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예술가는 오늘도 힘들다
청년예술가는 오늘도 힘들다
  • 허지민 기자
  • 승인 2020.06.15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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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수많은 예술계열 전공 대학생들이 사회로 배출되고 있다. 사회로 나와 자신만의 예술을 창작하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는 청년들을 우리는 '청년예술가'라고 부른다. 하지만 '예술은 돈이 많이 드는데 돈은 안된다'는 말처럼 청년예술가들은 생계와 장래를 동시에 걱정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이들이 오로지 예술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사회의 지원과 관심이 절실한 때다. 

 

현실의 벽에 가로막힌 그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한 '2018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30대 이하의 청년예술가는 총 55,491명이다. 예술 활동만 하는 전업 청년예술가는 56.6%(약 31,408명)이며, 예술 활동과 다른 활동을 병행하는 겸업 청년예술가는 43.4%(약 24,083명)로 조사됐다. 다른 조사에서 겸업 청년예술가 2,130명 중 1,124명(52.8%)은 예술 활동 외 타 직업 종사 사유로 '현재 예술 활동에서의 낮은 소득'을 꼽았다. 이는 40대(46.8%)와 50대(40.7%), 60대(43.6%)의 겸업 예술가에 비해 높은 비율이다.

 

이어 청년예술가의 지난 1년간 예술 활동 주 수입원을 조사한 결과, 연 수입은 평균 1,245만 원으로 집계됐다. 대부분 청년예술가의 수입이 월평균 100만 원 정도이거나 이마저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임을 알 수 있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진행한 빈곤 청년 인권 상황 실태조사에서도 청년예술가들의 고충이 드러났다. 이 조사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주지 않으면서 열정만을 요구하는 이른바 '열정페이'가 예술계에서는 흔하게 발생한다고 전했다. 더불어 청년들에게  '최소한의 수면'도 보장되지 않는 열악한 노동환경부터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예술계에 진입한 청년들이 마주한 현실은 결코 만만치 않다. 청년예술가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직업을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대다수가 생계유지, 취업난이라는 현실의 벽에 막혀 좌절하기도 한다. 안석희(부산대 미술학 3) 씨는 "예술 작업을 통한 성취감과 관객과의 소통에서 오는 행복감은 크다. 하지만 작품에 쏟은 노력과 시간에 비해 수입과 성과가 나오지 않는 점에서 회의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청년들의 예술작품 전시를 도와주는 곳도 몇몇 있지만, 대부분 작가가 자비를 들여 전시 준비를 하고, 직접 홍보해야 해 부담이 크다. 무명작가에 대한 편견도 존재해 마음 편히 예술 활동을 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우리 대학교 김영희(미술학 '20 졸) 동문은 "예술이라는 길에서 마주한 현실은 생업과 본업 사이 어떻게 균형을 맞출 것인지에 대한 애로사항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우리 대학 김성훈(미술학 4) 학생도 "예술가의 길을 걷는 것은 좋지만, 생업을 걱정해야 하는 불안한 미래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예술가를 위한 지원

2011년 단편 영화 '격정, 소나타'의 연출가이자 시나리오작가 최고은 씨가 생활고에 시달리다 향년 32살에 사망했다. 청년예술가 최고은 씨는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었어요.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문 좀 두들겨주세요'라는 메모로 도움을 청할 만큼 어려운 생활을 했다. 청년예술가의 현실이 드러난 이 사건을 계기로 2011년 11월, 예술인의 직업적 지위와 권리를 법으로 보호하고 복지지원을 통해 예술가의 창작 활동을 증진시키기 위한 '예술인복지법'이 제정됐다. 일명 '최고은법'이라고도 불리는 예술인복지법이 제정된 후, 정부와 지자체는 예술가에게 창작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지원과 복지제도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2015년 청년예술가 일자리 조사·연구 사업의 결과에 따르면, 법안이 마련된 지 4년이 지났음에도 청년예술인 지원제도에 대해서 66.2%가 '잘 모른다' 또는 '전혀 모른다'고 응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절반이 진행되고 있는 청년예술인 지원제도에 대해 불만족 한다고 답했다. 

그렇다면 현재 정부는 청년예술가들이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을까. 최근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산하기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청년예술인들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보이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2020년 아르코 청년예술가 지원 공모사업'을 통해 청년예술가들을 위한 예술의 다양성 확보, 일자리 창출 및 안정적 예술 현장 진입을 위한 다양한 분야(△문학 △시각예술 △다원예술 △공연예술 △전통예술)의 지원을 한다. 공모사업을 통해 창작 준비·발표, 전시 사전연구, 기획 전시 유형 등 여러 부문에서 청년예술가에게 아낌없는 지원을 할 예정이다. 

