛을 청년 참여 정책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 

 그러나 모든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8월 출범한 '우리 마을 청년보안관' 사업은 지역 주도형 청년 일자리 사업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사업에 참여한 청년들은 본래 목적인 마을 재생 관련 복지 사업을 이루지 못한 채 △물품 판매 △트로트 가수 섭외 △행사 초청장 작성 등 엉뚱한 직무에 동원됐다. 이는 청년들의 취업 역량을 강화하기는커녕 이들의 자신감을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낳았다.

 이에 부산 고용노동청은 '청년 정책 서포터즈'를 통해 청년 참여를 주선하며 문제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청년 정책 서포터즈는 △SNS를 통한 청년 정책 공유 △청년 정책 직접 경험 △청년 정책 참여자 인터뷰 △청년 친화 강소기업 탐방 등의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그간 정책에 만족하지 못했던 청년들의 갈증을 해소할 기회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부산시 의정모니터 서포터즈단' 활동이다. 지난해 부산의 7개 대학교(9개 팀)는 시의회에 복지 의제를 제안하는 활동을 전개했다. 우리 대학 사회복지학과 학생들은 '휴식하자 경험하자'라는 이름의 복지 의제를 내놨다. 직장인들에게 최대 6개월의 무급 휴가를 제공하고 이를 대체할 인력으로 대학생을 인턴으로 활용한다는 내용이다. 한마디로 직장인의 소진 증후군(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을 예방하고 실무 경험을 통해 대학생의 진로 설정에 도움을 주려는 취지다. 

 서포터즈에 참여한 이만지(사회복지학 3) 학생은 "서포터즈단이 모두 대학생이다 보니 청년에 대한 복지 의제에 초점을 맞추게 됐다"라며 복지 의제를 정하게 된 계기를 소개했다. 그는 "소진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직장인들에게 휴식할 시간을 줘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라며 "직장인이 휴식할 동안 대학생이 인턴으로 빈자리를 채우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만지 학생은 "복지 의제가 시의회에 정식으로 받아들여지려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라면서도 "의장님이 (우리 대학을 비롯한 여러 대학의) 복지 의제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말씀하셨다"라고 청년 정책 실현에 대한 희망을 보였다.

이진영 기자
1708904@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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