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 이전·동남권 메가시티, '지방소멸 시계' 멈출까
행정수도 이전·동남권 메가시티, '지방소멸 시계' 멈출까
  • 김효정 기자
  • 승인 2020.09.1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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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 소설 「인지공간」(김초엽, 문학동네, 2019)에서 사람들은 일부 지역에 '인지 공간'을 구축하고 그 외 공간은 외부 세계로 규정한다. 그들은 인지 공간에 밀집해 살아간다. 이는 소설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수도권이라는 인지 공간과 외부 세계 즉, 지방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는 심각해지고 있는 수도권 집중화 현상으로 인해 지방은 소멸하고 있다. 그 해결책으로 '행정수도 이전'과 '동남권 메가시티'가 제시됐다. 두 방안은 지역 균형 발전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일러스트레이션=임효원 기자>

 

더욱 견고해지는 '서울공화국'

오늘날 우리나라 국민 절반 이상은 수도권에 산다. 지난해 12월,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주민등록 인구 및 세대 현황'을 보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 약 5,185만 명 중 서울·경기·인천 인구가 약 2,593만 명으로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넘어섰다.

수도권 집중화는 지방 인구가 수도권으로 유출되며 심화됐다. 지난해 영남권(부산·울산·경남·대구·경북)에서는 7만 1,080명이 순 유출(전입보다 전출 인구가 더 많은 상태)됐으며 그중 5만 5,369명(77.89%)이 수도권으로 떠나갔다. 호남권(광주·전남·전북)에서도 빠져나간 2만 5,411명 중 81.96%(2만 828명)가 수도권을 향했다. 통계청은 향후 50년간 수도권 쏠림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수도권으로 인구가 몰리는 원인은 무엇일까. 이는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 과정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과도한 집중개발의 한계: 한국의 지역쇠퇴 현황 및 원인'(조승연, 2013) 논문에 따르면 한국전쟁 이후 무너진 경제 회복을 위해 우리나라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급속한 산업화와 동시에 도시화를 진행했다. 이로 인해 수도권은 인구 집중도가 높아지면서 인구수도 늘어났다. 반대로 지방은 성장잠재력을 잃었다.

 

행정수도 이전, 균형 발전 실효성 있는가

지난 7월 27일, 더불어민주당 행정수도완성추진단 제1차 회의가 열렸다.

지난 7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가 통째로 세종시로 내려가야 한다. 청와대와 정부 부처 모두 (세종시로) 이전해야 한다"고 행정수도 이전에 불을 지폈다. 그는 "이것으로 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수도 이전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수도권 집중화로 인한 지방소멸·지방경제 피폐화의 대책으로 '행정수도 이전론'을 내놓았다. 민주당 행정수도완성추진단 소속 이해식 국회의원은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은 국가 균형 발전 정책의 하나로, 수도권 과밀화의 해소방안"이라 밝혔다.

해당 안건은 세종특별자치시에 △국회 이전 △청와대 집무실 마련 △정부 부처 전체 이전을 목표로 한다. 현행 '신행정수도 후속대책을 위한 연기·공주지역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에선 수도권에 위치한 정부 부처 중 외교부·통일부·법무부·국방부·여성가족부는 다른 지역으로 이전이 불가하다고 명시돼 있다. 외교·국방·통일 등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다루는 부처를 이전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민주당은 해당 부처들을 여야 합의나 현행법 개정으로 이전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이번 행정수도 이전 추진에 대한 부정적 의견도 존재한다. 지난 8월, 수도이전반대 범국민투쟁본부에서 주최한 세미나에서 이재오 전 의원은 "김태년 원내대표는 논의에 불만 붙였지 수도 이전의 명확한 비전이나 계획이 있지 않다"며 "지금까지 청와대나 정부의 입장이 명확하게 나온 것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집권 여당 원내대표가 수도 이전 논의를 제안했다면 최소한의 계획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수도 이전 논의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지금까지 지역 균형 발전 정책의 일환으로 꾸준히 등장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제16대 대통령선거 후보 당시 공약으로 충청권 행정수도 건설 계획을 내세웠다. 당선 이후 본격적으로 정책을 실현하고자 했지만 2004년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신행정수도법' 위헌결정에 따라 무산됐다. 헌재는 행정수도 이전이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 헌법을 위배했다고 판결했다. 당시 판정에 고배를 마셔야 했던 민주당은 최근 "이번에는 행정수도 이전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며 "이에 대해 여야 합의가 최선이지만, 실패 시 국민투표나 개헌을 통해 계획을 추진할 것"이라며 강한 의지를 밝혔다.

행정수도 이전이 수도권 인구 분산효과를 낳을 수 있을까. 2017년 한국행정연구원이 발표한 '국회 분원 설치의 타당성 연구' 중간보고에 따르면 행정수도 이전 시 비용(1,072억 원) 대비 6.6배의 균형 발전 효과가 발생하고 수도권 소재 민간기관의 지방 이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더불어 연간 최대 5억 원이 소요되는 공무원 출장 비용을 줄일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혁신도시 성과평가 및 정책지원 보고서'를 살펴보면 혁신도시·기업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 등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인구가 역전되는 시점을 기존 2011년에서 2019년으로, 8년 정도 지연시키는 효과를 냈다. 또한, 2000년 이후 급증하던 수도권 인구 집중 속도는 혁신도시 계획이 시작된 2010년을 기점으로 완화 추세를 보였다. 수도권에 존재하는 행정 기능을 분산한다면 수도권 인구 분산효과를 이끌 수 있는 것으로 기대된다.