또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많은 전시회와 연극 등이 취소돼 빨간불이 켜진 예술계를 진정시키기 위해 부산시는 부산문화재단과 함께 전폭적인 지원에 박차를 가했다. 시당국은 지난 4월 예술 활동증명이 있는 예술인 3,200여 명에게 '문화예술인 긴급지원 대책'을 마련해 예술인 1인당 긴급생계자금 50만 원, 소극장·극단에 최대 2,000만 원을 지원했다. 또한 코로나19로 휴직상태인 예술가의 일자리 지원을 위해 기업파견을 돕는 '굿모닝 예술인 지원사업' 예산도 기존 3억 1천만 원에서 7억 원 규모로 확대했다. 더불어 존폐위기에 처한 극장과 극단에 최대 1억 7천만 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에 김영희 동문은 "예전보다는 예술 분야의 지원이 확대되고 있다"며 "이러한 지원들은 모든 예술가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청년예술가가 창작능력을 최대치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정책을 보다 다양한 접근 방식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안석희 씨 또한 "정부의 지원이 지금보다 확대돼 청년예술가들이 창작 활동에 집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반면 김성훈 학생은 부산시의 지원사업에 대해 "정부의 지원사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예술가들은 명확한 활동증명이 어려워 혜택을 받기에 까다롭다"고 지적했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지원을 받기 위해선 예술인 활동증명이 필요하다. 이는 예술인복지법에 의거해 예술을 업으로 활동하는지 확인하는 제도다. 공개 발표된 예술 활동 경험의 여부, 예술 활동 수입 유·무 증명 자료를 준비한 후 신청하면 심의를 거쳐 예술 활동증명이 이뤄진다. 이러한 활동증명을 받기 위해서는 공개적인 예술 활동의 경력이 있어야 하지만 갓 예술을 시작한 청년들이 이를 인증 받기란 힘들다. 

또한 김성훈 학생은 "청년예술 활성화를 위한 지원사업 확대, 그들과 대중 간에 소통 공간을 구축하고 이에 대한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예술 지원정책이 수도권 지역 예술가에게만 집중되는 것 같다. 지방예술이 소외되지 않도록 정부가 노력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당부했다. 

 


살얼음판을 걷는 청년연극인
▲2019 부산연극제 출품작 '여자 이발사'

벼랑 끝에 선 청년연극인

연극계의 청년예술가도 어려운 상황은 마찬가지다. 연극은 출연자의 감정을 그대로 관객에게 전달해 공감을 받는다. 그렇기에 관중과의 호흡,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대중매체가 발전해 나가면서 사람들의 문화생활도 변해갔다. 이러한 변화에 연극계는 오래전부터 몸살을 앓고 있었다. 이에 더불어 코로나19까지 발생해 관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연극가도 더 큰 위기를 맞은 것이다. 

부산연극협회에 따르면, 대다수의 연극인은 경제적인 문제로 꾸준히 생활고를 겪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연극계는 생활 전반에서도 큰 타격을 받았다. 연극은 무대에서 관객과 만나 펼치는 행위예술이라 상영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경우가 많았다. 무엇보다 더 큰 문제는 예술 활동 자체를 진행하지 못하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 놓인 연극인들은 자신들이 가장 중요하게 추구하는 예술 활동의 모든 면에서 제약받고 있다고 느낀다. 이에 그들은 창작 부재에서 오는 허탈함과 결핍감에 빠져 있어 연극계는 총체적 난관에 빠졌다.

부산 나다 소극장 대표 김병철 씨는 "시각 매체가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시대가 급변하면서 연극은 과거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사태까지 덮쳐 올해 상반기는 공연을 강행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연극계가 어려움을 겪자 청년연극인의 어려움은 배가 됐다. 그는 "청년연극인들은 금전적 여유 없이 오로지 창작 의욕과 열망으로 예술 활동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코로나19 이전부터 어려웠던 상황이다"라며 "그들이 겪는 어려움은 금전적 문제와 함께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예술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상황이 더 크다"고 말했다.

