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메이'를 부탁해
|기고| '메이'를 부탁해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승인 2019.06.03 11: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문정(철학생명의료윤리학) 교수
김문정(철학생명의료윤리학) 교수

복제견 메이가 숨을 거뒀다. 메이는 2012년 동물복제 국내 권위자인 서울대 이병천 교수 연구팀이 체세포 복제 기술로 탄생시킨 비글 품종의 복제견으로, 태어난 이듬해부터 농림축산검역본부 인천공항센터에서 탐지견으로 5년간 활동했다. 국가와 국민에 봉사하다 지난해 퇴역한 메이는 이교수 연구팀의 요청으로 다시 서울대로 돌아가 '검역기술 고도화를 위한 스마트 탐지견 개발'이라는 실험에 이용되다가 결국 올해 2월 폐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6살 메이의 짧은 생은 결국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끝이 난 셈이다. 

  메이의 죽음은 예견돼 있었는지도 모른다. 8개월 만에 메이가 검역본부로 잠시 돌아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메이의 몰골은 너무나 비참했다. 뼈가 앙상하게 드러나 있었고, 털은 윤기를 잃어 보기 안쓰러울 정도였으며, 며칠을 굶은 듯 허겁지겁 사료를 먹으면서 연신 코피를 흘리는가 하면, 걸음도 제대로 떼지 못하는 모습은 거의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는 듯 보였다. 이전에 활발한 성격에 사랑스러웠던 메이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얼마 후 메이는 서울대 실험실로 되돌아갔다.  

  인간의 동물 이용과 관련된 영역들 중에서 윤리적으로 가장 큰 도전을 받는 부분이 바로 동물실험이다. 과학과 의학의 진보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동물실험이 광범위하게 수용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기본적으로 동물실험은 '필수적'이지만, '윤리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실천적 물음에 집중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윤리적 동물실험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동물보호법>과 <실험동물을 위한 법률>이 마련돼 있고, 이를 근거로 각 연구기관에는 '동물실험윤리위원회'가 구성돼 있다. 이 위원회는 동물실험의 윤리적 검토를 위해 '3R'의 원칙이 구현되도록 심의한다. 즉 동물이 아닌 가능한 한 다른 방법으로 대체(Replacement)하고, 실험에 사용되는 동물의 수는 되도록 줄이며(Reduction), 가급적 실험동물의 고통을 최소화하고 동물의 복지를 개선(Refinement)해 줄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원칙은 동물의 윤리적 연구를 추구하도록 돕는다는 데에 의미가 있을 뿐 동물실험의 윤리적 정당화에 관한 근본적인 답변은 아니다. 

  그동안 동물실험 지지자들은 이른바 '구명선' 논리, 즉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 환자냐, 아니면 실험동물이냐, 누구를 선택할 것이냐"고 질문하며 그 정당성을 설득해 왔다. 그런데 동물실험을 '구명선'의 상황으로 간주해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일반적인 동물실험은 일상적인 가치판단을 유보해야 할 만큼 위험하고 긴급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위기적 갈등의 '구명선'에서는 동물이냐, 사람이냐 하는 두 가지 선택 외에 다른 대안이 없으며, 이것은 서로 배타적인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의미한다. 그런데 실제로 동물실험이 없으면 인간을 당장 죽음으로 몰아넣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 아니다. 설사 '구명선'에서 인간을 먼저 구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하더라도 자동적으로 동물실험의 윤리적 정당성이 확보되는 것도 아니다. 더욱이 현재 많은 동물실험이 인간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기보다는 생활의 온갖 편익을 위해 행해지고 있는 것들이다. 무엇보다도 동물실험을 통해서 과연 인간이 구제될 수 있는지에 대한 세심한 과학적 검토 역시 필요하다.

  어떤 존재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그 고통을 무시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지 못하다. 동물의 고통이 인간의 고통보다 덜 중요하다고 볼 수도 없다. 실험의 대상이 되는 수많은 동물들은 단순히 자원이 아니다. 고통에 대한 감수성이 있으며 독립적인 삶을 영위하는 존재라는 점을 기억하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에선가 인간의 이익을 위해 희생을 강요당할 수많은 메이들에게 안부를 전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부산광역시 사하구 낙동대로550번길 37 (하단동) 동아대학교 교수회관 지하 1층
  • 대표전화 : 051)200-6230~1
  • 팩스 : 051)200-62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하승태
  • 명칭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제호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등록번호 : 대전 가 00000
  • 등록일 : 2017-04-05
  • 발행일 : 2017-05-01
  • 발행인 : 한석정
  • 편집인 : 하승태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