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억할 만한 지나침
[기고] 기억할 만한 지나침
  • 동아대학교 다우미디어센터
  • 승인 2019.09.0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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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급협동조합 씨네소파 최예지 이사
영화배급협동조합 씨네소파 최예지 이사

 

재작년 2월, 친구 쏭쏭(닉네임)의 제안으로 시작한 '영화배급협동조합 씨네소파'(이하 씨네소파). 쏭쏭과 나는 부산에서 독립영화를 배급하고 있다. 총 4편의 영화를 배급했고, 하반기에는 <기억할 만한 지나침>을 개봉할 예정이다. 누군가에겐 생소할 수 있는 '독립영화 배급사'. 자본의 투자 없이 창작자의 의도를 오롯이 담아낸 저예산 영화를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과 만나게 하는 회사라 할 수 있다.

사실 '지역 배급' 은 여러 번 시도됐으나 사업체 형태로 지속한 적은 없었다. 그만큼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일까. 여러 제반 조건이 수도권에 몰려있어 내가 경험한 '지역 배급'은 황무지를 개척하는 것과 비슷하다. 어떻게 해야 열매를 잘 맺는지 알려줄 수 있는 선배가 없고, 개간에 쓰일 농기구는 직접 만들어야 하며, 토양을 고르게 하기 위해 울퉁불퉁 돌을 일일이 골라내야 한다. 그래서 누군가는 쉽게 열매 맺는 일이 우리에겐 꽤 오랜 정성과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사실 우리는 아무것도 몰랐다. '지역 배급'이 얼마나 무모한 것인지. 그저 재미있을 것 같아 시작했다. 아무것도 몰라서 시작한 만큼 우린 계속 시행착오를 겪었다. 1~2년차가 배급을 알아가는 과정이었다면 3년차인 올해는 씨네소파를 회사로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올 초, 회사 시스템 구축과 배급적 실험을 사업목표로 세웠다. 그러나 생각대로 되는 것이 하나 없었다.

선정을 확신했던 지원사업이 엎어져 좌절됐고, 인력 충원 계획도 입사자의 이른 퇴사로 수포가 됐다. 배급에서는 협업 시너지 실험을 위해 수도권 배급사와 공동으로 영화를 개봉했다. 공동 배급하면 일이 줄어들 거란 가설과 달리, 먼 거리 소통엔 시차가 생겨 소통 자체에 몇 배의 노력이 들었다. 결국 일이 늘어났다. 게다가 관계에서도 시행착오를 겪었다. 이해관계자들에게 항상 상냥하게 '고맙다', '죄송하다' 해왔는데, 해야 할 말은 정확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죄송하다는 말로 사실과 진심을 숨기는 사이 몸도 마음도 축나버렸다. 올 상반기는 그렇게 잔인하게 지나가고 있다.

서른 즈음엔 사회에서 기반을 닦고, 세상을 아는 멋진 어른이 돼있을 거라 막연히 상상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정답을 모르는 대학생 때의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아직도 세상을 모르고 미래는 더더구나 모르겠고 현실은 생각과 다르게 흘러간다. 처음 기고 제안받았을 때, 도대체 내가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했다. 지금의 나는 매일 시행착오를 겪는, 길 잃고 어디로 갈지 모르던 대학생 때의 나와 다를 바가 없어서다.

그래도 당분간 씨네소파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헤매더라도 계속해보고 싶다.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는 자유, 거친 길에서 작은 열매를 맺었을 때의 성취, 이따금의 사회적 인정. 보상받는 것도 분명 있다. 그리고 쑥스럽지만 나를 가장 지탱해주는 건 함께 하는 벗이 있다는 것이다. 함께 꿈꾸며 땀 흘릴 수 있는, 배울 점이 많아 나도 더 좋은 사람이 돼야겠다고 마음 갖게 하는 벗이다. 또 주변에 우리의 노력과 마음을 알아주고, 묻고 따지지 않고 마음을 써주는 든든한 동료들도 있다. 그래서 계속 정답을 모를 것만 같은 이 길도 아직 걸어볼 만하다. 다시 한 번 마음잡고 하반기를 맞이해보자!

올 하반기 영화 <기억할 만한 지나침>을 개봉할 예정이다. 한 해 동안 몸과 마음이 지친 당신에게 주는 선물과도 같은 영화다. 극장에서 꼭 여러분을 만나면 좋겠다. 

 

 최 예 지 이사(영화배급협동조합 씨네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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