일부 전문가는 수도 이전의 효과가 없을 것이라 말한다. '행정수도 이전 정책이념에 비추어 본 충북지역 불균형문제'(안형기·기정훈, 2013) 논문에 따르면 충청권에 행정수도 이전이 이뤄진다면 세종시가 충청북도의 다른 지역 인적·물적 자원을 흡수해 또 다른 서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지역 균형 발전보단 지역 내 불균형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는 의미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 김종한(경성대 경제금융물류학부) 교수는 "수도 이전으로 일시적인 인구 분산 효과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강고한 서울의 인구는 크게 변화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서울 외 다른 지역 인구 변화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 대학생들은 행정수도 이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이수현(동명대 신문방송학 3) 씨는 "행정수도 이전이 이뤄지는 지역과 그 주변에 한해서는 인구 증가나 교통망 발달, 인프라 확충 등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와 거리가 먼 부산은 파급력을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이소연(부경대 일어일문학 1) 씨는 "행정수도 이전으로 수도권의 힘이 분산됨에 따라 부산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양질의 일자리가 마련된다면 당연히 대학생은 부산을 떠나려 하지 않으리라 예상한다"고 바라봤다.


수도권에 '맞먹을' 부·울·경, 동남권 메가시티


'KOSIS 국가통계포털'의 국내 인구 이동 통계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수도권 인구는 8만 2,741명 증가한 반면 동남권(부산·울산·경남) 인구는 4만 2,836명 감소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지역소득'에 따르면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는 1,900조 원가량이다. 그중 수도권 GDP가 약 984조 원(51.78%), 동남권은 약 277조 원(14.57%)을 기록했다. 이렇듯 동남권은 수도권과 비교해 인구·경제적 측면에서 초라한 지표를 보였다.
 

이에 민주당은 행정수도 이전과 더불어 지역 균형 발전 차원에서 수도권 일극 체제를 지역 다극 체제로의 전환 계획을 밝혔다. 이는 부산·울산·경남을 하나로 묶는 동남권 메가시티가 대표적이다. 지난 4월, 민주당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 비전위원회가 주최한 부·울·경 메가시티 비전 선포 기자회견에서 민주당 김영춘 당시 국회의원 후보는 "메가시티 조성은 수도권 '블랙홀'의 고리를 끊고 동남권이 살아남을 유일한 대안"이라며 동남권 메가시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주당 부산·경남·울산 지역 국회의원 후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각 시·도당이 힘을 합쳐 2030년까지 전국 대비 2배의 성장을 이뤄 지역내총생산(GDP)을 전국 대비 20%대로 높이고, 인구 1,000만의 명실상부한 메가시티를 만들자"고 선언했다.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의 전략으로 △부·울·경 경제공동체 추진위원회 출범 △부·울·경 광역교통망 강화 △환경·안전·보건 분야 지속 가능한 도시 건설 등이 선정됐다. 더불어 '가덕도 신공항' 설치에 의한 동북아 물류 플랫폼 구축과 고속철·고속도로 건설을 통해 동남권을 동일 생활권으로 묶는 방안을 제시했다. 아울러 자동차·조선 등 주력 산업과 자율 주행차 등 첨단산업 관련한 산업 클러스터 공동구축을 통해 부·울·경에 활력을 불어넣을 예정이다.

부산연구원 소속 이정석 박사는 "부산의 미래가 암울하기에 수도권으로 향하는 청년이 많다"며 "동남권 메가시티 추진으로 지역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전개된다면 부산에 양질의 일자리가 많이 창출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김종한 교수는 이에 대해 "실현만 된다면 지방이 수도권에 대적할 힘을 키울 기회"라고 평가했다.

최근 주장되는 동남권 메가시티도 수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느닷없이 등장한 계획이 아니다. 1999년부터 공동현안 간담회를 중심으로 부·울·경 통합 논의의 물꼬를 텄다. 과거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2009년 부·울·경 통합을 주장했다. 뒤를 이은 김두관 전 경남지사가 2011년 당시 부·울·경 통합의 필요성을 피력하며 △동남권 특별자치도 설치 △광역 메트로 교통망(창원~울산 고속철도 및 고속도로 건설 등) 구축 △통합관광벨트와 그린에너지 산업 집적단지 조성을 3대 전략으로 제시했다.

이처럼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지만, 현재까지도 부·울·경 통합 추진 속도는 더디다. 과거 제시된 사업 대부분이 연계·협력 단계에 그쳤고 그중 일부는 실현조차 되지 못했다. 이정석 박사는 "과거 부·울·경 통합 추진 과정에서 사업이 실패한 경우는 각 시·도의 이해관계가 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갈등을 빠르게 조정할 수 있도록 서로 양보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종한 교수는 이에 대해 "정부가 부·울·경 통합을 위해 정책 추진 드라이브를 걸어야 정책의 힘이 실린 채로 논의가 되는데 정부의 5년 단위 임기로 통합 사업의 단절성과 불연속성이 생겼다"고 분석했다.

현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동남권 메가시티는 과거와 다르게 실현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김종한 교수는 "동남권 메가시티가 정치인들이 자신의 포용력을 과시하기 위한 정치적 수사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며 "동남권 메가시티 계획이 실제로 실현될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한다"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부산 대학생들은 동남권 메가시티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우리 대학교 박소영(정치외교학 4) 학생은 "동남권 메가시티로 인해 기업의 지역 유치가 진행된다면 대학생들이 부산을 떠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며 일자리 증가를 기대했다. 더불어 "일자리 분야가 취약하다는 기존의 부산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수현(동명대 신문방송학 3) 씨는 "메가시티를 통해 지역 간 연계가 이뤄진다면 다른 지역과의 교류가 활성화되고 일자리 확대를 이끌 수 있다"며 "그렇다면 부산을 떠나는 청년들이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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