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mplus+ 라이프] 당신은 정말 헌신적인 봉사를 하고 있습니까?
[Camplus+ 라이프] 당신은 정말 헌신적인 봉사를 하고 있습니까?
  • 하명성 기자
  • 승인 2019.10.02 1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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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와 헌신'에 '헌신적'으로 임해봤다
▲복지관에서 미역을 볶고 있는 기자의 모습
▲복지관에서 미역을 볶고 있는 기자의 모습

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다. 당장 다음날인 개천절과 다음 주인 한글날 등, 굵직한 기념일에 가린 노인의 날은 이 시대 노인들의 현실처럼 소외당하고 있다. 해마다 노인 고독사에 관한 뉴스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통계청은 지난해 독거노인이  140만 명을 넘어섰다는 수치를 내놨다. 이 기사는 이를 해결할 수 없을까 하는 의문에서 출발해 우리 대학교의 '봉사와 헌신' 강의에까지 닿았다.

우리 대학교는 봉사의 참된 정신을 깨닫는 인재를 기르기 위해 해당 강의를 개설했다. 그러나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봉사와 헌신' 과목은 어떻게 해야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시도해봤다. 
봉사와 헌신에 정말 헌신적으로 임해보기.

"참 쓸데없는 고생 사서 한다."

봉사와 헌신. 흔히 '봉헌'이라는 줄임말로 불리는 이 과목은 학생들 사이의 '봉'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대부분이 졸업을 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수강하거나 혹은 온라인으로 강의가 이뤄진다는 점을 이용해 입맛에 맞는 시간표를 짜기 위한 수단으로 여길 뿐이다.

우리 대학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는 이미 학생들이 강의를 틀어놓은 채 다른 행동을 한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린다. 일정 강의 재생 시간만 맞추면 수강한 것으로 인정되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이를 방증하듯, 친구에게 기사를 쓰기 위해 노인 복지관에 가서 열심히 봉사하게 됐다고 말하자 "쓸데없는 고생을 사서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흔치 않은 '꿀 교양'을 왜 굳이 힘들게 수강하냐는 것이다. 열심히 하는 게 아둔한 취급을 받는 분위기에 괜한 반발심이 생겨 그를 잠시 흘겨봤다. 하지만 이내 기사 작성이 아니었다면 기자에게도 꿀 교양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끄러움이 밀려왔고, 벌겋게 상기된 얼굴을 친구에게 숨기려 봉사 신청을 서둘렀다.

 

"기사 쓰려면 혹독하게 봉사해야겠네?"

지난달 20일, 기자는 마산에 있는 노인복지관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전부터 종종 봉사활동을 했던 곳이다. 이번에 할 일은 도시락 배달과 주방보조. 봉사활동에 필요한 간단한 서류를 작성하고 주방으로 가 꾸벅 인사를 했다. 사람을 만났다면 응당 해야 하는 예의이기도 했지만, 하루 동안 신세를 질 것 같아 미리 전하는 사과이기도 했다. 슬슬 일교차가 커지고 쌀쌀해지는 날씨였기에, 추위도 피할 겸 주방 이모님이 타준 믹스커피를 홀짝였다. 이전의 방문으로 주방 이모님과는 이미 안면을 튼 사이였다. 그동안 뭐 하고 지냈냐는 물음과 함께 이런저런 안부 질문들이 가리지 않고 쏟아졌다. 호기심이 가득한 눈을 보고 있자니, 기자를 잊지 않고 기억해준 그가 고마워 최대한 정성스러운 답변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 학생 기자가 됐다고, 이번에는 기사를 쓰러 여기 왔다는 이야기를 꺼내자 주방 이모님은 깔깔거리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 웃음의 끝에 "기사 쓰려면 혹독하게 봉사해야겠네? 그렇지?" 라는 말이 따라왔다. 기사 분량은 걱정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기자 다 됐네'하는 생각도 동시에 말이다.

 

"반찬은 오이소박이랑 장조림, 김치예요. 천천히 꼭꼭 씹어서 잡수세요."

기자가 봉사활동을 한 복지관은 몸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 몇 개월 전까지도 했던 일이라, 도시락을 챙겨주며 기자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주방 이모님에게 금방 다녀오겠다고 씩씩하게 말했다. 사실 도시락을 배달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정해진 식사 시간 안에 맡은 도시락을 모조리 배달하고 와야 했다. 길을 잘못 들어 조금이라도 헤맨다면 어르신의 식사가 늦어지기에 발걸음이 자꾸만 빨라졌다.

가장 먼저 도시락을 배달할 곳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오래된 아파트 5층. 3층 정도 올라서니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지만, 이동 시간을 줄여야 식사 시간을 맞출 수 있다는 생각에 두 계단씩 성큼성큼 올라섰다. 드디어 현관문 앞. 거친 숨을 몰아쉬며 "어르신, 식사 왔어요"를 외쳤다. 갈 길이 멀어 마음이 급한 기자와는 달리 지루한 침묵이 이어졌다. '분명히 계실 텐데, 왜 안 나오시지?'하는 생각과 함께 점차 조급해졌다. 시계를 연거푸 확인하며 발을 동동 구를 때쯤 문이 열렸고, 순간 기자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 숨 고르기를 멈췄다. 거동이 불편해 벽을 짚으며 천천히 걸어 나오시는 어르신의 모습을 보니 조급했던 기자의 마음이 후회스러웠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주름진 손을 내미는 어르신께 도시락을 꼭 쥐어 드리며, 혹시나 하는 걱정에 안에 든 반찬을 설명해드렸다. 어르신께서는 "젊은 친구가 세심하기도 하지"라며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해주셨다. 감정이 교차했다. 봉사의 참 의미를 잊은 부끄러움과 그 의미를 다시금 일깨워주신 어르신에 대한 고마움이었다. 

 

"젊은데 고생이 많네. 참 고마워요."

10시간 남짓의 봉사활동을 이어가며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앞이 안 보이는 어르신, 허리가 아파 거동을 꼭 도와드려야 하는 어르신, 주방 이모님, 복지관 관계자분에 이르기까지, 젊은 사람이 이렇게 고생을 사서 하는 일이 흔치 않단다. 그 말을 들으며 '봉사가 과연 사서 하는 고생일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정말로 사서 하는 고생이라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면 대학에서는 왜 강의를 개설하면서까지 봉사의 참 의미를 가르치려 한 걸까.

늦은 밤, 복지관을 나서며 기자가 깨달은 바는 봉사가 절대 사서 고생이란 취급을 받을만한 활동은 아니란 것이다. 물론 모두가 기자와 같을 수는 없겠지만, 이러한 깨달음이 하나 둘 모인다면 봉사와 헌신은 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듯 그 일이 끌어내고자 하는 참된 의미는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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