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술도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시죠
이제 술도 '취향'입니다, '존중'해 주시죠
  • 박서현 기자
  • 승인 2020.09.15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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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편일률적인 소주·맥주 중심의 음주문화가 변화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각자 취향에 맞는 술을 즐기기 시작한 것이다. 수제 맥주, 전통주 등 다양한 술이 주류 시장을 다채롭게 재편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은 직접 술을 빚기도 한다. 취향 존중시대에 발맞춰 음주문화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술, 취하기보다 즐기기

 

지난해 5월, 주류기업 디아지오코리아와 대학내일 20대 연구소가 만 19세부터 39세까지 800명을 대상으로 '건전 음주 10년의 변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2009년 조사 당시 '연장자와의 술자리에서 자주 듣는 말'은 "지금 꺾어 마시는 거야?"가 35.0%(280명)로 가장 높았다. 반면 지난해 설문 결과는 "마실 만큼만 조절해서 마셔"가 52.3%(418명)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과거 강압적인 술자리와 다르게 현재 음주 분위기가 편안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대학교 천서영(행정학 2) 학생은 "과거 음주문화는 술 강요 때문에 굉장히 위험해 보였다. 하지만 최근 음주문화는 각자의 주량에 따라 마실 수 있는 분위기로 바뀐 것 같다"며 "각자의 주량과 속도에 맞출 수 있어 신체적·정신적으로 덜 해롭게 술을 즐길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앞선 조사에서 2009년 대학생이 가장 선호하는 주종으로 53.5%(428명)가 소주를 꼽았다. 그러나 지난해 소주 선호도는 37.8%(302명)로 10년 사이 15.7%p 감소했다. 대신 조사 결과에 △수제 맥주 1% △칵테일 0.8% 등 새로운 주종이 등장했다. 또한, 대형할인점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와인 39.3% △양주 23% 매출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우리 대학 이영빈(글로벌비즈니스학 3) 학생은 "술자리는 좋아하지만, 알코올 냄새가 강한 소주는 선호하지 않는다"며 "반면에 와인은 도수도 적당하고 냄새도 거부감이 들지 않아 마시게 됐다"고 말했다. 김진규(수학 1) 학생도 "폭음하는 것을 꺼린다. 하지만 도수가 낮은 칵테일이나 보드카는 부담이 없고 맛도 있어 즐겨 마신다"고 전했다.

인하대 이은희(소비자학) 교수는 이에 대해 "우리 사회가 과거 집단주의 성향에서 개인주의 성향으로 바뀌면서 음주문화도 함께 변화했다"며 "이제 술은 자신을 즐겁게 하기 위한 요소로 자리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호 주종 변화에 대해서는 "특히 유튜브가 대중화되면서 이를 통해 소비자가 다양한 술을 접한 덕이 크다"라고 분석했다.


'골라 마시는' 수제 맥주  

 

다양한 수제맥주


대학생 선호 주류에서 수제 맥주의 등장이 두드러진다. 획일화된 맛을 가진 기성 맥주보다 수제 맥주는 다양한 종류가 있기 때문에 맛의 선택지가 넓다. 이는 개성을 중시하는 대학생들에게 매력으로 작용한다.

천서영 학생은 수제 맥주에 대해 "종류가 다양해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사람도 골라 마시는 재미가 있다"며 "목 넘김이 부드럽고 톡 쏘지 않아 기성 맥주의 청량감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고 추천했다. 대학연합 양조동아리 '호피플라' 경상지부 손정민 지부장은 수제 맥주의 매력으로 "깊은 맛이 느껴지지 않고 향이 거의 없는 기성 맥주와는 다르게 과일이나 꽃 향이 나고 진한 보리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을 꼽았다.

2018년부터 수제 맥주의 소매점 판매가 가능해져 소비자들이 편의점에서도 수제 맥주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됐다. 대표적인 편의점 수제 맥주는 '제주 위트에일', '강서', '퇴근길' 맥주 등이다. BGF리테일에 의하면 편의점 CU의 지난해 수제 맥주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7월 159.6% △12월 306.8%로 급증했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수제 맥주 시장은 △2012년 7억 원 △2015년 218억 원 △2018년 633억 원 규모로 연평균 40%에 가까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국수제맥주협회 김진만 과장은 수제 맥주 시장에 대해 "최근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맥주 출시 등 소비자에게 신선함을 주고 있다"며 "획일화된 기성 맥주와 달리 수제 맥주는 다양성을 내세워 차별화를 두고 있기에 향후 5년간 최소 연평균 30%씩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통주·칵테일을 집에서? 
새로운 음주문화 '홈술'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덩달아 새로운 음주문화 '홈술'도 등장했다. 이는 홈(Home)과 술이 결합한 신조어로 '집에서 술을 즐긴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SNS 인스타그램에 '#홈술'을 검색하면 약 6만 개의 게시글을 확인할 수 있다. 이은희 교수는 해당 문화에 대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비대면 문화가 활발해짐에 따라 타인을 의식하지 않고 개인의 기호에 맞는 술을 즐길 수 있어 정착된 것"이라고 파악했다.

담화박스 구성

홈술 문화로 개인이 직접 술을 만드는 '술 DIY(Do It Yourself)' 가 등장했다. '칵테일 키트', '막걸리 키트', '수제 맥주 키트' 등 여러 주종의 DIY 키트를 온라인 쇼핑몰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이볼 키트'를 체험해 본 우리 대학 임진욱(전기공학 4) 학생은 "재료를 일일이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어 편리하고 시중에 판매되는 하이볼의 맛과 유사하다"며 "집에서 술을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는 이 같은 간편한 키트가 좋을 것 같다"고 DIY 키트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주류를 집으로 정기배송하는 서비스도 활성화됐다. 전통주 정기구독 서비스 '술담화'가 대표적이다. 술담화는 매달 3만 9,000원으로 정기구독을 신청하면 달마다 구독자의 집으로 '담화박스'가 배송된다. 이는 추천 전통주 2-4병과 큐레이션 카드 및 칵테일 레시피, 스낵 안주로 구성된다. 전통주는 해당 계절에 어울리도록 추천하는 것이 특징이다. 

술담화 이재욱 대표는 "전통주가 가진 고리타분한 이미지에서 탈피하기 위해 정형화된 형태보다 정체성을 담을 수 있는 자체적인 온라인 쇼핑몰의 필요성을 느꼈다"며 "전통주 홍보와 동시에 온라인에서 판매할 수 있는 모델을 고민하다가 전통주 정기구독 서비스를 떠올려 술담화를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올해 술담화 구독자는 지난해 동월 대비 10배가량 늘어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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