 

연극가의 빨간불이 파란불로 바뀔 때까지 

부산연극협회에 의하면, 1990년대 초반에 비해 지금 청년연극인들에 대한 지원의 폭과 인식이 상향됐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청년연극인을 위해 다양한 학술적 연구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려는 방법을 모색하는 중이다. 실제로 지원금과 공모제도 등 기회를 고루 분배하기 위한 정책들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청년지원예술사업 같은 경우 처음 예술계에 입성한 사람을 위해 '생애 최초 예술인 지원 사업'을 포함한 다양한 복지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예술 활동을 하지 못해 경제적으로 피해를 받은 예술인을 위해 '프리랜서 예술인들에 대한 긴급재난 지원'과 회사와 계약체결 후 일을 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최저시급을 지급하는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청년예술가는 기성 예술가에 비해 경력이 낮아 지원을 받지 못하는 등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김병철 씨는 "정책의 효능감을 높이기 위해 지원 기관에서 더욱 면밀하게 예술가의 의견을 경청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와 각 기관은 재화 지원뿐만 아니라 각 예술 분야의 창작환경을 마련하고 개인의 활동을 보호하는 제도적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서선택(경성대 연극·영화학부 연극전공 3) 씨는 "연극전공을 졸업한 후 많은 이가 연극의 길을 걷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타 계열 학생에 비해 연극전공 포함 예술계열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연극학과는 실기 위주로 수업이 진행돼 타 학과보다 등록금을 더 많이 납부하지만, 장학금제도조차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며 "대학을 졸업한 후 청년연극인들이 자립할 수 있는 여건과 더 나은 교육환경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술 터전 운영자에게 청년예술가를 묻다
▲<리메이크 리사이클>전
<제공=홍티예술촌>

부산에는 개인 창작공간마저 보유하지 못하는 어려운 청년예술가들을 위해 창작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공간이 존재한다. 금정구 장전동에 위치한 '예술 공간 이일구'와 사하구청이 운영하는 서부산 창작 거점 공간인 '홍티예술촌'이다. 이 두 공간의 운영자와 청년예술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청년예술가를 지켜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김혜원(예술 공간 이일구 운영자) : 청년예술가들이 예술 활동을 마음껏 이어나가기 쉽지 않다. 전시를 지켜보면서 청년예술가들이 각자의 방식대로 하나씩 작업을 풀어나가는 것이 대단해 보인다. 매번 전시 준비가 막막하기도 하지만, 기대되는 마음을 가지고 청년들을 위해 예술 공간이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해나가려 한다.

강다은(홍티예술촌 코디네이터) : 청년예술가가 마주한 현실이 녹록지 않을 것이다. 미술학과를 졸업했지만 예술가의 길을 걷고 있는 동기가 많지 않다. 예술 활동을 하기도 전에 금전적인 문제를 생각하고 작업 비용과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예술가들이 안쓰럽다.

▲관계의 계보학_가족의 탄생
<제공=예술공간 이일구>

 

정부와 지자체는 청년예술가를 위해 어떤 지원을 하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가?

김혜원 : 정부는 현재 지역의 문화재단 등을 통해 전시, 공모, 지원금과 같이 다양한 방법으로 청년예술가를 위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청년예술가가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지원금뿐만 아니라 그들의 자립을 돕는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 이뿐만 아니라 수도권에만 지원사업을 집중하지 않고 지역 청년예술가에게도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이어졌으면 한다.

강다은 : 부산시에서는 청년예술가들이 창작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청년문화육성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지원해 주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업들은 공모를 통해 이뤄지기에 모든 청년예술가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불어 예술계에서는 경력자를 선호한다. 그렇기에 경험이 없는 청년들에게 기회가 쉽게 오지 않는 허점이 안타까웠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런 허술한 점을 보완해 단발성에 그치지 않고 안정적인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청년예술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청년예술가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김혜원 : 어느 방향을 정하기보단 청년예술가들이 각자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또한 청년예술가끼리 서로에 대한 관심과 존중, 협력이 더해진다면 더 좋은 예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을 청년예술가들이 힘을 냈으면 한다. 이런 시기에도 부산에 독립적인 작은 예술 공간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크고 작은 예술 공간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고 청년예술가들의 앞날을 응원한다.

강다은 : 다양한 청년예술가 지원사업에 대해 좀 더 많이 알아보고 창작활동을 할 때 적극적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 학교와 현실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성적보다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일에 흥미를 느끼는지 알아보는 것이 우선이다. 뭐든지 끈기 있게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칠 수 있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천천히 나아갔으면 좋겠다. 앞으로 행복한 예술가의 길을 걷길 바란다.

 허지민 기자, 김효정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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